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배 발언’ 확대보도로 노무현후보 깎아내리기인가 발행일 : 2002.10.17 [364호 8면]   민주당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국민경선 때 한 차례 불거졌던 ‘청와대 음모론’이 언론의 보도를 통해 또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번에는 당시 선대위장을 맡았던 김영배 의원의 발언을 통해 나온 것이어서 귀추가 주목됐으나 일부 언론은 경선 때와 마찬가지로 발언의 진위여부를 파악하기보다는 발언 자체에만 과도하게 관심을 가져 국민경선 자체를 폄하하려는 듯한 보도태도를 보였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정당이 대선후보를 국민경선방식을 통해 선출한 것과 관련해 우리나라 정치사에 한 획을 그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그러나 경선과정에서 수세에 몰렸던 이인제 후보측은 이른바 ‘DJ 친자설’을 들어 청와대가 노후보를 조직적으로 밀어주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의혹제기는 이후보측이 이후 별다른 근거를 내놓지 못하자 수그러들었고, 이를 중계보도한 언론 또한 비판의 대상이 됐다. 하지만 언론은 민주당 대선후보 단일화 추진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김영배 의원이 지난 8일과 9일 잇따라 국민경선에 대해 “국민경선은 사기극…까발릴 수 있다”고 발언하자 10일자부터 주요 정치뉴스로 다뤘다. 동아일보는 10일자 <“국민경선은 사기”>를 시작으로 11일자 <선거인 동원…청와대 음모론…>으로 이어지는 보도에서 김의원의 발언 배경을 자세히 소개했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도 각각 10일자에서 <김영배 “국민경선은 사기”…선대위 임명식 ‘썰렁’/바람 잘 날 없는 민주당> <“국민경선은 사기” 발언 파문…민주당 내분격화> 등을 보도했다. 이들 신문사들은 관련보도에서 김의원의 발언내용을 자세히 소개하면서 이를 비판하는 당내 목소리도 함께 기사화 했지만 무게 중심은 ‘청와대 개입’ 등 여전히 풀어야할 ‘의혹’이 있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는 것이 언론계 내부의 평가다. 실제로 중앙일보는 10일자 사설 <국민경선이 ‘사기극’이었다니>에서 김의원을 질타하면서도 “김근태 의원이 불만을 나타냈던 것처럼 ‘돈잔치’였나, 이인제 의원의 주장처럼 ‘청와대의 보이지 않는 손’이 실제로 작동했다는 것인가. 국민이 사기극에 놀아났다는 얘기인가”라며 이른바 반노(反盧)측의 ‘노후보 깎아내리기 전술’에 부합하는 시각을 보였다. 이에 반해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이들 신문이 김의원의 발언 배경에서 다루지 않은 새로운 설명이 추가됐다. 한겨레는 10일자 <후단협, 커지는 파열음>에서 “(김의원 발언은) 정몽준 의원과 담판을 해 당내 주도권을 뒤겠다는 속내로 해석된다”고 보도했고, 11일자 후속보도에서는 후단협에 참여하고 있는 민주당 장성원 의원의 말을 빌어 “김회장의 협상주도 발언은 개인적인 열망일 뿐 후단협 전체의 의견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경향신문은 10일자 사설 <국민경선은 사기였다?>에서 김의원의 발언에 대해 “오직 승리이데올로기와 반창(反昌)노선이 있을 뿐”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하는 한편 인원동원 문제에 대해서도 처음 실시되는 국민경선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 당 내부적으로 인원을 동원하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한 신문사 편집국 간부는 “노후보가 후단협과는 달리 다른 대선후보와의 연대를 고려치 않겠다고 거듭 밝히고 있는 상황임을 감안한다면 김의원의 발언도 다른 정치적 목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는 게 순서가 아니겠냐”며 “더군다나 이미 대선구도가 본궤도에 오른 시점에서 국민경선의 선명성을 재차 문제삼는 언론의 보도태도는 불공정한 이미지를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영환 기자  hwany@mediaon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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