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수 기자 changsookim@korea.com   지난 8월 서울에서 열린 8.15 민족통일대회는 뜻밖에도 조명애라는 스타를 배출하였다. 북한의 무용단으로 8.15 행사에 참석한 조명애씨는 김포공항에 도착할 때부터 언론의 조명을 받았다. 8.15 행사가 끝나고 조명애씨는 평양으로 떠났지만 인터넷에는 조명애 팬클럽이 생겼고, 언론에서도 자주 소개하였다. 조명애씨가 전통적인 북한의 미인들하고 달리 달걀형의 갸름한 얼굴이 서구형 미인이라며 이제 남북이 미의 기준도 비슷해지고 있다는 기사도 있었다. 민족의 통일을 이루기 위해서 정치, 군사적인 문제들부터 경제, 사회문화에 이르기까지 숱한 문제들을 해결해야 하는데, 북한 여성의 외모에 대해서 왈가왈부한다고 곱지 않게 바라볼 수 있다. 8.15 민족통일대회에 대한 기사보다 조명애씨에 대한 기사가 더 많았던 본말이 전도된 현상을 냉소적으로 바라볼 수도 있다. 언론에서 조명애씨를 두드러지게 보도한 것은 스타만들기를 위한 언론의 상술이라고 비판적으로 접근할 수도 있다. 남북 사이의 대화가 확대되고 있는 지금의 시점에서도 북에 대한 우리의 시선이 경직되어 있음을 부인하기 힘들다. 조명애씨에 대한 언론보도는 북에 대한 경직된 시선을 부드럽게 하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남북이 화해하고 단결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아시안게임 개막식에서 남북이 한반도기를 들고 공동 입장하여 민족화합에 대한 의지를 널리 과시하였다. 아시안게임 개막 이후 남북 공동입장 뿐만 아니라 북한의 응원단이 관심을 끌고 있다. 북한에서 온 응원단이 아시안 게임 최고의 스타가 될 조짐이다. 아시안게임 개막식 다음날인 9월 30일에 대부분의 신문들은 북한 응원단을 소개하였다. <한겨레신문>은 “북쪽 응원단이 세련된 매너와 열린 자세를 보여 부산 아시아경기대회를 ‘통일아시아드’로 만드는 주인공으로 떠오르는 등 남녘 동포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고 있다”고 보도하였다. <경향신문>은 “북 꽃미녀 응원단 참! 곱다”는 제목으로 북측 응원단이 다대포항에 입국한 이후부터 남측 환영객들의 탄성을 자아내고 있다고 소개하였다. <동아일보>는 “세련된 외모, 절도 있는 응원, 북녀 응원단 눈에 확 띄네”라며 사회면에 큼직하게 기사를 실었다. <조선일보>도 또한 “빼어난 외모, 화려한 복장, 일사불란한 응원, 북 응원단 명물로 떴네”라며 북한 응원단을 상세히 소개했고, 북한응원단에 대해서 전반적으로 세련된 느낌을 받았다는 인터뷰도 덧붙였다. <경향신문>은 10월 1일에도 15면 머리기사로 “북한 응원단 가는 곳마다 인기 폭발”이라는 기사를 실으며 “북한 응원단은 어느새 가장 친근한 아시안게임 패밀리로 자리잡고 있다”고 소개하였다. <조선일보>는 한걸음 더 나가 북한 취주악단의 지휘자 정명선씨가 누나부대를 몰고 다니며 스타급 인기를 누리고 있다며 응원단 전체가 아닌 개인을 부각시키고 있다. 특별히 응원한 선수가 있냐는 질문에 대해 북한 응원단의 한 여성은 “개인적으로 응원하는 건 있을 수 없지요. 우리는 단체라는 게 있지 개인은 없습네다”고 대답하였다. 하지만 단체보다는 개인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스타만들기의 비법이다. 마치 월드컵에서 히딩크, 김남일, 송종국 등 개인이 스타가 되어서 월드컵의 열기를 고조시킨 것처럼. <조선일보>는 정명선이라는 개인을 부각시키며 제2의 조명애 만들기 작전을 다른 신문보다 한발 앞서 시작하고 있다. 물론 누가 스타가 될지는 더 두고봐야할 일이지만... 북한응원단에 대한 관심은 다양하게 표출되었다. <조선일보>는 제2의 조명애 만들기를 시작한 바로 그날의 독자란에 ‘획일화된 외모의 북 응원단’이라는 기고를 실었다. 북한의 여성 모두가 미모의 여성이 아닐 것이고 키 또한 각양각색임에도 불구하고 비슷한 키에 하나같이 미모의 여성을 응원단으로 선발한 것이 아쉽다는 내용이다. 북한의 응원단이 관심을 끄는 것은 여성들로 구성된 것이 큰 이유이다. 북한 여성 응원단들이 빼어난 외모에 당차고 야무지고 재치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더 큰 관심을 끌게 될 것이다.   ▲ 김 창 수 (민족회의 정책실장)   ⓒ2002 희망네트워크 북한을 몇 차례 다녀오면서 느낀 것은 남과 북은 ‘다름’과 ‘같음’이 뒤섞여 있다는 것이다. 남북은 사회주의와 자본주의라는 체제와 제도의 ‘다름’에도 불구하고 한 핏줄이라는 ‘같음’을 숨길 수 없다. 그래서 남북의 통일은 같아지려고 하는 것이 아닌 ‘같음’에 기초해서 ‘다름’을 인정하는 과정 속에서 이루어질 것이다. 서로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이 소중한 통일연습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남북의 제도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이질감은 서로를 어색하게 만들고, 이 어색함은 때로는 적대적으로 표현된다. 서로에 대해서 아직도 야만스럽고 우둔하기 짝이 없게 대한다는 느낌이 든다. 북한 응원단에 대한 관심이 설사 남성 중심적인 사고에서 비롯된 것일지라도 바로 그 남성들이 야만하고 우둔한 대북인식의 주인공들이라는 점에 주목해야한다. 북에서 온 곱고 야무진 여성 응원단에 대한 언론의 보도가 북한에 대한 경직된 시선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꾸는데 도움을 주기를 바란다. 2002/10/01 오후 5:12 기사제공 기관 : 희망네트워크 ⓒ 2002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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