방송매체 비평 하니리포터 > 문화 > 방송매체 비평 정형근 의원의 폭로와 '조선'사설 [조율.1] 정형근 의원의 폭로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6개월에 한번씩 만나기로 합의했으며 또 (두 정상이) 각료회담을 정기적으로 하고, 양측 동수로 국회회담을 여는 데도 합의했다...." 지난 2000년 7월 14일, 한나라당 소속 국회의원과 지구당위원장 부인회의 강연회에서 당시 남북관계특위 부위원장이던 정형근 의원은 남북의 두 정상이 6개월에 한번씩 만나기로 했다는 어마어마한 기밀(?)을 폭로했다.(정형근의원 "남북정상 6개월마다 만나기로 합의", 2000.7.15, 동아) 물론 주지하다시피 그의 주장은 완벽한 거짓으로 판명됐다. 정형근 의원은 상기한 발언 외에도 "김대중이 지리산 빨치산수법을 쓴다", "김대중대통령이 서경원 전의원으로부터 1만 달러를 받았으나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싹싹 빌어 정치적으로 해결했다.", "김대중이는 좌익분자다.", "현정권은 아셈회의가 끝나면 야당을 잡아 넣으려 하고 있다." 등등 한국정치사에 길이 남을 숱한 명언(?)들을 남겼다. 그러나 이에서 보다시피, 그의 입에서 발설된 말들은 하나같이 근거가 없는 허황된 의혹들이거나 비열한 정치공작적 차원에서 행해지는 것들이 대부분. 오죽했으면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그가 기소된 것만도 20 여건이 넘었을까. 그러나 그때마다 그는 면책특권을 이용하거나 의원신분임을 내세워 홍길동처럼 법망을 교묘히 빠져나갔다. 잠시 잠잠하는가 싶던 정 의원이 최근 또 다시 말문을 열었다. 지난 30일 국회 정보위 비공식 간담회에서 "민주당 한화갑 대표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10월 답방을 성사시키기 위해 8월 15일에 방북하고, 이를 위해 30만t의 대북 식량지원과 금강산 해수욕장 개발비 80만달러 등등 수백만달러를 지원하기로 약속했다"는 소위 '도라산 프로젝트설'을 주장한 것. 그러나 이에 대해 당사자인 한화갑 대표는 한마디로 "어불성설"이라고 일축하며 "대통령이 김 위원장 답방문제를 맡길 사람이 없어 당 대표에게 맡기겠느냐"고 부인했고, 청와대 관계자도 "남북정상회담은 당 대표가 추진할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그리고 민주당은 31일 대변인 논평을 발표, 정 의원의 발언의 진실성을 캐물었다.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의 기상천외한 발언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 도라산 공작은 무엇이며, 전력·가스·전화 지원설은 무엇인지, 그 출처와 정확한 내용을 정 의원이 밝혀주기 바란다. 우리는 들은 바도 없고, 아는 바도 없는 것들을 왜 우리당에 연결시키는가. 정의원은 자신의 발언을 취소하고 사과하라.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법적인 대응에 들어갈 것이다...." 그러나 정 의원은 한 대표의 반응을 전해들은 뒤 "나는 분명한 증거를 가지고 있다"고만 대꾸할 뿐, 자신이 가지고 있다던 '분명한 증거'를 공개하지 않았다. 이런 와중에 조선일보는 중앙 일간지 가운데 유일하게 정 의원의 폭로를 사설에 올려, "만약....라면, 정말 큰일이다. 그것이 사실인가?"라고 되묻는 특유의 '라면 사설'을 게재했다. [조율.2] 조선일보의 사설 [사설] ‘도라산프로젝트’ 정말 ‘소설’인가?(2002.8.1)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10월 서울 답방을 성사시키기 위해 한화갑 민주당 대표가 8월에 방북하고, 답방의 대가로 30만t의 대북 식량지원과 금강산 해수욕장 개발비 80만달러 등 수백만달러의 지원을 약속한다는, 이른바 ‘도라산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다는 의혹이 야당 의원에 의해 제기됐다. 아직 이 문제는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 개인차원의 의혹제기에 불과한 수준이다. 그러나 올 연말 대선을 겨냥한 김정일 답방 관련 공작설과 뒷거래설 등이 끊이지 않고 있기에, 이번 기회에 정부와 여권은 이 문제를 명백히 정리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정 의원 폭로에 대한 한 대표측의 반응은 오히려 궁금증을 키우고 있다. ‘완전 소설’이라고 부인하면서도 “기회가 되면 북한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나 확정된 것은 없다”라는 모호한 해명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도대체 ‘도라산 프로젝트’의 실재 여부를 분명히 밝혀야 할 것이다. 최근 ‘신당 창당’을 강하게 언급하고 있는 한 대표가 김정일 답방 같은 일에서 모종의 역할을 수행한다면, 이는 국내정치에 북한변수를 끌어들이려 한다는 야권의 의혹을 스스로 입증해주는 모양이 된다. 더욱이 김대중 대통령과 형식적·대외적으로 절연했다고 주장하는 민주당의 대표가 왜 남북관계의 특사역을 맡아야 하는지 앞뒤가 맞질 않는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이런 의혹을 젖혀놓고 보더라도 김 대통령과 여권이 왜 아직도 김정일 답방에 연연하는 것 같은 인상을 주느냐 하는 점이다. 설령 김정일이 서울에 왔다 간다고 해서, 임기 말의 김 대통령이 남북관계에서 무슨 일을 더 할 수 있단 말인가? 이런 모습은 남북관계라는 국가적 사안을 김 대통령 개인차원의 치적과 혼돈하는 태도에 불과하다. 더이상 남북관계의 ‘깜짝 쇼’ 효과를 기대하며 시간을 허비하지 않는 게 김 대통령이나 여권 전체를 위해서 바람직한 일이다. 조선일보의 사설에 대해 할 말이 많지만 몇 가지만 간략히 지적하고 넘어가련다. 첫째) 라면 '소재'의 편당성이다. 우리 주위를 떠도는 하고 많은 의혹 가운데 조선일보는 왜 유독 증거도 제시하지 않는 정형근 의원 일 개인의 폭로만 갖고 설치는가? 최근 오마이뉴스가 특종 보도한 <한인옥 여사의 '병역비리개입설'>같은 초특급 의혹제기는 조선일보 눈엔 보이지 않는가? 둘째)논조의 일관성이다. 조선일보는 지난 2000년 12월 19일자 사설 <확증 없는 폭로’ 근절해야>라는 글에서 "선거 때만 되면 여-야 가릴 것 없이 상대방을 비방하는 유언비어가 난무하고 근거 없는 폭로전을 일삼는 풍토는 이제 근절되어야 한다.... 명확한 근거 없이 의정단상에서 한건주의식으로 터뜨리는 풍토는 청산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정 의원의 폭로는 이에 해당되지 않는가? 셋째)사설의 품격에 관한 문제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아직 이 문제는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 개인차원의 의혹제기에 불과한 수준이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증거도 제시되지 않은 일 개인의 의혹을, 그것도 책임지지 못할 거짓말을 남발해서 한국 정치판을 흉물스럽게 만든 장본인으로 지목받고 있는 정형근 의원의 의혹을, 소위 대한민국 일등신문이라는 조선일보의 사설에 이처럼 올려도 되는 것인가? 넷째) 사설의 완결성에 대한 지적이다. 조선일보는 사설 말미에서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이런 의혹을 젖혀놓고 보더라도 김 대통령과 여권이 왜 아직도 김정일 답방에 연연하는 것 같은 인상을 주느냐 하는 점이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정 의원이 폭로한 일명 '도라산 프로젝트'의 범주를 넘어서는 전혀 다른 문제다. 조선일보는 '라면 사설'에 이어 새로이 '버터플라이 사설'을 개발했는가? 각설하고, 조선일보가 진정 품위를 아는 고급신문일진대, 앞뒤가 안맞는 정형근 의원의 일방적이고 뜬금없는 의혹을 신문의 얼굴이라는 사설란에 무작정 올려 편당적인 정치공방을 재개하기 전에, 정 의원을 향해 그 구체적인 근거와 확증부터 밝히라고 요구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다. 김대중 정부와 그의 대북 포용정책을 공격하는 것은 그 후에 해도 늦지 않다. 조선일보는 왜 스스로 자기 얼굴에 먹칠을 하려 하는가? 하니리포터 문성(한별) 기자 /aemet@hanmail.net

이름   메일 (관리자권한)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