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바야흐로 언론정권의 탄생을 목전에 두고 있다. 앞으로 몇 가지 변수가 남아있기는 하지만 그 가능성은 매우 높아 보인다. 이것은 누가 대통령에 당선되느냐와는 다른 차원이다.  언론정권이란 무엇이며, 그 파장은 어떻게 나타날까? 언론정권이란 언론권력과는 다른 개념이다. 언론권력이란 족벌신문(들)이 언론의 권위를 이용하여 스스로 권력화된 상태를 지칭한다. 이 같은 상태는 이미 오래 전에 형성되기 시작했지만, 보편화된 현상으로 부각되었을 때 비로소 명명된 것이다. 특히 그들이 과거에 복무하던 정치권력을 능가하는 힘을 갖게 되었을 때 보편성을 띠게 된 것이다. 조선일보가 김영삼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드는 데 성공한 이후 문민정부를 들었다 놓았다 하던 때를 상기하면 된다. 97년에는 '이회창 후보 대통령 만들기'를 주도했던 중앙일보가 이에 가세하였다. 그러나 아직까지 언론이 정치권력을 획득한 단계는 아니다. 이를테면 행정부를 아직은 완전히 장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족벌신문들이, 특히 기자협회보 조사에서 드러났듯이 조선일보가 이회창 후보에게 유난히 편파적으로 유리한 보도를 하는 까닭은 이렇게 정치권력을 획득하기 위해서다. 우월적 지위에 만족하지 않고 그들이 선택한 후보와 정당을 대통령과 집권당으로 만들어 수렴청정을 하기 위한 것이다. 더 나아가 직접 대통령이 되겠다고 할는지도 모르지만, 이 상태로 이미 언론정권은 성립하는 셈이다. 언론정권의 문제는 무엇인가? 군인들이 총부리를 돌려 정치권력을 획득함으로써 성립된 군사정권의 폐해를 우리는 30년 동안 겪어왔다. 공과에 대한 시비를 떠나 군인들이 본분을 팽개치고 정치의 전면에 나서는 행위를 찬성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마찬가지다. 중립을 지키며 감시의 기능을 수행해야 할 언론이 사회적 권력의 지위를 누리는 것도 모자라 아예 정치권력을 접수한 상태. 이것이 바로 언론정권이며, 그 폐해는 군사정권을 능가할 것이다. 과거에는 '보도지침'이 있었지만, 언론정권에서는 '정치지침'과 '행정지침'이 '하달'될 것이다.   족벌신문들은 이회창 후보를 어떻게 돕고 있는가? 가장 확실한 하나만 보자. 소위 병풍 잠재우기다. 방법은 여러 가지로 나타난다. 한나라당이 방송사를 윽박지른 신보도지침의 한 요구사항이었던 '이회창 후보의 아들'이라는 수식어를 사용하지 않으며, 서류조작과 대책회의라는 새로운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음에도 일찌감치 '케케묵은' 의혹으로 규정했으며(중앙 7월20일자 사설, '누가 석고대죄 해야 하나'), 새로운 증인과 증언이 나와도 보도하지 않거나 희석시키며, 김대업과 민주당 나아가서 청와대를 연계시키며, 무엇보다도 김대업 씨를 파렴치범으로 몰아 유권자로부터 격리시키는 작업을 집요하게 시행한다는 점 등이다. 각종 조사에서 70 퍼센트 정도의 국민이 병역비리가 있었던 것으로 믿는 상황에서 이회창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된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언론권력의 승리인 셈이 된다. 이 후보 스스로 병역비리가 있다면 후보직을 사퇴하고 정계를 은퇴하겠다고 한만큼 폭발력을 지닌 이 사안의 열쇠는 김대업 씨가 쥐고 있다. 이 상황에서 언론권력은 진실규명을 회피하면서 김대업 죽이기에 혈안이 되어 있는 것이다. 하다못해 국무총리 지명자에 대해서도 혹독하게 검증하는 신문들이 대통령 후보에 대해서는 이렇게 이중잣대를 보이고 있다. <단독입수 - 판결문으로 본 김대업의 범죄들, 사기·협박·뇌물수수·공문서위조·고위공직자 사칭···> 주간 조선 기사의 제목이다. 반면에 조선일보 16일자 5면의 <정치 인사이드 - 무미건조한 이후보 스타일>은 한나라당 당보에서나 찾아볼 만한 감동적인(?) 휴먼 스토리다. 도둑놈 김강룡과 사기꾼 최기선의 말을 어떻게 보도했는지를 따지기보다는 언론의 자유를 강조했던 밀의 <자유론> 한 대목을 상기시키는 것으로 대신하고자 한다. "권위에 의해서 억압받도록 되어 있는 의견은 어쩌면 진리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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