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비싼 경품을 동원한 일부 신문사의 불법 판촉경쟁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데도 이를 막아야 할 한국신문협회와 공정거래위원회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어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신문협회는 지난 6월12일 신문 판매시장 질서 회복을 위한 특별 결의문을 채택했다. 각 신문 1면 사고를 통해 나간 이 결의문에서 신문협회는 “신문 판매시장의 혼탁상이 극심한 지경에 이르러 독자들의 비난이 고조되고 있다”며 “공정경쟁 자율규약을 준수함으로써 신문업계의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다짐했다. [사진] 지난 8월29일 낮 12시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언론회관 앞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 산하 신문통신노조협의회 조합원 300여명이 경품 살포로 왜곡된 신문 판매시장 정상화를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그러나 신문사들의 판촉경쟁은 신문협회의 이런 결의를 무색하게 한다. 자전거, 정수기, 비데, 김치냉장고, 디브이디(DVD) 등 온갖 경품이 난무하고, 일선 지국에서는 판촉사원들끼리 멱살잡이까지 벌어지는 실정이다. 신문유통업계는 이런 판촉경쟁이 발행부수공사기구(ABC)의 인증을 앞둔 일부 신문사의 ‘부수 늘리기 전략’에 의해 촉발됐다고 지적한다. 한국신문공정판매총연합회 이우충 회장은 “발행부수공사기구가 지난 여름 <동아일보>와 <중앙일보>에 대한 실사를 벌이자 이들이 유리한 결과를 얻기 위해 판촉경쟁에 나섰다”며 “여기에 자극받은 다른 신문사들도 질세라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한겨레 서울 중계지국장은 “일부 신문사가 값비싼 경품을 들이대자 <한겨레>를 비롯해 거의 모든 신문사가 경품 경쟁에 달라붙었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신문협회는 자율규제를 강화한다는 말만 되뇌고 있다. 신문협회는 지난달 6일 이사회를 열어 ‘동일업자가 자율규약을 3회 이상 위반하거나, 같은 유형의 위반을 3회 이상 계속할 경우 공정거래위원회가 처리하도록 한다’는 방안을 논의했으나 합의를 보지 못했다. 임철수 기획부장은 “이미 공정위에서 신문시장 질서는 자율규약에 맡긴 바 있다”며 “정부의 자의적인 개입은 막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되물었다. 그러나 신문협회의 자율규약은 이미 효력을 잃은 지 오래다. 지난 8월24일까지 각 신문사가 판촉경쟁 과정에서 자율규약을 어겨 신문공정경쟁위원회로부터 부과받은 금액은 동아일보사 14억2200만원, 중앙일보사 3억1600만원, 조선일보사 2억원, 한겨레 1억1200만원 등이다. 하지만 신문사들은 위약금이 강제조항이 아니라는 점을 이용해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납부를 미루고 있다. 공정위 역시 신문협회 자율규약을 우선적으로 따르도록 규정한 신문고시 11조만 들먹이며 팔짱을 끼고 있다. 정재찬 경쟁촉진과장은 “현재 공정위가 할 수 있는 일은 고객의 불만이나 신고를 신문협회에 전달하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공정위가 왜곡된 신문 판매시장에 개입하기 위해서는 11조를 개정하거나 신문협회의 위임을 받아야 하는데, 신문이라는 거대한 권력에 눌려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신문사들의 자율규약이 허구로 드러난 만큼 공정위에 칼자루를 넘겨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최민희 민주언론운동연합 사무총장은 “언론개혁 분위기가 퇴색한 틈을 타서 일부 신문사의 경품 공세가 도를 넘어섰다”며 “신문고시를 개정해 공정위로 하여금 자본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규범인 상거래 질서를 바로잡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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