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30일 15개 언론사에 대해 부과한 과징금을 모두 면제해주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공정위는 중앙 언론사에 대한 부당내부거래 조사를 벌여 모두 5434억원의 부당내부거래를 적발해 241억여원의 과징금을 물린 바 있다. 면제 이유는 언론사의 특수성과 경영상의 어려움을 감안한 것이라고 한다. 더 웃긴 것은 과징금을 이미 납부한 언론사에게는 환급을 해주겠다는 것이다. 코메디도 이런 코메디가 어디 있는가? 범죄자가 특수한 신분이니까 벌금 받은 것을 살기 어렵다고 돌려준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장난치는가? 언제부터 공정위가 언론사 경영에까지 신경을 썼는가. 언론사는 경영이 어려우면 편법과 불법을 동원해 부당내부거래해서 돈을 벌어도 된다는 것인가? 지금까지 우리나라 언론시장은 탈세, 부당내부거래, 불공정경쟁 등 불법과 편법을 동원해 족벌언론사들이 독점하는 부익부 빈익빈 형태의 왜곡된 구조로 변질되어왔다. 이것은 언론사 자신들의 잘못도 있겠지만, 공정성 뿐만 아니라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의 생리를 인정한다면 감독감시당국의 책임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군사독재기간을 거쳐오면서 정치권력은 언론사의 협력을 얻기 위해 부당내부거래와 탈세를 방조해 왔다. 하지만 문민정부와 국민의 정부 들어서도 언론사들은 세무조사와 부당내부거래에 대한 조사에 끊임없이 저항하며 특권과 특혜를 요구하고 있다. 다른 기업은 다 조사 받아도 언론사는 예외라는 식의 주장은 더 이상 설득력이 없다. 언론사의 경영이 어려우면 스스로 구조조정과 경쟁력을 확보해 살아남을 길을 모색해야지 언제까지 구시대적인 방법으로 편법과 불법을 동원해 언론사를 유지시키려 할 것인가? 공정거래위원회는 불공정거래행위를 막기 위해 존재하는 기관이다. 재벌의 부당내부거래가 잘못된 것이라면 언론사의 부당내부거래도 잘못된 것이다. 힘있는 언론사이기 때문에 기업은 망해도 과징금을 추징하지만 언론사는 예외라는 논리는 결코 국민들을 납득시킬 수 없다. 언론사이기 때문에 더 철저히 추징해야 한다. 학생들이 잘못하는 것은 용서가 되지만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잘못하는 것은 더 큰 벌로 죄를 다스려야 하듯이 사회의 여론을 이끌어가는 언론사가 불법과 편법으로 죄를 저지른다면 더 큰 벌로 다스려야 함은 당연한 것이다. 만약 이번 과징금이 다시 면제 받는다면 공정위는 죄는 있지만 벌이 없는 사회를 인정하는 꼴이 된다. 비록 언론사들의 경영이 너무나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하더라도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하는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지 죄에 대한 대가로 벌로서 추징한 과징금을 다시 돌려준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황당한 발상이다. 이제 우리사회는 원칙과 법이 바로 서고 투명한 사회로 접어들고 있다. 이런 시기에 나온 공정위의 언론사 과징금 면제라는 초유의 조치는 국민적 바램에 역행하고 편법과 불법을 방조하는 불투명한 사회로의 퇴보를 의미한다. 공정위가 취한 이번 조치는 사실상 언론권력의 특혜와 특권을 인정하는 것으로 많은 국민들은 이에 분노할 것이다. 2002. 12. 31 조선일보 없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시민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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