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속보다 포장, 신문내용보다 경품이 중요한 나라 문성 기자 aemet@hanmail.net   최근에 나는 여행전문가 모모씨로부터 '배보다 배꼽이 큰' 기괴한 종족들이 살고 있다는 어떤 나라에 대해 들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 나라의 정식 이름은 '리파브릭오브꼬레아'(REPUBLICOFKOREA), 줄여서 보통 '꼬레아'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오리엔트대륙 동쪽 맨끝 어딘가에 자리하고 있다고 합니다. 모모씨로부터 전해들은 그곳 사람들의 이야기가 너무나 괴이하고 충격적이어서 잠깐 말씀드릴까 합니다. 모모씨 말에 따르면, '꼬레아' 사람들은 하나같이 극심한 근시안족(近視眼族)들이어서 눈앞의 것만 겨우 식별하지 조금 떨어진 것은 전혀 인식하질 못한다고 합니다. 이처럼 앞날은 생각하지 않고 현재의 이익에만 탐닉하다보니 장사치들도 사람들의 시선을 홀릴 수 있는 겉모양 꾸미는 데만 지나치게 신경을 쓰고 품질 같은 것은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는다는군요. 그렇다 보니 자연 그곳 주민들은 속보다 겉을 더 중시하고 알맹이보다 껍질을 더 숭상하는 해괴한 습성을 가지게 되어, 선물을 받을 때도 화려한 포장지만 따로 빼어 보관하고 그 속에 담긴 선물은 휴지통에 던져버린다는 겁니다. 그곳 사람들 말이 '선물을 빛내기 위해 포장하는 것이 아니라 포장지를 빛내기 위해 선물을 한다'나요. 황당하지 않습니까? 몇 가지 예를 들어 말씀드리면 보다 더 이해하기가 쉬울 것입니다. 정상적인 나라에서는 회사에서 일꾼을 뽑을 때 대개 누가 그 일에 가장 적격이며 누가 가장 유능한가를 보고 고릅니다. 하지만 '꼬레아'에서는 누구 외모가 가장 반듯한가를 보고 선택한다고 합니다. 특히 여성의 경우가 더욱 심한데, 아무리 재주와 실력이 뛰어나도 얼굴이 못받쳐주면 끝장이라는군요. 직장에서 일할 사람을 뽑으면서 그것과 전혀 무관한 얼굴을 선발의 기준으로 삼는다는 게 우리들에게는 해괴망측하고 어리석게 보이지만, 그쪽 주민들에게는 너무나 심각한 현실이어서 사회에 진출하려는 남성이나 여성들은 실력을 갈고 닦는 대신 비싼 돈을 들여 얼굴을 뜯어고치고, 여학생들은 성형수술을 하기 위해 어려서부터 저축을 한다고 합니다. 이뿐 아닙니다. '꼬레아'에서는 남녀가 적령기가 되어 결혼을 하려 할 때에도 사랑을 먼저 생각하는 게 아니라 상대방의 조건을 주로 살핀답니다. 그곳 여성들은 남성들의 사회적 지위나 경제력 등을 따지고, 반면에 남성들은 여성들의 외모나 학력, 집안의 배경이나 경제력 등을 따져서, 양가의 이해가 일치하면 식을 올린다는군요. 혼수가 적다고 이혼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죠, 아마? 그런데 더 한심한 건, 그곳 어린이들도 어른들을 따라서 과자를 고를 때 어떤 과자가 가장 맛이 좋고 건강에도 도움이 되느냐를 가지고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과자에 가장 많은 경품이 딸려 있느냐를 선택의 기준으로 삼는다는 겁니다. 외모 보고 구인(求人)하고, 조건 보고 결혼하는 나라의 후예들답다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까. 그러나 그 중에서도 가장 골때리는 건 바로 신문구독에 관한 것입니다. 그곳 주민들은 신문을 고를 때 신문의 품격이나 논조, 정치적 색깔 등을 전혀 참고하지 않고 오로지 신문사에서 무엇을 경품으로 주는가에만 관심을 쏟는다는 겁니다. 최근엔 각 신문사들마다 고가의 자전거를 길가에 진열해놓고서 "우리 자전거가 더 좋으니 신문을 구독하라"고 경쟁적으로 삐끼질까지 하고 있다더군요. 만약 이런 일이 문명사회에서 일어났다면, 필경 난리가 나도 단단히 났을 겁니다. 우리를 어떻게 보았길래 이따위 저속한 미끼로 우리들의 정신을 홀리려 하느냐고 당장 자전거판을 뒤집고 나아가 경품을 제공한 신문사까지 쳐들어가 호되게 추궁하겠지요. 그러나 그곳 주민들은 그저 공짜로 자전거가 주어지는 것만 생각하고 희희낙낙 신문구독란에 열심히 사인을 해댄답니다. "이것 정말 공짜죠?" 하면서. 아마 많은 분들이 내 말을 듣고서 "그것 진짜냐? 꾸며서 한 이야기가 아니냐? 너무나 황당해서 믿을 수가 없다"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맹세코 내 말은 사실입니다. 나도 처음에 모모씨로부터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믿지 않았으니까요. 왜 그렇지 않겠습니까. 세상에 이처럼 어리석고 바보같은 족속들이 실재한다고 누가 상상이나 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세상에는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하는 신비한 일들이 즐비한 법입니다. 나도 모모씨의 이야기를 들을 때 하도 놀라워서 그에게 그 진실성 여부를 누차 따져 물었습니다만, 그가 제시하는 그림을 보고서는 믿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하여 놀라움과 기괴함을 추스리면서 이렇듯 말씀드리는 겁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불가사의한 종족들의 실재를 전해드리기 위해서.   ▲ 조중동 3사가 '21단 자전거'를 앞세우고 판촉전을 벌이고 있다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 공짜 자전거로 신문구독을 유혹하는 2002 대한민국의 실상이 하도 슬프고 안타까워 이를 이야기형식으로 에둘러 쓴 것입니다. 조금 과장이 있더라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넋두리)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에 나오는 주민들은 금붙이에 관심이 없어 돌처럼 내다버린다지요? 하긴 그래서 '부재하는 땅'이라 불리는지 모르겠지만... #. 이 기사는 하니리포터에도 송고했습니다. 2002/09/28 오전 05:37 ⓒ 2002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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