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식 기자 codess@lycos.co.kr   2002년 9월 27일자 조선일보는 이한우 논설위원의 지식인 동면 깨우는 제안이 실렸다. 이 글에서 이한우 논설위원은 지식인 사회의 침묵과 동면에 대해서 지적하고 있다. 에피소드만 있지 사건은 없는 지식인 사회의 침묵을 비판한다. 이한우 논설위원이 지적하는 침묵과 동면의 이유는 둘이다. 서구 지식공장들의 침체로 지식수입상인 한국지식인들이 동반 침체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하나다. 나머지 하나는 니체식의 허무주의에 감염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한우 논설위원이 지적하고 싶은 것은 이 두 가지 이유가 아니다. 침묵의 원인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다. 그 원인은 나대는 무식한 지식인들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들이 정권과 편을 짜고 헤집고 다녀서 지식인 사회가 침묵한다는 것이다. 민주화 단계에 접어들면서 권력과 지식인의 거리는 급속도로 가까워졌고, 자연스레 정치권력의 분파주의가 지식인 사회에도 스며들었다. 1980년대 지식인 사회의 논의를 이끌던 상당수가 권력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스스로를 진영화(陣營化)했다. ‘어용지식인’이란 단어가 아예 사라진 것도 그 때문이다.-이한우 논설위원의 중간 부분 이한우 논설위원이 지적하는 것은 이것이다. 조선일보를 공격하는 지식인들은 엉터리들이라는 것이다. 그들은 정권과 결탁한 자들이다. 검증 안 된 사이비 지식인들이다. 이를 이야기하기 위해 조선일보가 호되게 당할 뻔했던 세무사찰을 엮어서 이렇게 이야기한다. 2001년 권력에 의한 언론사 세무사찰은 지식인 사회에 광풍(狂風)을 몰아왔고, 그 사건을 계기로 지식인 사회의 진영화는 절정에 달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현재와 같은 지식인 사회의 동면은 그런 진영화, 편가르기가 낳은 산물이다. 진영화의 폐해는 엉뚱한 데서 나타났다. 논의의 질(質)이 전혀 걸러지지 않음으로써‘수준미달 지식꾼’들이 대거 지식인 광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진영 사이의 백병전에서 중요한 것은 ‘머릿수’이지 ‘머릿속’이 아니다.-이한우 논설위원의 글 가운데 부분 이 위원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조선일보를 비판하는 지식인들이 사이비, 무식, 엉터리라는 것이다. 과연 그런가 세무사찰에 나선, 거대권력 언론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다는 것은 우리 사회에서 자살행위이다. 이 때문에 지식인들이 서명하는 것은 연구보다 더 힘든 일이다. 그런데 이한우 논설위원은 즐기기 위해서 연구서보다 서명판에 이름을 올린다고 말한다. 이한우 논설위원은 그것은 기상천외의 이벤트일 뿐이라고 기상천외하게 이벤트화 한다. 다음 글에서 잘 나타난다. 학자라면서도 연구서 쓰기보다 서명판에 이름 올리기를 즐기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런 싸움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은 공동체에 대한 애정과 치밀한 논리가 아니라 무지(無知)의 또 다른 얼굴로서의 ‘용감함’이다. 최근 몇 년간 우리는 지성이나 성숙함과는 거리가 먼, ‘용감한’ 지식인들의 기상천외한 이벤트를 수없이 목격했다.-이한우 논설의원의 글 가운데 부분 중요한 것은 왜 지식인들이 숨어 버렸나에 대한 이한우 논설위원의 인식이다. 이는 대선과도 연결된다고 하면서 이한우 논설위원은 중요성을 부각시킨다. 다음 글에서 지식인들이 숨어버린 이유에 대해서 말한다. 군인이 아닌데 이런 그들을 비겁하다고 비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자연 그들은, 논쟁은 증발되고 이전투구의 싸움터가 돼버린 공론장(公論場)을 하나둘씩 떠났다. ‘용감한’ 지식인 진영이 노린 것도 바로 그 점이다. 장(場)을 떠난 지식인들은 각자의 연구실과 서재로 숨어들었다. 위축될 대로 위축된 그들은 자신들을 애타게 찾는 소리마저 봉변의 음모로 받아들일 만큼 겁에 질려 머리를 들려하지 않았다. 이 상황에서 그들은 잠을 자기로, 혹은 잠든 척하기로 결심한 것 같다.-글의 가운데 조선일보 세무사찰에 대해서 무식함을 드러내며 기상천외의 이벤트나 하던 사이비, 검증 안된 지식인들이 권력과 야합하여 진영을 짜서 공세를 취하는 흙탕물 분위기 때문에 진정한 지식인들이 피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한우 위원이 말하는 진정한 지식인들은 누구인가 먼저 진정한 지식인은 좌파의 상대적 개념이다. 이한우 논설위원은 좌파에 대한 노이로제, 콤플렉스가 있는 것인가. 항상 좌파가 한국 사회를 주름 잡아왔다고 생각하고 있다. 언제 좌파 지식인이 주류였나. 항상 당하지 않았나. 이 위원은 당해왔던 주류들에 대해 비아냥거린다. 좌파 지식인들을 조선시대명분주의자 혹은 꽉 막힌 금욕주의의자로 비유하면서 재미없고 인생을 즐길 줄 모르는 이들로 조소한다. (禁慾主義 그 이후 ...이한우 조선일보 2002. 7.26) 이한우 의원이 니체를 너무 닮았다. 감정적 민족주의자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고 본다. 그것은 비학술적 감정적이라서 현실적인 2국가와 배치된다는 이유로 폐기해야 한다고 본다.('북조선'엔 관대한 지식인들 ... 이한우 조선일보 2002.7.4) 민족주의가 감상적인 것인가 그리고 학술적이지 못한 것이기 때문에 배격해야 한다는 말인가 현실의 2체제 때문에 민족이라는 공동체를 배격하자는 것인가 이한우 위원이 생각하는 비감상, 학술, 현실적 2체제론이 더 중요하다는 이유는 아무래도 납득하기 힘들다. 그리고 우리 사회에 민족주의를 외치는 이들은 이제 소수가 되어 갈수록 힘을 잃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가. 왜, 무엇을 위해 오히려 적을 애써 만들고 과대 포장하는가. 두 번째는 저널리즘에 복무하는 지식인들이다. 여기에서 이한우 논설위원이 모를 리 없는 부르디외의 이야기를 잠시 빌린다. 부르디외는 지식인들이 자신을 평가할 수 있는 능력을 박탈당하고 있으며, 그 대신 상업적인 저널리즘 가치에 휘둘리고 있다고 했다. 이는 신문을 팔아먹기 위해서 지식인들을 이용하는 행태에 대한 질타이다. 이렇게 상업적인 저널리즘에 휘둘리는 바람에 지식인들은 도피, 침묵한다. 그래서 부르디외는 지식인들을 위해 그는 자유라는 정기 연구 출판물을 만들지 않았나. 그것은 거대 저널리즘에 대한 저항이자 방어이다. 과연 이한우 위원이 공격하여 폄하하는 지식인들이 장을 가지고 있는가. 박탈당했다. 그 원인은 다음과 연결된다. 뉴스의 가치를 무시하고 자기들이 정한 의제에 따라 입맛에 맞는 지식인들을 골라다가 그들의 브랜드를 이용하여 자신들의 이익을 챙긴 이들이 누구인가. 조선일보가 아닌가. 시장 장악 1위가 그러니 다 따라가는 것은 당연하다. 그것은 언론개혁 과정에서 드러났다.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지식인들을 전공분야, 전문성에 상관없이 대거 포진시켜서 반개혁적 행태를 보인 것은 어느 신문인가 조선일보 아닌가. 조선일보 말대로 우리나라 신문시장을 장악한 조선일보! 이에 대한 저항과 방어, 그것이 적절한 매체를 가지고 있지 않은 지식인들이 거리에 나오는 이유 아닌가. 그들이 자신들의 장, 공간을 갖지 못하게 한 것은 조선일보류의 상업성으로 지식인과 학술을 비판, 재단하는 저널리즘 때문이다. 그 저널리즘을 부수지 않고는 이한우 위원이 말하는 지식인의 장(場)을 가질 수 없다. 지식인의 침묵 원인은 무식하고 용감하면서 검증되지 않은 지식인들이 아니다. 그렇게 규정, 치부하는 상업적 저널리즘, 그리고 그 왕좌에 있는 조선일보다. 지식인의 동면을 깨우고 봄을 부르는 것은 조선일보 저널리즘 시스템의 해체에서 비롯된다. 왜 이한우 위원은 좌파에 대한 콤플렉스를 발동시켜 반성 없는 주객이 전도되는 지식인 침묵론을 이야기하는 것인가. 진정한 지식인이 되기는 쉽다. 대통령선거에서 조선일보 시각을 재생산하면 된다. 찬동하면 된다. 찬양하라! 그것이 진정한 지식인이 할 일인가. 그것이 진정한 지식인을 꿈꾸는 이한우 논설위원이 할 일인가.   [트렌드 & 아젠다] 지식인 동면 깨우는 제안 지식인 사회가 동면(冬眠)에서 깨어날 줄을 모른다. 최근 몇 년간 단발성 논란들은 있었지만 한 시대의 획을 그을 만한 논의는 눈을 씻고 봐도 보이지 않는다. 지식인 사회에 에피소드(episode)만 있지 시대적 사건(epoch)은 없다는 지적이 설득력있게 들린다. 한국 지식인들의 동면은 두 가지 측면에서 볼 수 있다. 첫째는 이론 수입상을 자처해 온 국내학계가 서구학계의 지식생산성 저하로 별로 수입할 게 없어지면서 생긴 결과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수입한 큰 물건이라면 아마도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포장에 쌓여온 독일 철학자 니체일 것이다. 그러면 니힐니스트 니체를 수입하는 바람에 우리 지식인들도 허무聆퓻?감염돼 동면에 들어간 것일까. 그렇다면 그것은 깊은 잠이며, 깨어나려면 한참을 기다려야 할 것이다. 그러나 잘 들여다 보면 우리네 지식인들의 침묵이랄까 동면은 그 같은 거창한 외부요인보다 내부요인에서 비롯된 것 같다. 군사정권 때는 권력과 지식인 사회 전체가 대립했기 때문에 지식인들끼리는 큰 문제가 없었다. ‘어용(御用)지식인’ 정도가 왕따의 대상이었다. 민주화 단계에 접어들면서 권력과 지식인의 거리는 급속도로 가까워졌고, 자연스레 정치권력의 분파주의가 지식인 사회에도 스며들었다. 1980년대 지식인 사회의 논의를 이끌던 상당수가 권력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스스로를 진영화(陣營化)했다. ‘어용지식인’이란 단어가 아예 사라진 것도 그 때문이다. 2001년 권력에 의한 언론사 세무사찰은 지식인 사회에 광풍(狂風)을 몰아왔고, 그 사건을 계기로 지식인 사회의 진영화는 절정에 달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현재와 같은 지식인 사회의 동면은 그런 진영화, 편가르기가 낳은 산물이다. 진영화의 폐해는 엉뚱한 데서 나타났다. 논의의 질(質)이 전혀 걸러지지 않음으로써 ‘수준미달 지식꾼’들이 대거 지식인 광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진영 사이의 백병전에서 중요한 것은 ‘머릿수’이지 ‘머릿속’이 아니다. 학자라면서도 연구서 쓰기보다 서명판에 이름 올리기를 즐기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런 싸움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은 공동체에 대한 애정과 치밀한 논리가 아니라 무지(無知)의 또 다른 얼굴로서의 ‘용감함’이다. 최근 몇 년간 우리는 지성이나 성숙함과는 거리가 먼, ‘용감한’ 지식인들의 기상천외한 이벤트를 수없이 목격했다. 지식인은 특성상 몸을 사리는 편에 속한다. 군인이 아닌데 이런 그들을 비겁하다고 비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자연 그들은, 논쟁은 증발되고 이전투구의 싸움터가 돼버린 공론장(公論場)을 하나둘씩 떠났다. ‘용감한’ 지식인 진영이 노린 것도 바로 그 점이다. 장(場)을 떠난 지식인들은 각자의 연구실과 서재로 숨어들었다. 위축될 대로 위축된 그들은 자신들을 애타게 찾는 소리마저 봉변의 음모로 받아들일 만큼 겁에 질려 머리를 들려하지 않았다. 이 상황에서 그들은 잠을 자기로, 혹은 잠든 척하기로 결심한 것 같다. 지식인의 부재(不在)는 역설적으로 그들의 존재이유를 보여주고 있다. 당장 우리 시대가 어디로 흘러가는지, 또 어디로 흘러가야 하는지, 세계화와 정체성 위기는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 현 단계 우리 사회의 핵심 문제는 무엇인지에 대한 거시적인 전망 제시는 결국 지식인이 담당해야 할 몫이다. 우리 사회가 어느 시점에서부터인가 멈춰버린 듯한 표류감이랄까 정체감(停滯感)에 대한 해결책도 지식인들이 내놓을 수 있다. 대통령선거라는 게 정치인들에게야 전쟁 같은 사건이겠지만, 지식인들로서는 한국사회의 새 차원을 열기 위한 고민의 시발점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 고민들의 성과를 던져놓고 정치인들이 따라오게 할 때 정치권력에 의한 지식인의 진영화, 예속화는 한 차원 높게 극복할 수 있다. 그런 맥락에서 우선 ‘2002년 한국에서 지식인이란 무엇인가’라는 화두로 논의를 시작해 볼 것을 제안하고 싶다. 지식인들이여, 이것도 당신들의 잠을 깨우기에는 미흡한 제안인가? (이한우/논설위원 hwlee@chosun.com ) 위 기사는 한겨레신문 '하니리포터'에도 실렸던 글입니다. 2002/09/27 오전 11:48 ⓒ 2002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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