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vER-Mind 제 목 [조서닐보 바로보기] [김대중 칼럼] “북한에 무슨 약점 있나?” 이론은 이론일 뿐이다. 이 말은 이론이 가지는 한계를 지칭한다. 현실은 늘 단일 케이스라고 볼 수 있다. 구름을 늘봊만 한번도 같은 모양의 구름이 없듯이 인간사라는 것도 똑같은 인생은 존재하지 않는다. 만인의 인생사는 만인의 인생사에 대해서 차별적이다. 다만 우리는 대충 비슷한 상황이란 근사치를 통해 타인의 삶에 동감할 수 있을 뿐이다. 이것은 타인에 대해 이해를 하고자 할때 중요한 준거점이다. 반면 그것은 또한 어디까지나 근사치일 뿐이다. 이것은 국가간의 관계에서도 공히 적용되는 것이다. 즉 일반적인 원칙은 있으되 상황에 따라, 상대에 따라 원칙은 부분적으로, 혹은 전면적으로 수정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북한과 우리의 관계가 그러하다. 북한은 여전히 국경선을 접한 적대적인 국가임과 동시에 통일의 대상이다. 북한이 바라보는 남한도 그렇다. 100% 적대시하기도, 100% 친하게 지내기도 힘든 관계다. 이런 관계에서 '국가적 자존심'이란 과연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일까? 연평교전이후부터 북한의 유감표명에 이르기까지 조서닐보의 일관된 논리가 바로 저것, '국가적 자존심'이다. 국방부가 확전을 우려하여 침몰시키지 않았다고 발표했을 때도, 북한이 유감을 표명했을 때도 한결같았다. 이 '국가적 자존심'은 북한을 향한 것이 아니다. 바로 우리를 향해 외치는 것이다. 확전의 가능성이 있을지라도 자존심을 위해서라면 북한 함정을 침몰시켰어야 했으며, 북한이 외교적인 수사를 동원하여 유감을 표명했을 때라도 그 유감표시를 받아들이면 안 된다. 더우기 현재 집권중이며 업무를 수행중인 정권과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서만큼은 아무런 업무도 수행하면 안된다. 이것이 바로 조서닐보가 말하는 '국가적 자존심'이다. 이 '국가적 자존심'은 자존심이 아니라 사실상 정권흔들기이며 국가의 근간인 행정부의 업무처리까지도 좌지우지하려는 조서닐보의 오만함의 표현일 뿐이다. 하긴 대선이 가까워온 시점이니만치 조서닐보가 왜 저런 무식한 짓을 해대는지도 이해가 된다. 자존짐이란 심리적인 만족을 줄지는 모르지만 현실적인 이익과는 별 상관이 없는 경우가 많다. 흔히들 인간관계의 고충을 토로하는 사람들에게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다'라는 말을 한다. 자존심을 한수접고 이익을 챙기는 것이 종국에는 가장 현명한 행동이란 말이다. 국가적 자존심도 이와 같다. 국가적 이익을 저버린 자존심 세우기는 결코 현명한 행동이 못 된다. 연평교전 당시에 우리가 북한에 대해 적절한 형태의 유감을 표명하지 못한 것은 지적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그것을 핑계로 무리한 자존심 세우기를 지속하라는 것은 냉전이란 과거로 회귀하자는 명백히 반역사적인 주장에 불과하다. 한 가지 더 지적하자면 이렇게 '국가적 자존심'을 강조하는 조서닐보가 왜 미군에 의한 여중생 살인사건과 국가간의 협정이면서도 명백히 불평등한 SOFA협정에 대해서는 왜 별다르게 강조를 하지 않는가 하는 것이다. 명백하지 않은 현상에 대한 명백한 이유가 있다. 조서닐보와 김대중 편집인의 대북관이다. 그들에게 북한은 그냥 '전쟁광'에 불과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여전히 무력으로 남한을 해방하려는 괴뢰도당이며, 그러한 북한과 평화롭게 공존하는 과정을 거쳐서 통일하자는 말을 하는 사람들은 주체사상 신봉자거나 고정간첩 내지는 이들의 논리에 현혹된 멍청이들일 뿐이다. 그런데 현 김대중 정권은 북한에 대한 햇볕정책을 천명함으로써 빨갱이들이나 할 주장을 국가의 기본정책으로 만들어 버렸다. 당연히 불안할 것이다. 하지만 미군이 존재함으로써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극적으로 저지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조서닐보와 김대중 편집인의 관점인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미군의 죄는 조서닐보, 김대중 편집인 식으로 사함을 받게 되는 것이다. '국가적 자존심'과 상관없이 말이다. 이것이 조서닐보 식 '국가적 자존심'의 사용법이다. 일관되지 못한 자존심도 조서닐보에겐 자존심이다. ********* [김대중 칼럼] “북한에 무슨 약점 있나?” 요즘 항간에는 “김대중(DJ) 대통령과 이 정권이 북한에 무슨 약점 잡힌 것 있는 것 아니냐?”라는 말들이 돌아다닌다. 그렇지 않고서는 북한에 대해 사사건건 양보하고 기어들어가고 비위 맞추는 DJ의 행태들을 도저히 설명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물론 근거가 있어서 하는 말들은 아니겠지만 일반 사람들의 머리로는 북한문제에 관한 ‘대붕의 뜻’을 헤아릴 수 없기에 해볼 수 있는 말일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김 대통령만큼 ‘대붕’은 아니지만 대북문제를 옆에서 관심있게 관찰해 온 사람들에게조차 이 정권의 대북 저자세, 대북 무체통(無體統)은 납득하기 어려울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서해교전 사태 때 “얻어터져서 죽는 한이 있어도 북에 총 쏘지 말라”는 식의 DJ 수칙은 북(北)신경 안 건드리기의 절정을 이루더니 엊그제 서해사태에 대한 북측의 ‘희멀건 유감’표시에 반갑다는 듯이 ‘명백한 사과로 간주’로 맞장구를 치고 나온 것은 아주 시기적절한 안티클라이맥스답다. 북을 비난하거나 시비 걸 의욕은 없다. 애당초 남쪽에 몽땅 책임을 뒤집어 씌운 것이 북한이었고 그것이 오히려 북한다웠다. 그런 북측이 ‘우발적 충돌’‘유감’으로 위장된 ‘공동책임’을 들고 나왔으니 그들로서는 그나마 대단한 양보일는지 모른다. 그래서 남쪽 지도부는 감지덕지한 모양이다. 그러나 북의 속셈은 뻔하다. 월간조선 8월호에 실린 인터뷰에서 한 북한 노동당원은 ‘김대중은 북조선에 쌀과 달러를 가장 많이 준 남조선 지도자’로 고마움을 느낀다며 “우리는 ‘남조선에 김대중이가 있을 때 다 받아내자’는 말들을 한다”고 했다. 김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기 전 ‘마지막 타작’을 하자는 것이 이번 북한 ‘유감’의 진짜 속셈인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분통 터지지 않을 수 없는 것은 북한이기보다 우리 쪽과 이 정권에 대해서다. 한 나라의 기본적 존재이유는 자존심이다. 영토도, 안보도, 겨레도 결국 공동체의 자존심을 지키자고 하는 일이다. 자존심을 잃은 나라는 이미 나라도 국가도 아니다. 그런데 걸핏하면 상대방을 건드릴까봐 우리가 먼저 숨죽이고 눈치보고 비위 맞추며 그것을 무슨 대단한 ‘화해의 제스처’인양 내세우는 우리나라 지도층과 일부 지식층의 ‘왼쪽 뺨 내밀기’는 이제 한계에 도달했을 뿐 아니라 역겹기조차 하다. 북이 우리 ‘자존심 접기’를 고맙게 받아들이고 서로 협력하는 자세라면 우리의 유연성은 충분히 의미가 있으며 가치가 있다. 하지만 우리가 이럴수록 그것을 이용하여 우리의 ‘비굴’위에 군림하려는 속셈을 보여온 북한 당국자들에게 더 이상의 자존심 접어주기는 국민 사기(士氣)의 낭비일 뿐이다. 엄청난 범죄자가 단순사기를 친 것을 인정하는 것을 고마워 하면서 재빨리 ‘명백한 사과’로 간주해 주는 이 정권은 이런 수용이 진정 남북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일까? 생각할수록 납득할 수가 없다. 여기서 김대중 정권에 한 가지 고언(苦言)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새 정권이 들어설 때까지 더 이상 대북액션에 나서지 말아달라는 것이다. 김 정권으로서는 6·15를 이끌어낸 점을 내세워 무슨 ‘결과’를 만들어 내고 싶을 것이고, 그 점은 십분 이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남북문제야말로 국가의 대계(大計)에 속하는 초(超)정권적 사안이며 민족과 나라의 미래에 관한 일이다. 그리고 국가적 자존심에 관한 일이기도 하다. 북한측도 ‘마지막 받아내기’이외에는 관심이 없을 것이고 어차피 다음 정권과 실질문제를 거론할 것으로 보는 것이 상식이며 지금 북측이 하는 것들은 퇴임 길에 있는 ‘잘해준 사람’에 대한 인사치레의 성격이 짙다고 하겠다. 그렇다면 DJ도 이 엄중한 문제를 다음 정권에 넘겨주고 자신은 여기서 손을 뗐으면 한다. 그것이 나라를 위하는 일이며 더 이상 북한에 이용당하지 않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 김대중/ 편집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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