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가 사설에서 또 한차례 양의 탈을 쓴 늑대라는 본색을 드러내었습니다. 이번엔 이제 막 시작한 상가임대차 보호법의 초기혼란을 가지고 현재 인기가 바닦을 치고 있는 김대중 정부에 뒤집어 씌워, 슬쩍 임차인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양, 선전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설에서는 이렇게 이야기 하는군요. '서민 임차인들아, 우리도 니네 생각해. 이 모든 혼란은 다 김대중 정부의 잘못이니 우리랑 친하게 지내자.' 꼭 이솝우화에 나오는 양의 탈을 뒤집어 쓴 늑대와 같습니다. 상가 임대차 보호법이 무엇입니까? 건물주와 임차인 사이의 일방적인 관계에서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법인데, 일부 약삭빠른 건물주들이 시행을 앞두고 갑작스레 임대료를 올려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쉽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지요. 조선일보는 절대로 이런 구체적인 사실을 말하지 않습니다. 너무 구체적인 사실로 파고들면 본래의 정체가 드러나고 말거든요. 그래서 임대차 보호법이 혼란에 처했다는 말로 두리뭉실하게 넘어가고 있습니다. 이런 초기 혼란을 수습하는 길은 간단합니다. 임대차 보호법 시행한다고 갑작스레 임대료 올리는 건물주들 세무조사 하면 됩니다. 이로도 안되면 더 강경한 조치를 취하면 되구요. 이미 정부에서 발표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제가 잘못알고 있나요? 그러면서 조선일보는 마지막 결론에 가서 현 정부가 추진하는 상가임대차보호법은 혼란만 야기시키니 자율교섭에 맏기는 쪽으로 가야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군요. 자, 이제 늑대의 숨겨진 이빨이 보이십니까? 구체적인 사실에는 접근조차 하지 않은채, 상가 임대차 보호법이 문제가 많다고 하더니, 이 법의 취지를 논하거나, 대안도 내놓지 않고 다짜고짜 자율교섭에 맏기랍니다. 좋습니다. 좋게 봐서 이게 레이거노믹스와 케인지안의 대립이라고 봐야 할까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어느구석에도 그런 내용은 보이질 않는군요. 결국 상가임대차보호법이 초기에 혼란이 조금 있으니 그 취지나 대안은 생각하지 말아라. 다 김대중 정부 잘못이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하면 보완책은 얼마든지 마련할 수 있습니다. 그 취지를 생각하면 더 적극적으로 살려야 할 법이지요. 결국 조선일보라는 늑대는 살찐돼지(김대중 정부)와 불쌍한 어린양(임차인)을 한 큐에 몰아 잡으려는 심보지요. 저두 어릴적 이솝우화를 봐서 압니다만, 그 늑대 정말 고약한 넘입니다. ====================================================================================== [사설] 죽도 밥도 아닌 ‘포퓰리즘’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을 둘러싼 논란과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은 애당초 접근방법이 잘못됐기 때문이다. 영세상인 보호라는 미명하에 시장경제 원칙을 무시한 채 법으로 상가임대료와 계약기간을 규제하겠다는 어설픈 포퓰리즘(대중인기 영합주의)적 발상이 빚어낸 혼란인 셈이다. 개혁의 명분만을 내세워 행정력으로 시장의 가격결정 기능을 대체하려는 정권의 무모함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가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시행령’ 제정을 위한 기초자료로 최근 발표한 ‘임대차 실태’ 조사결과도 새로운 시비를 낳고 있다. 임대료 통계가 왜곡돼 영세상인이나 임대사업자 그 어느 쪽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죽도 밥도 아닌 것’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다. 얼마전에는 이 법이 시행되면 임대계약이 보장되는 5년간 임대료를 조정하지 못할 것으로 오해한 건물주들이 한꺼번에 임대료를 올리면서 상인들이 큰 피해를 입는 소동을 겪기도 했다. ‘선무당이 사람잡는다’는 식으로 정치권이 섣부른 선심정책을 펴려다 오히려 역효과를 낸 것이다. 문제는 임대차보호법의 부작용이 이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앞으로 제정될 시행령 내용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상가 임대료를 과도하게 규제하면 건물 신축이 크게 줄어들고 결과적으로 상인들이 피해를 입는 것은 물론 국민경제적 손실을 야기할 수 있다. 또 시민단체들의 주장처럼 이 법이 건물주를 위한 법으로 변질된다면 또다른 사회적 문제를 유발할 것이다. 정부는 이래저래 말썽많은 임대차보호법의 시행을 서두를 것이 아니라 차제에 계약자유의 원칙을 최대한 존중하고 정부개입은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이 더 바람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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