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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서울 신림동 아파트단지에 유령전단이 배포됐다. <중앙일보> 신림동서비스센터에서 구독가구에 배달한 신문에 함께 끼워진 이 전단에는 “기존 독자에 한해 사은품으로 자전거를 드리며, 이를 이행하지 못할 경우 언론인권센터나 한국신문협회에 연락하면 배달해주겠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신문의 경품 제공을 시민단체가 보증한 꼴이어서 곧바로 소동이 벌어졌다. 그러나 서비스센터 관계자는 “그런 전단을 돌린 적이 없다”면서 “틀림없이 경쟁신문사 지국의 소행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독자들로부터 `지금 장난치는 것이냐’는 항의전화가 폭주했다”며 격앙된 어조를 감추지 못했다. 그의 추측이 사실이라면 신문 판촉경쟁이 경쟁지의 경품 제공을 역이용하는 지경에까지 이른 셈이다. 언론인권센터는 이날 긴급논평을 내어 “악의적 내용의 전단이 버젓이 신문에 끼어 배달된 사실은 우리 신문시장이 얼마나 왜곡돼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자, 신문시장의 정상화를 요구하는 시민단체의 순수성을 왜곡하고 활동을 방해하려는 의도”라고 비난하고 경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신문판촉을 위해 허위사실을 적시하고 명의를 도용한 전단까지 등장하는 것은 어쩌면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씁쓸한 코미디다. 판촉을 둘러싸고 살인까지 벌어졌던 마당에 이같은 사건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해프닝인지도 모른다. 명백히 독자에 대한 우롱이자 기만인 유령전단을 누가 어떤 목적으로 배포했는지 분명히 밝혀야 하고 그에 대한 책임도 물어야 한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같은 사건이 일어난 근본원인에 대한 신문업계의 진지한 자기반성이다. 자전거, 비데, 김치냉장고, 컬러텔레비전 등등 신문경품만으로 딸의 혼수품 마련을 꿈꾸는 아버지의 모습을 풍자한 한 신문 만평에 가장 먼저 부끄러움을 느껴야 할 당사자는 바로 신문 자신이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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