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단일화 논의가 본격화되기 시작한 이달 초, 한 인터넷 논객이 다음과 같은 지적을 했다. “일부 수구언론들이 갑작스레 필자의 논리와 유사한 논리를 동원해 ‘정체성이 다른 두 후보의 단일화는 잘못된 것’이란 주장을 펼치는 것을 본 순간, ‘아하, 후보단일화가 맞는 주장일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평소 노무현과 정몽준간의 후보단일화는 어렵다고 생각해 왔다는 이 논객은 조선·중앙 등 보수언론이 사설 등을 통해 후보단일화에 강력한 제동을 걸고 나오자 마음을 고쳐먹었다는 것이다. 그는 또 “조·중·동의 보도는 거꾸로 보면 정확하게 맞다”는 인터넷상의 ‘뼈 있는 농담’을 전하기도 했다. 하긴 노무현·정몽준간의 후보단일화에 대한 조·중·동의 반대는 집요한 바 있었다. 조선일보의 경우 ‘후보단일화와 정당의 정체성’(4일)을 시작으로 ‘후보단일화 명분부터 제시해야’(9일), ‘단일화 방법 정도 택해야’(15일) 등의 사설을 통해 줄기차게 단일화 자체의 정당성과 방법상 문제점을 지적했다. 중앙일보도 ‘후보단일화 반창(反昌) 야합인가’(4일), ‘후보단일화 절차상 문제없나’(14일), ‘여론조사로 대선 후보 뽑는 나라’(18일) 등의 사설로 후보단일화 움직임에 쐐기를 박으려 했다. ‘단일화 합의 짚고 넘어갈 게 있다’(18일), ‘후보단일화 실체 밝혀야’(21일) 등의 사설을 실은 동아일보도 별반 다를 게 없었다. 이들 보수신문이 후보단일화에 반대하는 근거는 크게 2가지다. 노·정 두 후보가 정책이나 노선 면에서 적지 않은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반창’을 위해, 또는 권력 장악을 위해 야합을 꾀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여론조사에 의한 단일후보 결정은 방법상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들 신문은 노·정간의 정책차이만 부각시켰을 뿐, 이 두 후보와 이회창 후보간의 정책 및 노선 차이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해 왔다. 노·정간의 차이보다 이 두 후보와 이회창 후보간의 차이가 훨씬 크다면 두 후보간의 단일화 노력은 결코 야합이 아니다. 대북정책과 재벌정책에서 두 후보는 분명 이후보와 커다란 차이를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도 제도정치권의 아웃사이더였던 노·정 두 후보는 정치개혁이라는 측면에서 유권자들의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다. 이 정도의 공통점이 있는데도 두 후보간의 연합 노력을 오로지 권력 장악을 위한 야합이라고 폄하할 수 있을까. 여론조사가 단일후보 확정과 같은 중요한 정치적 의사결정의 수단이 되는 것은 물론 문제가 있다. 그러나 국민경선을 통해 선출된 노무현 후보에 대해 민주당 내 일부 의원들이 지지율 하락을 근거로 사퇴를 요구했을 때, 이들 신문이 그같은 주장을 꾸짖은 적이 있었던가. 필자의 기억으론 없다. 오히려 이같은 공격을 즐기지 않았던가. 무릇 비판에는 일체의 정파적 고려가 개입돼서는 안 된다. 여론조사에 의한 후보 결정이 문제가 있는 것이라면 여론조사 지지율을 근거로 후보 사퇴를 요구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만일 후자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면 전자에 대해서도 문제삼아서는 안 된다. 어쨌거나 노무현 후보는 조·중·동의 집요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25일 밤 마침내 단일후보로 결정됐다. 지난 봄 민주당 국민경선 승리에 이어 조·중·동을 상대로 한 두 번째 승리다. 노무현 대 조·중·동의 제3라운드, 그 귀추가 주목된다. 〈박인규/프레시안 편집국장〉 최종 편집: 2002년 11월 27일 11:31: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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