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일화 기자 ruins@orgio.net  

국민들의 바람을 적극 반영해 함량 미달의 총리 인준을 두 차례씩이나 연속해서 부결시킨 것까지는 좋았지만, 아무래도 한나라당이 이에 기고만장해져 지나치게 막 나가고 있는 듯하다는 생각이 든다.

법무부장관 해임안 처리 강행 움직임이 그렇고, 병역비리 의혹 관련 보도시 이정연씨 이름 앞에 이회창 대통령후보의 이름을 수식어로 넣지 말라는 등의 '보도지침'을 듣지 않는다고 해서 감사원법을 개정해가면서까지 문화방송을 국정감사 피감기관에 집어넣으려는 시도도 마찬가지다.

비록 합법을 가장하고 있긴 하지만, 독립성을 보장받아야 마땅할 검찰 수사권과 자유로워야만 할 언론 보도에 족쇄를 채우고 재갈을 물리려는 불순한 의도가 그 언저리에서 엿보이는 한나라당의 이 같은 움직임은 가히 1당 독재라 해도 좋을 정도로 위험한 수위에 바짝 근접해 있는 것 아니냐는 판단이 든다.

국회 과반 이상을 점하는 의원수를 무기로 민주주의 국가의 핵심 구성요건인 입법 행정 사법 삼권 가운데 입법권을 틀어쥐고, 이를 기반으로 병역비리 의혹 관련 검찰 수사를 가로막기 위해 법무부장관 해임을 강행하려 드는 등 사법과 행정의 영역에까지 손길을 뻗치는가 하면, 급기야는 제4부라 일컬어지는 언론까지 자신들의 영향력 아래 두려 하고 있으니 독재도 이런 독재가 없다.

한나라당의 이 같은 움직임은 법을 바꿀 수 있는 국회 과반수 이상의 의원수를 무기 삼아 법 위에 군림하며 자신들에게 적의를 드러내는 상대는 이유 여하나 옳고 그름을 막론하고 힘의 논리로 굴복시켜 버리고야 말겠다는 강한 의지를 공공연하게 천명하고 있는 셈인데, 과거 가혹한 군사독재 정권 시절에나 있었을 법한 무지막지한 사고방식이요 행동방식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그 모든 몸부림에 가까운 처절한 노력들이 얼마나 헛된 것인지를 한나라당은 직시할 필요가 있다. 이미 수많은 국민들은 이회창 대통령후보 아들 정연씨의 병역비리 의혹에 대해 눈뜰 만큼 충분히 눈을 뜨고 있고, 법무부장관 해임이나 몇몇 언론사의 입에 재갈을 물리는 정도를 갖곤 이미 증폭될 대로 증폭된 병역비리 의혹을 덮을 수도 없다.

따라서 한나라당은 법무부장관 해임이나 언론사 입에 재갈을 물리려 드는 일에 힘을 쏟을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말한 대로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이 없음을 증명하는 일에 매진해야 할 것이다. 병역비리 의혹을 덮으려들 것이 아니라 더욱 파고들어 그 진실을 낱낱이 밝혀냄으로써 자신들의 결백을 입증해야만 한다.

지금처럼 힘의 논리를 앞세워 법무부장관 해임이나 언론들의 입에 재갈을 물리는 방법으로 병역비리 의혹을 어물쩡 덮으려들다가는 머지않아 한나라당은 어둠의 자식들이라서 어쩔 수 없이 군대에 다녀왔거나 혹은 눈물을 머금고 사랑하는 사람을 그곳에 보내야만 했던 보통사람들이 주축이 된 범국민적인 저항에 직면하게 되고야 말 것이다.


2002/08/30 오전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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