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민단체 활동가가 운동권 출신 의원들에게 보내는 '고언' 최민희 기자 ccdm@chollian.net   8.8재보선 결과 한나라당이 11곳을 석권해 원내 과반수를 넘어서게 되었습니다. 희비와 영욕이 교차하는 정치드라마가 우리앞에 다시한번 펼쳐지고 있습니다. 이회창 후보와 서청원 대표 얼굴에는 웃음이 만연하고 노무현 후보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습니다. 한나라당은 대선승리를 장담하며 의기양양해 있고 민주당은 요동치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반이회창 비노무현'을 주장하며 민주당 '주변'이 술렁이고 있는 것입니다. 재보선 선거결과를 놓고 '국민이 부패정권을 심판했다'는 목소리도 들리고 '노무현은 끝났다'는 이야기도 들립니다. '정몽준' 혹은 '박근혜'라는 단어가 그 목소리들을 비집고 선명하게 '자기'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인제' '이한동' 이라는 이름 석자에 '김종필' 류의 이름이 얹혀 둥둥 떠다니고 있기도 합니다. 위에 언급한 사실들을 의원님들이 모르실리 없음에도 주저리주저리 언급한 것은 '궁금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장면 앞에서 과연 '민주화운동을 했던' 의원님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궁금해집니다. 혹은 아무 생각 못하고 관망하고 있을 테고 더러는 '나'를 위해 바쁘게 주판알을 튕기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어떤 분들은 패배의식에 사로잡혀 스스로를 질책하고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아니면 벌써부터 '줄서기'에 나선 분들도 있을까. 많은 사람들은 의원님들에 대해 '다들 다음에 의원 한번 더 하려고 난리겠지' 하고 서슴치 않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이런 말에는 단호히 머리를 흔들게 됩니다. '설마'라는 단어가 생각을 막아서기 때문이지요. '설마 재야운동을 하시던 분들마저' '설마 ooo마저 그럴까' '설마..설마..' 그래서 더욱 궁금해집니다. 하여 내친김에 '궁금함'에 '바램'을 실어 한말씀 드릴 까합니다. 지금 우리 정치권은 위기입니다. 사회전체의 위기가 정치권에 응집되어 나타난 형국이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6·13지자체선거결과 한나라당이 지방자치단체와 의회를 장악해버렸습니다. 한나라당을 지지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수구언론이 '자기입맛'에 맞으므로 침묵한 결과 한나라당식 '신 일당독재'현상이 분명 나타나고 있음에도 문제화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8·8재보선결과 한나라당이 과반수의석을 확보함으로써 이제 '신일당독재'추이는 움직일 수 없는 현실이 되었습니다. 이제 한나라당은 국회가 하는 대부분의 일처리과정은 물론 국무총리·국무위원의 해임결의, 일반적인 탄핵소추결의, 대통령의 비상조치의 해제요구, 계엄의 해제요구 등등 재적의원 과반수의결로 처리할 수 있는 것들까지, 한마디로 나라일 대부분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거대야당'이 된 것입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과거 유신독재시절이나 전두환 정권 때와는 달리 한나라당은 정상적인 민주적 선거결과 거대해졌다는 점입니다. '국민의 선택'이므로 누구도 '딴지'를 걸 수 없게 된 것입니다. 한나라당이 일개 언론인을 상대로 '딴지'를 거는 유치한 행태를 벌이고 마음에 안드는 언론사에 대하여 '융단폭겨식' 공격을 해도 '국민이 선택한 한나라당'이므로 국민은 눈감아 주어야 합니다. 국민의 선택, 국민이 뽑아준 과반수이상의 의석, 국민이 맡겨준 지방자치 단체…한나라당의 선택은 곧 국민의 선택이 되어 버립니다. 얼핏 맞는 것처럼 보이는 이 말에는 그러나 '함정'이 있습니다. 그것은 '투표율'에 대한 판단을 비껴가는 것입니다. '투표율'이 크게 논란되지 못하는 것은 전적으로 조선일보를 비롯한 수구언론의 '힘'입니다. 지난 97년 김대중씨가 대통령이 되었을 때 30여%대통령으로 몰아붙여 공격했던 수구언론들은 한나라당에 대하여는 일절 투표율 시비를 걸고 있지 않습니다. 재보선 투표율이 29.6%로 형편없이 낮았다는 사실은 정치권전체의 처절한 '패배'입니다. 동시에 '29.6%'라는 숫자는 승자로 하여금 마음놓고 기뻐할 수 없게 만듭니다. 그리고 한나라당과 조선일보를 비롯한 수구언론은 이 사실을 가장 잘 알고 있습니다. 수구언론이 투표율시비를 크게 벌이지 않는 까닭도 여기에 있습니다. 서울 투표율이 25.5% 였고 서울에서 가장 투표율이 높았던 종로구 투표율은 28.9%였습니다. 종로구 유권자 14만1,008명 중에서 4만774명만이 투표한 것이지요. 그중 한나라당 당선자는 2만300표를 얻었습니다. 유권자 대비 14.39% 지지로 국회의원이 되었습니다. 뒤집어 말하면 85.61%가 넘는 유권자가 정치에 관심이 없거나 한나라당 후보를 소극적으로 지지하거나 아니면 반대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14.39% 국회의원'은 상대당후보를 누르고 당선되었다는 점에서는 기쁠지 모르지만 '유권자 85.61%'에 생각이 미치면 사실 발 쭉 뻗고 잠자기 힘들 것이라 생각합니다. 반면 패자에게 '85.61%'는 다른 의미일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지금 패자는 좌절하여 채임소재를 놓고 시시비비에 빠지기에 앞서 '85.61%'를 분석하고 또 분석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후 좌 절해도 늦지 않습니다. 그리고 분석하고 또 분석하면 '길'은 분명 길이 보일 것입니다. 문제는 '사심'없이 '소탐대실'하지 않으면서 분석할 의지와 소양이 갖추어져 있느냐 하는 점입니다. 위기의 시기 정치인은 크게 세가지 유형으로 나누어집니다. 입으로는 대의를 말해도 이익 앞에서 안색을 바꾸는 '소인배'가 그 하나입니다. 구체적으로 이름을 거명하지 않아도 그들이 누구인지는 하늘이 알고 땅이 알며 낮에는 새가 그들의 이름을 지저귀고 밤에는 쥐가 그들 이름으로 안주를 삼아 '성찬'을 벌이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관망', '신중'이라는 단어 뒤에 숨어 사실상 일신상의 영달을 위해 저울질을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85.61%'의 의미를 분석하고 또 분석할 정치인이 있습니다.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자세가 되어 있는 그들은 '주장'하기에 앞서 '사실'을 다시 확인하고 '사실' 속에 뛰어들어가 '진실'을 찾아내고 마침내 진실속에서 '길'을 열어갈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의원님들이 바로 길을 열어갈 정치인이라고 우리는 믿고 있습니다. 1987년도 아니고, 1997년도 아닌 2002년 이미 '정치인'이 되어버린 의원님들에게 이런 주문을 하는 것이 과연 '실효성'이 있을까 우려하는 시각이 엄연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잘알고 있음에도 민주화를 외쳤던 의원님들이 아니면 아무도 할 수 없는 일이기에 '간곡히' 당부합니다. 정치소인배들과 의원님들이 다르다는 사실을 이번에 보여주십시오. 막연한 '반창비노'구호속에 정치권의 '구악'이라고 평가되는 자들을 포함, '정체불명'의 위인들이 헤쳐모이는 '신당놀음'을 방관해서는 안됩니다. 신당은 '新당'이어야지 '쉰당'이 되어서는 안되기 때문입니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수구언론이 '14.39%'수준의 의미를 '100%'의 의미로 각인시키는 '여론몰이'를 서슴없이 자행하고 있는 오늘, 조선일보의 영향력에 정치권종속화 경향마저 나타나고 있는 지금 이시점에서 그나마 '올곧은 정치인'의 모범을 창출해낼 사람들은 바로 당신들, 민주화운동권출신 의원님들 뿐입니다. 예전에 그랬듯이 '의원'이기이전에 '민주시민'으로 돌아가 주변을 돌아보고, 민주시민이기 이전에 뜨거운 가슴을 가진 '사람'으로 오늘의 정치와 선거결과를 성찰해주십시오. 소크라테스가 말했듯 우리 가슴속에는 '정의'라는 꺼지지 않는 불꽃이 타오르고 있습니다. 세태를 따르지 말고 의원님들 가슴 속 '양심의 소리'에 따라 결단해주십시오. 이번 신당이 국민의 바램에 부흥하는 '개혁신당'이 되도록 앞장서 주십시오. 현실은 우리에게 각자 선 자리에서 무너져가는 민주주의를 위해 무엇인가 하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자기 자리에서 무엇인가 했을 때 크게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들은 바로 당신들, 민주화운동권 출신 의원들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 주십시오. 당신들이 정치지형을 바꿀 수 있습니다.   2002/08/09 오후 8:36 ⓒ 2002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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