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하나 돈 내고 보기 운동을 위한 제언 김동민 기자 wanju@hanil.ac.kr   며칠 전 서울 강남의 한 지역에서 자전거 경품공세의 현장을 목격한 적이 있다. 자전거 11대를 늘어놓고 기웃거리는 사람들을 유혹하고 있었다. 나에게도 유혹하길래 물어보았다. "자전거 가져가고 신문 하나 보세요." "이렇게 비싼 자전거 주고 남는 게 있어요?" "요즘 독자들이 하도 신문을 보질 않아서 홍보하는 거예요." "그런데 무슨 신문이에요? 신문 이름을 써놓지 않았네요?" "조선일보예요." "오죽 신문에 자신이 없으면 자전거를 주어야 보나요?" "그런 게 아니고요, 홍보 기간이라 나온 겁니다." 산본의 내가 사는 아파트 입구에도 며칠 전부터 진을 쳤다. 조선일보였다. 몇 가지 물어본 사연은 강남과는 조금 달랐다. 국산 삼천리자전거 21단 12만원짜리를 18개월 구독조건으로 공짜로 주며, 17만원짜리 접는 자전거는 3만원을 내야 된단다. 중국산과는 달리 품질보증서도 준다. 남는 게 있느냐고 물으니, 광고전단지 수입을 겨냥하는 거란다. 경품으로 신문 독자를 꼬드기는 행위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에어컨, 선풍기에서부터 믹서기와 발신표시 전화기를 거쳐 자전거까지 왔다. 이것도 모자라 화장실 비데와 정수기, 김치냉장고 등 상상을 초월하는 고가의 경품까지 등장하고 있다고 한다. 그까짓 게 무슨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고가냐고 할는지 모르겠다. 한달 구독료 1만 2천원, 1년 6개월 구독료 18만원 하는 신문을 보는데 최하 12만원, 최고 189만원짜리 경품이라니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물건을 그렇게 판매하는 기업이 세상에 어디 또 있을까? 이것은 명백히 불법의 불공정거래 행위다. 지난 4일의 MBC <미디어비평>을 봤더니 메이저신문 광고국장이라는 사람이 "생존경쟁이 벌어지는 마당에 불법이 무슨 대수냐"고 하더라. 먹고살기 위해 '생존경쟁'을 해야 하는 광고국장이야 무슨 죄가 있겠는가? '1등경쟁'을 위해 불법을 부추기는 사주와 경영진이 원흉이다. 한겨레신문은 10월 4일자 1면 머리기사와 5일자 2면 박스기사로 이같은 신문시장의 실태를 전했고, 이를 받아 민언련은 논평을 냈다. 다들 공정거래위원회가 적극 규제에 나서야 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솔직히 말해서 공정위를 압박하는 지적은 하나마나한 소리다. 법적으로야 옳은 지적이지만 실천으로 옮길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신문시장의 불법행위를 단속할 의지와 능력이 전혀 없다. 그러면 민언련은 왜 그런 실속 없는 논평을 냈는가? 반성해야 할 점이 있다는 사실을 전제하고 말하자면, 언론운동단체의 능력을 벗어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정부도 못하는 것을 민언련이 무슨 힘이 있다고 나서겠는가 말이다. "시민·사회단체들과 더불어 독자들의 조직적인 대응이 절실하다"(한겨레 10월5일자 사설, '자전거일보'가 지배하는 나라)는 처방이 정확한 판단이다. 신문시장의 문제는 언론의 문제이기 전에 '경제정의'의 문제인 것이다. 시장의 불공정행위를 감시하고 고발해야 할 신문이 스스로의 시장을 불법천지로 만들어놓고 있는 마당에 나라 꼴이 무엇이 되겠는가? 사실은 한겨레신문의 처방도 상당 부분 헛다리를 짚었다. 소위 '언론활용론'을 중시하는 시민·사회단체들이 나서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도대체 방법이 없는가? 딱 한 가지가 있다. '병독지전술'이다. 10여년 전 한 언론학자가 한겨레를 두고 '병독지'(더불어 읽는 신문)라고 했다가 호되게 혼이 난 적이 있다. 돌이켜보면, 그때 병독지전술로 나아가는 게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도 한다. 병독지란 결국 독자들이 분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발행부수도 훨씬 늘어났을 가능성이 크다. 이를 역으로 생각해보자. 조·중·동을 병독지로 삼는 것이다. 얼마나 좋은가? 자전거와 정수기 따위를 싼 가격에 '무이자' 혹은 '장기저리'의 할부로 구입하면 조·중·동 중 하나는 공짜로 넣어주는 게 아닌가? 1년 내지 1년 6개월마다 가정용품을 하나씩 할부로 장만하면서 조·중·동을 돌아가면서 '병독'하는 것이다. 생각을 바꾸면 된다. 여기에 진짜 신문 하나씩은 돈을 내고 정식으로 구독을 한다. 현대인이 가정에서 신문 하나도 구독하지 않는데서야 말이 되지 않는다. 한달에 1만 2천원이다. 요즘 자일리톨껌은 자동차나 사무실 등에서 필수품이 되었는데 그야말로 껌값이 아닌가. 생활용품을 구입하면서 서비스로 넣어주는 조·중·동은 신문으로 생각하지 않으면 된다. 뭉치로 섞여 들어오는 '찌라시' 중 하나로 생각하면 그만이다. 돈을 내고 구독하는 한겨레, 경향, 한국, 대한매일 등을 보면서 독자들은 조·중·동의 작태를 확인하고 경악을 하게 될 것이다. 텔레비전이나 컴퓨터쯤이야 2대 정도 구비하고 있는 가정이 적지 않으며, 구두 한 켤레로 사시사철을 버티는 사람도 드물다. 옷장을 열면 넥타이만 해도 다양한 색상과 디자인으로 즐비하게 걸려 있을 것이다. 신문 하나쯤 돈 내고 제대로 보자. 경품으로 넣어주는 조·중·동을 보면서 신문을 구독한다고 말하지 말자. 창피하게 생각해야 한다. 그 동안 신문시장의 문제를 제기해온 한겨레나 오마이뉴스, 미디어오늘, 민언련 등은 이러한 취지에서 돈 내고 신문보기운동을 펼쳐나가는 것이 현실적 방안이 아닐까 한다. 그리고 조·중·동은 '병독지'로 격하시키는 것이다. 시민·사회단체들도 조·중·동과 척을 지는 게 아니니 어떤 식으로라도 이 운동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 끝으로 신문구독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시민행동수칙을 제안해본다. - 시민행동수칙 - 1. 현재 조선·중앙·동아를 구독하고 있는 독자는 일단 끊고 셋중 다른 하나를 선택한다. (그래도 가급적 조선일보는 대상에서 제외한다) 2. 앞으로 조선·중앙·동아는 절대로 돈을 내고 보지 않는다. 3. 조·중·동은 신문지국(내용적으로는 생활용품 할부판매점)이 거의 상시적으로 실시하는 '생활용품 할부판매'를 이용하면서 '경품'으로 넣어주는 '찌라시'로 받아본다. 4.반드시 품질보증서를 받아둔다. 5. 조·중·동은 신문으로 간주하지 않는다. 6. 정상적인 영업을 하는 신문 하나는 돈을 내고 구독한다. 7. 조·중·동은 공짜로, 신문 하나는 돈 내고 보기 운동을 자신으로부터 시작하여 이웃과 전 사회에 확산시킨다. 8. 이 운동은 경제정의를 실천하고 언론을 바로 세우며, 나아가서 나라의 기강을 바로 세우는 운동이라는 의식을 갖도록 한다. 9. 이 운동은 나의 자의식을 회복하는 운동이라는 사실을 깨닫도록 한다. 10. 이 운동의 의미를 알기 위해 언론운동단체의 홈 페이지를 활용한다. 2002/10/06 오후 8:00 ⓒ 2002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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