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대국민 선언'은 '헛소리'? 누구를 배척하거나 편들지 않겠다던 넉달 전의 다짐은? 문성 기자 aemet@hanmail.net   [그림 1] <조선일보>의 어제 2002년 4월 10일, <조선일보>는 <'정치인의 몫' '신문의 몫'>이란 제하의 사설에서 "정도에 바탕한 '언론의 몫'은 한마디로 공정하고도 공익적인 기준에 서서 정치와 정치인을 끊임없이 감시하고 시시비비하는 소임"이라고 진단하면서 "언론은 마땅히 '다른 의도'를 가지고서 정치와 정치인을 농단하거나 용훼해선 안될 줄 안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정도에 바탕한 '언론의 몫'을 다하기 위해 부단히 스스로를 채찍질"해왔으며, "그러면서도 우리의 성적표가 왜 자타가 공인할 수 있는 최고·최선에 미치지 못하는가를 항상 뼈저리게 자성하면서 매일매일의 지면제작에 임하고" 있다는 자타칭 대한민국 일등신문 <조선일보>의 대국민 선언문이다. 눈을 부릅뜨고 경청해 주시기 바란다. "조선일보는 앞으로도 그 어떤 정도 아닌 '정치인의 몫'으로 인해 휘청거리지도 뒤흔들리지도 않을 것임을 단호하게 천명한다. 그러면서 우리는, 특히 대선(大選)을 앞두고서 '누구를 배척하는 신문' '누구를 편드는 신문'이라는 비(非)언론적 상황으로 일탈하지 않을 만큼의 충분한 자생적 항체(抗體)를 보유하고 있음을 정치쪽에, 그리고 만천하 독자들에게 다시 한번 천명한다..."-<조선> 2002년 4월 10일자 사설 <'정치인의 몫' '신문의 몫'> 중에서 대선을 앞두고서 '누구를 배척하는 신문', '누구를 편드는 신문'이라는 비언론적 상황으로 일탈하지 않을 만큼의 충분한 자생적 항체를 보유하고 있다고 자부하며 그것을 정계와 만천하 독자들에게 거듭 천명하는 <조선일보>의 크나큰 긍지와 철썩같은 다짐을 가슴에 담아두자. 언어의 무거움을 아는 신문사가 설마하니 국민을 대상으로 거짓말을 하겠는가. 그러나... [그림 2] <조선일보>의 오늘 여기 또 다른 그림이 있다. 상기한 공언과는 달리, <조선일보>가 불편부당과 엄정중립을 가장하면서 실제로는 편파와 왜곡을 밥먹듯이 자행하고 있음을 증언하는 동료 기자들의 증언이 그것이다. 한국기자협회가 창립 38주년을 맞아 여론조사기관인 한길리서치와 공동으로 2002년 7월 22일부터 25일까지 전국의 신문·방송사 기자 4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여론조사 결과를 리바이벌 겸 다시금 소개한다. "국내 신문·방송사 기자들은 대선 보도와 관련, '특정후보 편들기'가 심각하다고 보고 있으며, 이회창 후보에게는 유리하게, 노무현 후보에게는 불리하게 보도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언론사별로는 조선일보가 이같은 편향이 심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대선보도과 관련, 83.2%의 기자들이 '언론사가 특정후보에게 유리하게 보도하고 있다'고 응답했으며, 76.7%는 '특정후보에게 불리한 보도가 있다'고 답변해 언론사의 특정후보에 대한 편향 보도가 심각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느 언론사가 어떤 후보에게 유리하게, 또는 불리하게 보도했느냐'는 질문에 대해 기자들은 두 항목 모두 조선을 첫 순위로 꼽았다.(특정후보 유리한 보도 69.3%, 특정후보 불리한 보도 71.6%) 유리하게 보도한 후보는 이회창, 불리하게 보도한 후보는 노무현으로 나타났다..."(특정후보 편들기 심하다, <기자협회보> 2002년 8월 16일) 이는 동료 기자들의 눈에도 특정후보에 대한 <조선일보>의 편향 보도가 심각하게 비쳐지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사실상 대선을 앞두고 '누구를 배척하는 신문', '누구를 편드는 신문'이라는 비언론적 상황으로 일찌기 일탈하지 않을 만큼의 충분한 자생적 항체를 보유하고 있다는 조선일보의 대국민 선언이 실은 거짓에 불과한 헛소리였음을 반증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그림 3] 조선일보의 내일 지난 8월 10일, <조선일보> 김대중 편집인은 <'거짓말 정치인' 매장하자>는 제하의 기명칼럼에서,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 자신이 한 말과 행동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 것, 그 자리를 모면하기 위한 책임회피성 발언과 사건을 호도하기 위한 기회주의적 사술" 등을 청산되어야 할 거짓말의 전형으로 꼽으면서, 나라를 거짓의 흥청거림에서 구하기 위해서라도 "우리 손으로 거짓말 정치인을 매장하는 일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그러나 청산되고 매장되어야 할 거짓말이 어디 정치인들만의 전유물이랴. 김씨가 앞에서 적시한 거짓말이 언론인들에게도 어김없이 해당되는 것일진대 그 역시 우리 손으로 매장시켜야 할 일차적 대상임은 자명한 일. 언론이라는 것이 "남을 비판하는 입장에 서 있다는 특성상 일반 기업보다 더 높은 도덕성과 투명성을 유지해야 하는"(<조선> 사설 <조선일보의 사명감>, 2001년 6월 30일자) 존재이고 보면, 그러한 매장사역은 더욱 절실할 수밖에 없다. 그럴진대 <조선일보>가 취할 길은 두 가지밖에 없다. 첫째는 자신의 말을 엄중히 여기고 언론의 품위를 보전하기 위해 스스로 신문사의 문을 닫고 함구하는 것. 둘째는 자신의 입에서 발설된 말을 가치없는 것으로 희롱하면서 구차하게나마 황색신문지로 살아남는 것. 생존 자체를 미덕으로 삼는 <조선일보>로서는 이제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필경 가늘고 길게 사는 길을 택하기가 쉬울 것이다. 능히 그렇지 않겠는가. 각설하고, 글을 맺기 전에 <조선일보>에게 들려주고픈 말이 있다. 언론사 세무조사 문제로 어수선한 2001년을 마감하는 자리에서 <조선일보>가 사설란을 빌어 웅변한 것인데, 내 귀에는 이것이 자꾸만 <조선일보>의 내일을 예언하는 것처럼 여겨져서 특별히 소개하는 것이다. <조선일보>여, 귀담아 들을지어다~! <조선일보> 논설위원의 말씀이시다. "한국의 언론은 2001년의 시련을 거울삼아 더 올곧은 언론으로 거듭나야 한다. 언론자유를 지키는 길은 보도의 정확성과 공정성이 절대적인 만큼 앞으로 보다 공정하고 보다 정확한 보도로 한국언론을 질적으로 향상시키지 않으면 2001년 권력을 이겨낸 언론은 2002년 독자로부터 외면당할 것이다...."(<조선> 사설 <2001년과 언론자유>, 2001년 12월 31일자) 이 기사는 <하니리포터>에도 송고했습니다. 2002/08/20 오전 06:57 ⓒ 2002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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