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니터 기간 : 2002.5월 01일 ∼ 5월 31일 모니터 대상 : 경향, 대한매일,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 1. 이 달의 좋은 사설(칼럼) - 한겨레 5/27 일자 <빵과 장미>(홍세화 기획위원) 본질적 문제제기 날카로운 분석 적절한 비유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칼럼 90년대 초반 소련과 동구에서 관료적 국가사회주의 체제가 선진 독점자본주의와의 대결에서 패배한 후 10년의 과도기를 거쳐 이제 신자유주의는 세계를 지배하는 이념이 되고 있다. 신자유주의 이후의 대안이 제시되고 있지 못한 지금 국가와 수구·보수언론들은 앞다투어 오직 시장만이 우리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다는 환상을 유포하며 공기업의 사유화 의료 교육 등 각종 사회보장의 축소가 우리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해줄 것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이에 맞서는 노동운동을 비롯한 진보진영은 국제 연대를 통해 활발히 저항하고 있지만 노동운동의 내부분열과 대안 제시 부족 등 아직도 가야할 길은 멀다고 할 수 있다. 월드컵과 지방선거기사로 온통 도배되어 있는 각 일간지의 수많은 사설과 칼럼 중 한겨레 기획위원홍세화씨의 <빵과 장미>(5월 27일자『빨간신호등』)가 주목받는 이유는 눈앞의 관심사보다 어쩌면 더욱 본질적이고 중요한 문제인 신자유주의가 가져오는 폐해와 과제들을 적절한 비유를 통해 예리하게 지적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우선 이 칼럼은 "빵(생존) 경쟁을 부추기는 자본주의 사회에 살면서도 우리가 항상 긴장을 유지해야 하는 까닭은, 빵이 장미(인간의 존엄)의 조건임에는 틀림없지만 그렇다고 하여 빵에 너무 집착할 때 장미 자체가 사라진다는 점을 놓쳐선 안되기 때문이다."라고 하면서 인간의 존엄의 조건이 되어야할 생존의 집착은 자칫 그 결과가 되어야 하는 인간의 존엄실현을 왜곡시킬 수 있음을 적절하게 지적하고 있다. 이어 칼럼은 "신자유주의는 그러한‘탐욕’까지‘미덕’으로 칭송한다. 효율과 경쟁의 이름으로 사회구성원들에게 만인의 만인에 대한 각축장에서 승리하여 배부른 동물이 되라고 부추겨 인간의 존엄성이나 연대 의식은 설자리를 잃게 만드는 것이다." 라며 오직 빵(생존)을 키우는 것만을 요구하는 신자유주의가 결국 장미(인간의 존엄)를 파괴하고 있다는 본질적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이러한 본질적 문제제기는 구체적 예시를 통해 더욱 빛을 발했다. 일례로 공공의 영역이어야 할 의료 교육 보험부문에 이르기까지 이윤추구를 하려고 하는 신자유주의의 폐해등이 그렇다. 이러한 예를 통해 칼럼은 "이 결과 사회구성원은 홀로 서기를 강요당하고 있고 인간의 존엄성이나 연대의식은 설자리를 잃게 되었다고 일침을 가했다. 무엇보다 이 칼럼의 날카로움은 단순히 신자유주의가 가져오는 폐해만을 비판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신자유주의 반대 세력이 현재 가지고 있는 내부의 문제점도 정면으로 지적한 데서 잘 표현되고 있다. 특히 "자본의 전통적인 노동 분열 구조인 남성/여성, 대기업/중소기업, 정규직/비정규직, 내국인/이주노동자의 구분과 차별은 더욱 관철되고 있다. 그와 같은 차별과 불평등에 연대 의식과 인간의 존엄성의 이름으로 맞서 싸워 마땅한 대부분의 남성, 대기업, 정규직, 내국인 노동자들이 눈을 감고 있는 듯 보이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라는 부분에서는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으로 더욱 심화된 노동운동 내부의 차별 문제를 비판하면서 결국 외적으로 성장한 노동운동이 빵에만 집착하여 '장미가꾸기가 실종'되어 가는 것 아니냐는 예리한 지적을 하고 있는데 이것은 모두 실제 한국 사회운동 내부에 존재하는 심각한 문제들을 지적한 것이고 운동 주체들의 치열한 반성과 자기 성찰을 요구하는 소중한 메시지이다. 마지막으로 칼럼은 "이성은 비관하되 의지로는 낙관하라"라는 그람시의 말을 인용하여 힘들지만 포기할 수 없는 인간의 존엄을 위한 투쟁! 을 계속해 나가기를 촉구하고 있다. 신자유주의를 넘어서는 대안을 만들고 연대를 통해 이를 실현하는 일은 험난한 여정이 될 것이다. 이 칼럼의 "가난한 빵을 가진 자 만이 아름다운 장미를 가꿀 수 있다."는 메시지는 그 길에 서서 연대와 공존을 통한 평화의 21세기를 만들어 나가고자 하는 모든 이들이 가슴속에 새겨야 할 말이 될 것이다. (정리 : 정상훈) 2. 나쁜 칼럼 - 동아 4/30 사설 '민주화'로 바뀐 경찰살상시위 논리적 비약·은근슬쩍 혐의씌우기 설득력 없어 5월 4일자 동아광장 <신분상승이 가져온 비극>은 결론적으로 볼 때 노무현 민주당 대선후보를 각종 친인척 비리로 인해 부패정권으로 비판받고 있는 김대중대통령과 어떻게든 연관시키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글의 시작부분에서 인용한 영국 전 총리 윈스턴 처칠의 발언은 우리 나라 대통령이 아무런 견제도 받지 않고 마음대로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처럼 묘사한 것이고 이런 무소불위의 권력을 잡고 신분상승을 한 대통령의 일가가 각종비리에 연루된 현실을 직·간접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이 현실을 칼럼 끝 부분에서 '무리하게' 노무현 후보와 연관시키고 있다. 민언련 신문모니터위원회는 논리적 비약과 부적절한 비유로 독자들을 현혹한 이 칼럼을 5월의 나쁜 칼럼으로 선정하였다. 정치형태가 판이하게 다른 영국과 한국의 상황을 수평비교 한 것에서부터 이 칼럼의 무리함이 엿보인다. 이규민 논설위원은 영국의 총리 권한을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묘사한 후에 이를 바로 한국의 현 상황과 대비시켰다. 이는 정치권력 특히 여당의 권력이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화되었고 언론권력이 급부상 하는 등 권력이 분산되는 작금의 한국적 현실을 전혀 고려치 않았다는 지적이다. 물론“왜 아버지가 대통령이 되면 소득도 변변히 없는 아들이 최고급 BMW를 탄 왕자가 되어야 하고 유학을 갔다던 대통령의 다른 아들은 편도요금이 초임 근로자의 반년치 급여에 해당하는 특 1등석을 타고 뻔질나게 귀국길에 올라야 하는가, 그가 항공기 침대좌석에 비스듬히 기대 하늘 아래 세상을 내려다보며 흑해산 캐비아에 프랑스산 샴페인으로 상승된 신분을 즐길 때 설마 오늘과 같은 비극이 땅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으리라 상상이나 했었을까”라는 구절은 감정의 격양이 엿보이긴 하나 누가 뭐래도 대통령 아들들의 특권의식과 그 특권의식에서 비롯된 잘못된 행동거지들을 직설적으로 적절히 비판한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동아일보가 '못마땅해하는' 특정 후보에게 도매급 혐의 씌우기 행태를 보였다는 점이다. 칼럼은 바로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 당선자인 노 후보에 관해 이어졌다. “경선 승리에 도취해 벌써부터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행동하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를 당사자들은 서둘러 깨달아야 한다. 대선으로 가는 과정일 뿐인데 경선 승리를 종착역쯤으로 착각한 나머지 이미 잔뜩 힘이 들어간 목소리로 할 말 안 할 말 가리지 않고 해대는 사람은 아직 세상의 무게를 모르는 존재이다. 교만이 얼마나 무서운 죄악인데...” 이처럼 이 칼럼은 대통령 아들들의 특권남용과 이제 막 대통령 후보가 된 노 후보의 행보를 동급에서 비판하는 무리수를 두고 있다. 물론 이 두 가지 상황이 '권력'이라는 공통분모에 전혀 묶이지 않는 바는 아니지만 특정 후보에 대해서만 이런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다분이 또 다른 의도를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아니나 다를까 이어지는 내용이 바로 그 의도를 일러주고 있다. "비판적 신문의 부수를 100만부까지 떨어뜨리자는 투쟁적 선동을 보면서 우리는 신분이 상승해 이제는 세상의 무슨 일이든지 뜻대로 할 수 있다고 착각하는 여당대권후보 측근의 만용을 읽는다." 위 발언에 대해 이규민 논설위원은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행동하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 "이미 잔뜩 힘이 들어간 목소리로 할 말 안 할 말 가리지 않고 해대는 사람”그리고 “교만”이라는 표현까지 들이대며 매우 강한 비판을 담았다. 그러나 이러한 논리는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대통령 아들의 비리까지 재론하고 이를 무리하게 노무현 후보에게 끌어오더니 결국 언론권력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교만'으로 단정한 것은 칼럼의 논리전개 과정이 석연치 않은 비약의 과정을 밟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또“대선으로 가는 과정일 뿐인데 경선 승리를 종착역쯤으로 착각한 나머지”의 구절에서는 노 후보의 당선을 굳이 폄하하려는 필자의 견해를 감추지 못했다. 이러한 폄하 속에서 칼럼은 당내 조직과 물적 기반 없이 자발적으로 형성된 '노사모’의 활동과 국민들이 참여하여 정당의 후보를 선출하는 새로운 정치실험의 의미를 무시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심지어“할 말 안 할말 가리지 않고 해대는 사람은 아직 세상의 무게를 모르는 존재이다”라는 구절에서 감정적 비판으로 흐르다 못해 칼럼의 속내를 들키고 말았다. 한편 "비판적 신문의 부수를 100만 부까지 떨어뜨리자는 투쟁적 선동”의 부분은 노사모 회원인 문성근씨가 4월 27일 밤 경기 이천 덕평 수련원에서 열린 노사모의 노후보 경선 당선축하 모임에서 발언한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를 눈을 부릅뜨고 감시해야 한다”,“논리적으로 그들을 공격해야 한다. 구독 부수를 50만～100만부 떨어뜨리고…" 부분 중 특정구절만을 인용하고 있으며 이를 토대로 "세상의 무슨 일이든지 뜻대로 할 수 있다고 착각하는 여당대권후보의 측근의 만용을 읽는다"의 구절에서는 필자의 지나친 억측이 담겨있다. 이밖에도 "무엇이든지 그렇게 막 대해도 되는 투쟁의 대상쯤으로 여기는 사나운 세상을 좋아하지 않는 국민은 불안한 미래를 예감하게 마련이다"는 구절은 동아가 마치 국민을 대변하는 양 기술하며 결국 노 후보의 이미지를 부정적 뉘앙스의 급진적 성향으로 인식시키려는 의도를 드러냈다. 노 후보에 대한 이규민 논설위원의 무리한 '공격'은 비아냥으로 계속 이어졌다. "미국에 대고 우리나라 대선에서 손떼라는 말을 했다는 여당 대권주자의 또 다른 측근이 보여준 행동 역시 경선 승리에 취해 발이 땅에서 떨어졌음을 보여준다”의 대목도 그렇거니와 "그런 국제적 쇼를 벌인 이유가‘미국에 맞서는 용감무쌍한 대한민국의 정치전사'임을 과시하고 싶었기 때문이라면 이런 사람들의 신분이 진짜 상승하는 날 어떤 일들이 일어날지는 충분히 상상이 간다”는 대목도 그렇다. 특히 후자에서는 노 후보의 당선이 무슨 큰 일이라도 야기시킬 것 마냥 호들갑스러움을 보여주고 있다. 이규민 논설위원은 칼럼 마지막에 “아직 야당의 경선은 끝나지 않았지만 그쪽 역시 누가 선출되든 후보 주변에서 비슷한 일이 벌어질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고 쓰고 있지만 이는 형식적 균형을 맞춘 것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아들의 비리는 마땅히 온 국민의 지탄대상이다. 그리고 언론이 이를 비판하는 것은 온당하다. 또 대통령 후보라 하더라도 비판받을 만한 언행에 대해 언론이 일침을 가하는 것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다분히 논리적 비약과 편파적 잣대 등 무리수를 범하는 비판은 그 정략적 배경을 의심받게 된다. 더욱이 이번 칼럼처럼 족벌언론에 대한 비판을 염두해 둔 보복성 비난은 더욱더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는 것을 동아일보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 (정리 : 양해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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