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실수론'이 범한 실수 최항기씨의 <월간조선과 진중권>에 대한 반론 한재연 기자 citynomad@freechal.com 이 글은 8월 22일, 인터넷 한겨레 하니리포터에 실렸던 최항기씨의 글에 대한 반론임을 알려 드립니다. 최항기씨의 <월간조선과 진중권>을 읽었다. 간략하게 요약하자면 진보 매체를 두 눈 부릅뜨고 노려보는 <월간 조선>이라는 괴물이 있는데, 그 괴물에게 이용될 만한 글을 진중권씨가 썼다는 것, 그러니 진중권씨가 중대한 실수를 범한 것이라는 말이다. 물론 나는 최항기씨의 글을 성실히 독해하기 위해서 진중권씨가 여러 인터넷 게시판에 올렸던 글, <월간 조선>의 글도 일독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최항기씨가 지적한 '진중권 실수론'은 넌센스다. 진중권씨는 자기 소신을 피력한 것뿐이고, 그 주장은 대부분 논리적 하자가 없다. 연평총각의 글은 허점 투성이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시점이 전지적 작가 시점이었다는 데에 있다. 목격담은 일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씌여지게 마련이다. 공중에 붕 떠서 하느님의 시각으로 본다면야 연평총각의 글도 일인칭 관찰자 시점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분명, 연평 총각은 서해에 떠 있는 배 위에서 조업을 하고 있었다. 만일 자신이 본 장면만을 충실히 묘사한다면 그런 식의 글쓰기는 나올 수가 없다. 진중권씨가 지적한 바는 바로 그것이었다. 그래서 처음에 '주체문예소조 작품'이라고 말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정식 매체에 한 것이 아니라 인터넷 게시판에 한 것이다. 이런 것을 두고 비유라고 한다. 이거 말짱 엉터리야, 라는 뜻으로 한 말일 게다. 구체적인 정황에서 여러 가지 허점을 노출시키고 있는 연평 총각의 글은, 사실 여러 매체에서 돌려가면서 인용할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래서 진중권씨가 문제제기를 한 것이다. 또한 최항기씨는 '언론 알고리즘'을 이야기했는데 이것이야말로 잘못 짚은 것이다. 진중권씨가 안티 조선 활동을 하면서 가장 문제 삼았던 것은 조선일보가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터무니 없는 논리를 펼치기 때문이었다. 진중권씨가 감정적 호소보다는 논점을 잡아서 비판하는 스타일인 것은 분명하다. 바로 그런 글쓰기가 안티 조선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 것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에둘러서 말하자면 진중권씨는 조선일보를 반대하기 때문에 진보 매체의 어떤 보도도 감싸줄 수 있다는 태도의 지식인이 전혀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것은 진중권씨가 되풀이 주장하는 '시민 사회의 상식'에 부합되는 논리이다. 진보 매체라 해도, 대의를 같이한다 해도 잘못된 것이 있다면, 서로 견해가 다르다면 문제를 제기하고 자기 소신을 펼치는 것이 옳은 일이다. <월간 조선>이 진보 진영과 매체를 공격하기 위해서 진중권씨의 글을 인용한 것은 그들로서는 적절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월간 조선>의 선택을 두고 진중권씨의 책임을 묻는다면 조선일보 같은 반대 급부가 존재할 경우 진보 진영에서는 논쟁도 벌이지 말아야 된다는 뜻인지 최항기씨에게 묻고 싶다. 더 나아가서 진보 진영의 지식인들이 글을 쓸 때, 혹시 <월간 조선>이나 조중동에 인용이 되지 않을까, 그것까지 염두해야 된다는 뜻인지 묻고 싶다. 진보 진영이라면 일치 단결해서 한 목소리를 내야 되는가.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더구나 그 이유가 반대 진영에게 이로우면 어찌될 것인가 하는 염려 때문이라면 더 더군다나 안된다고 생각한다. 진정한 논객이라면 이익을 계산하기보다는 '옳고 그름'을 먼저 따져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진중권씨도 지적했지만 그는 결코 조선일보를 비롯한 수구 언론에 이익을 가져다줄 생각을 하고 자신의 논지를 펼친 것이 아니다. 또한 논객으로서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도 아니었다. 내가 보기에 진중권씨는 논쟁의 와중에서 '인신 공격'을 받고, 지지하던 사람들이 뒤돌아서는 피해를 감수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중권씨가 자기 소신을 펼치는 것은, 그리고 논점을 분명히 하고 있는 것은 충분히 가치가 있는 일이다. 따지려고 한다면 진중권씨의 글을 자기 입맛에 맞게 인용한 <월간 조선>의 논리와 맞붙든가 진보 매체들의 보도가 정확한 사실에 기초해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 보다 옳을 것이다. <월간 조선>의 진보 매체 비난의 책임을 진중권씨에게 전가하는 것보다는. 월간 조선과 진중권 우려했던 일이 이제 실제로 나타나고 있다. 월간조선은 '진보는 유언비어를 먹고산다?'란 글에서 서해교전에 대한 이야기를 인터넷에 띄워 화제가 되었던 연평총각의 글을 언급한 '진보진영'을 비판하고 있다. [관련기사] 코미디로 끝난 想像, 誤報, 왜곡, 毒舌의 향연(월간조선) 문제는 이 글에서 오마이뉴스를 통해 '연평총각과 대마왕들'이란 글로 연평총각의 글을 허위라고 얘기한 진중권씨의 글을 적극적으로 인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진중권씨는 이 글에서 적색선(어로저지선)을 NLL과 같은 것으로 알고 있는 점, 교전이 시작된 시간을 6월29일 오전 9시45분으로 알고 있는 점, 교전 수역에 우리 어선들이 남아서 조업을 하고 있었다고 주장하는 점 등을 들어 연평총각의 글이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한 바 있다. 진중권씨의 이러한 주장은 그전에 비공식적으로 연평총각의 글을 '주체문예 소조원의 작품'이라고 매도했던 연장선상에 있었기에 많은 비판을 받아왔다. 연평총각은 엄연히 실재하고 있었고 문제의 글로 인해 지금은 연평도를 떠나게 되었다. 여기서 서해교전과 언론보도가 담고있는 의도성이 어떤 것이었냐에 대해서 따져볼 필요가 있다. 리영희 한양대 대우교수는 MBC미디어 비평에서 '북방한계선(NLL)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언론은 진실의 바탕 위에서 사안을 논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관련기사 ) 결국은 북방한계선이 문제가 아니라 남북사이의 분위기를 어떻게 좌우해 나가느냐가 중요한 셈이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조선일보는 서해교전에 대해 다른 시각은 배제하고 '북한의 도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강경논조를 유지해 왔다. MBC와 월간조선 발행 금지요구 가처분신청이라는 갈등까지 겪은 월간조선이 주장하는 바는 MBC가 잘못된 보도로 초점을 흐리며 북한 책임론을 거론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거기에 연평총각에 기댄 '진보진영'의 문제제기는 '코미디로 끝난 상상, 오보, 왜곡, 독설의 향연.'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미국음모론, 확전불가론, 수구냉전 세력 경계론 등을 전파, 사태의 본질을 흐리면서 화살을 우익 세력에게 돌렸다'는 말에서는 좌우의 구분을 가르며 시각을 이분화하고 있다. 여기에 월간조선의 소개대로라면 '스스로 좌익임을 자신 있게 내세우는 좌익 논객 진중권씨' 의 '이성적인'판단을 열거하는 것으로 글을 끝맺고 있다. 조선일보를 열렬히 비판해왔던 진중권씨의 글이 반대논리를 비판하는데 쓰인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것이 옳게 인용된 것도 아니고 '북한의 도발 책임을 묻는' 주장 외에는 모두 친북좌파세력으로 몰아가는 월간조선의 태도를 도와주는데 쓰인 점은 진중권씨 자신도 원하지 않을 성싶다. 월간조선은 북한에 대해 이성적인 문제제기 대신 '친북좌익 400만의 세상', '김정일 거세 설문조사', '노무현 후보의 장인 권오석씨의 양민 학살 가담'등등의 레드 콤플렉스를 자극하는 보도를 연이어 내보냈다. 한번도 북한과의 대화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지 않으면서도 다른 보도를 비판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 묻고 싶다. 진중권씨의 '실수'는 이런 보도 태도를 가지고 있는 매체를 뒷전에 두고 다른 시각의 문제제기를 한 매체들을 비판하여 조선일보를 기쁘게 했다는 데에 있다. 더구나 진중권씨가 각 게시판에서 비공식적으로 연평총각을 '누군가의 사주'를 받아 글을 작성한 것으로 매도한 만큼 이를 순수한 저널리즘 비판이라고 받아들이기도 어렵다. 이를 무시하더라도 진중권씨의 가장 큰 잘못은 이런 언론 알고리즘을 간과하고 자신의 주장이 어떤 의도로 해석되는지를 몰랐다는 점이다. 월간조선의 말대로라면 연평총각의 주장을 보도한 진보매체들의 입장은 저널리즘과는 상관없이 무조건 매도되어야 할 '친북좌파'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 최항기 인터넷 한겨레 하니리포터에도 송고한 기사입니다. 2002/08/23 오전 05:54 ⓒ 2002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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