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무슨 약점 있나?
-7월 27일자 <조선일보> '김대중 칼럼'을 읽고


오승훈
(조선일보반대연세인모임 대표)

    연이은 폭염으로 하루하루가 고단한 요즘, 우리네 삶의 불쾌지수를 더욱 높여주는 이 있으니 그가 바로 조선일보 김대중 편집인이다.
   오늘 자(7월 27일) 김대중 칼럼('북한에 무슨 약점 있나')은 숨이 턱턱 막히는 무더위가 낳은, 기가 턱턱 막히는 무식함의 극치다. 평소 '헛소리의 달인'이라 평가받은 그가 이제 쉰소리의 음역까지 넘보는 것인지, 아님 더운 날씨 탓에 헛소리가 단지 쉰소리가 된 것인지, 소리 지르는 그의 입에서 오늘따라 단내가 더 심하다. 더위 먹고도 쉰소리하지 않는 사회를 위해, 그를 반면교사로 삼아 이야기하자.



   그의 칼럼은 민심을 들먹이려는 듯 '요즘 항간에' 떠돈다는 말을 언급하며 시작한다. "김대중(DJ) 대통령과 이 정권이 북한에 무슨 약점 잡힌 것 있는 것 아니냐?"는 말이 그것이다. 이윽고 친절하게 "그렇지 않고서는 북한에 대해 사사건건 양보하고 기어 들어가고 비위 맞추는 DJ의 행태들을 도저히 설명하기가 어렵다"는 해설을 보탠다. 그냥 자신의 생각이라고 말하면 될 것을, 조선일보와 김대중은 항상 이런 식이다. 확인할 수도, 확인되지도 않은 말 뒤에 숨어서 짐짓 민의를 대변하는 듯, 객관적인 것처럼 꼼수를 둔다. '~라면사설'과 함께 민심운운이, 군림하되 책임지지 않으려는 조선일보와 김대중이 즐겨 애용하는 단골메뉴인 까닭이다.


   한국사회의 여론왜곡에 성이 차지 않았던 것일까. 김대중과 조선일보는 북한 여론마저 자기 멋대로 단정하기에 이른다. '김대중(DJ)은 북조선에 쌀과 달러를 가장 많이 준 남조선 지도자'이고, "우리는 '남조선에 김대중이가 있을 때 다 받아내자'는 말들을 한다"는 월간조선 8월호 북한 노동당원의 인터뷰를 인용하면서 김대중은, 현 정권이 "북한에 이용당하고 있다"며 분통해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자존심을 잃게 한 DJ는 남은 임기 동안 남북문제에서 손을 떼라는 것의 그의 '고언'이다.


   사실 김대중이 말한 '항간의' 얘기가 전적으로 틀린 말은 아니다. 김대중 대통령과 이 정권이 북한에 약점 잡힌 게 있기 때문이다. 내가 보기에 그 약점은, 다른 그 무엇이 아닌, 북한과 우리가 더불어 살아야 할 한 식구라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30여 년의 군사정권 동안 북한을 한 식구처럼 대해준 것은 아마 이번 정권이 처음이 아닐까 싶다. 바로 이 점에서 현 상황의 남북관계 교착국면의 원인은, 남한의 이런 인식을 인지한 북한이, 이것을 '약점' 삼아 무리수를 둔 측면이 크다. 단순화의 위험을 무릅쓰고 예를 든다면, 연인사이에서 상대방에 대해 내가 어떻게 해도 "그 사람은 나를 떠나지 못해"라는 생각으로 무책임한 행동을 일삼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럼 어찌해야 하나. 조선일보의 말처럼 본 때를 보여주던지 아님 영원히 갈라서야 하나. 개인사이의 연애도 마찬가지이거니와 통일의 문제도 신뢰를 주는 자세가 중요하다. 혹자는 북한이 신뢰를 주지 않기 때문에 상호주의가 필요하다고 한다. 그러나 굶어죽고 있는 식구를 두고 손익을 들먹이는 것은 인간의 도의가 아니다. 상호신뢰의 토대는 상대방의 대한 관심과 이해를 바탕으로 인도주의적 지원의 끈을 놓지 않을 때, 더디지만 가능할 것이다. 사랑이 무조건적이어야 하듯 남북 간의 교류와 협력도 조건 없이 이루어져야 함이다. 현 정권의 유일한 치적인 대북정책이 그나마 돋보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래도 정녕 조선일보와 김대중이 현 정권의 대북 정책을, '대북 퍼주기' 내지는 '저자세'로 부르고자 한다면, 먼저 조선일보와 김대중 자신의 '대미 퍼주기' 내지는 '저자세'를 반성할 일이다. '자존심'을 목숨처럼 여기는 김대중과 조선일보가 차세대 전투기 선정 사업에서 여중생 살인사건에 이르기까지 보여준 비굴한 보도태도를 나는, 알고 있다. 또한 미국에 대해선 그리도 굴욕적인 조선일보와 김대중이 왜 유독 북한에 대해서만 그리도 대단한 '자존심'을 세우려하는지를 우리는, 알고 있다. 그리하여 조선일보와 김대중이 어떠한 자들인지를 민의는, 알고 있다.


   '항간에' 떠도는 말을 잘 듣는, 귀 밝은 김대중이 '항간에' 떠도는 이 말은 들어 보았을까. 자기 입맛에 맞는 민의(?)만을 수렴하는 조선일보와 김대중에게 이런 민심이 들어도 못들은 척 했을 터, 다시 한번 귀 기울여 보길 바란다.


   "김대중 발행인과 조선일보가 미국에 무슨 약점 잡힌 것 있는 것 아니냐?" "그렇지 않고서는 미국에 대해 사사건건 양보하고 기어 들어가고 비위 맞추는 조선일보의 행태들을 도저히 설명하기가 어렵다." 이제 들리는가. 이 진정한 민의가.


<13인위원회의 신문읽기10>은 7월 30일(화) 김택수 변호사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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