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매체 비평 하니리포터 > 문화 > 방송매체 비평 조선일보가 고발한 한겨레의 죄 "피고들은 지난 1월31일자 <한겨레> 1면의 ‘반민족적 언론, 조선일보 유죄’와 3면의 ‘시효없는 시민의 친일 심판’ 기사에 원색적인 제목을 붙이고, 일부 시민단체 인사들의 격렬한 욕설을 여과 없이 그대로 인용·보도했다.... 피고들의 악의적인 허위보도로 인해 80여년에 걸쳐 쌓아온 국내 최고 언론사로서의 명예와 신용에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됐다...." 8월 2일자 한겨레신문에 실린 <조선일보, 한겨레기자 고소> 기사 가운데 한 토막이다. 머리가 좋으신 분들은 제목만 보고도 대뜸 '피고'란 다름아닌 한겨레기자들이요, '원고'는 조선일보이며, 피고로 호출된 한겨레기자들의 '죄목'은 자칭 '국내 최고언론사'라는 조선일보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임을 눈치채셨을 것이다. 그런데 그들이 도대체 얼마나 중한 범죄를 저질렀기에 말끝마다 '언론자유'를 들먹이는 조선일보에게 이처럼 고소까지 당하게 됐나? 신문에 난대로 이해하자면, 한겨레신문의 고명섭, 안수찬 두 기자가 범한 죄란 조선일보를 욕보이는 '원색적인 제목'을 1면과 3면에 큼지막하게 갖다붙이고, 일부 시민단체 인사들의 '격렬한 욕설을 여과 없이 그대로 인용·보도'한 것이 그 전부다. 그런데도 조선일보는 이를 빌미삼아 '악의적인 허위보도'라는 어머어마한 죄명을 뒤집어씌워 1일 서울지방법원에 각각 3억원과 1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여기서 잠깐 조선일보에게 배움을 청해야 겠다.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킨 조선일보 민간법정을 보도하면서 가장 중요한 재판부의 판결내용을 따옴표로 처리하여 제목으로 잡은 것이 '악의적인 허위보도'에 해당되는 것인가? 또 민간법정의 분위기를 독자들에게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몇몇 관계자들의 증언을 여과없이 인용한 것도 '악의적인 허위보도'에 해당되는 것인가? 만약 이러한 것이 '악의적인 허위보도'에 해당된다면, 이전에 민주당 경선과정에서 수차례에 걸쳐 노무현 후보를 음해하는 정적들의 비방공세를 큼지막하게 제목으로 뽑아 - 몰론 조선일보도 이를 따옴표로 처리했다 - 신문 각 지면에 일제히 도배하고, 나아가 노 후보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진술들을 여과없이 인용.보도하여 노 후보의 정치적 이미지에 크낙한 타격을 가한 조선일보의 행위는 무엇이 되는가? 조선일보가 자가발전시킨 '음모설'과 진실과는 거리가 먼 '일부 신문 국유화 발언' 등을 무차별 지면에 흘려 '노 무현 흠집내기 내지는 죽이기'에 나선 조선일보의 보도행태는 '악의적인 허위보도'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것인가? 조선일보는 또한 민감한 정치적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한나라당의 주장만을 굵직하게 제목으로 달아 국민들의 시선을 숱하게 헷갈리게 만들었다. 조선일보의 판단대로라면, 이는 무엇이라 해야 하는가? 조선일보가 문제삼은 '조선일보의 반민족 반통일 행위에 대한 민간법정'(2002.1.30)은 특정언론의 보도행태를 두고 열리는 국내 최초의 민간법정이라는 점에서 대내외적으로 큰 관심을 끈 사건이었다. 한겨레신문이 이를 상세하게 보도한 것은 언론으로서 지극히 당연하고 정상적인 것이었다. 그럼에도 이를 전혀 보도하지 않은 조선일보가 한겨레신문 기사의 제목과 인용문을 트집삼아 '악의적인 허위보도' 운운한 것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자신에게 불리한 내용이라 하여 독자들의 알 권리마저 무참히 짓밟은 조선일보의 오만한 태도를 이 자리에서 일일이 따지고 싶지는 않다. 사실을 형성하는 여러 요소들 가운데 자신에게 유리한 한가지만 부각시켜 그것이 진실이며 전체인 것처럼 쓰는 조선일보의 편향.왜곡된 행태를 낱낱이 지적하는 것도 자제하련다. 그를 입증하는 팩트는 무수히 많지만 지면의 제약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신 조선일보가 "일부 시민단체 인사들의 격렬한 욕설을 여과 없이 그대로 인용·보도했다"며 한겨레기자들을 고소한 것과 관련한 조선일보의 앞뒤 다른 위선적인 태도만은 짚고 넘어가야 겠다. 다음의 인용글들은 2000년 7월19일 조선일보에 실린 기사에서 따온 것들이다. 독자 제위께서는 이런 표현들이 신문 지면에 오를 수 있는 내용인가 판단하시라. "이 싸이코야! 잡년아, 제발 그짓 그만하고 다녀라. 이 개 같은 년아. 쌍년아, 죽어라, 미친년!" / "우리반 달덩이 그 씨발년 볐?짱나, 대갈빡도 드럽게 큰 게 힘은 무슨 변강쇠 같이 쎄 같구. 확 조져버릴까부다 그 족 같은 옘병할 년…. 썩 꺼져버려, 이 화냥년아." / "이회창? 씹새끼는 더 밥맛이다. 이 씹새끼가 좃까는 소리 하구 있네. 이 지독한 독사 같은 새끼야…." / "니는 니 에미 애비 때릴 때도 쇠몽둥이로 대갈빡 내려치냐, 십새야. 그래 그렇게 달려든다고 마구 조져라. 씹탱구리 집단아...."(조선일보, <인터넷은 '욕지거리 바다'> 중에서) 이처럼 저급한 욕설이 자칭 '국내 최고 언론사'라는 조선일보 지면에 버젓이 기사의 탈을 쓰고 등장했다는 것이 놀랍지 않은가. 조선일보는 그 다음날인 7월 20일, <사이버 공간의 저질화>라는 제하의 사설을 통해 "요즘 인터넷 공간이 욕설의 정도를 넘어 인신공격, 저주, 비방 등 사이버 폭력이 난무하는 무대로 전락한 실태를 있는 그대로 실감있게 고발하기 위해서" 그랬노라고 변명하는 글을 남긴 바 있다. 그러나 목적이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정상적인 언론이라면 목불인견의 추잡한 욕설들을 이처럼 여과없이 인용.보도할 엄두는 차마 내지 못할 것이다. 조선일보는 상기한 사설 말미에서 "이 점은 독자들도 양해했으리라고 믿는다"며 독자들을 향해 눈웃음을 쳤다. 그러나 몇몇 잘못된 인터넷 글쓰기를 전면에 부각시켜 전체 인터넷이 마치 '욕지거리 바다'인 것처럼 매도한 조선일보의 편향된 태도는 양해가 아니라 비난받아 마땅하지 않을까. 각설하고, "인터넷 공간이 인신공격, 저주, 비방 등 사이버 폭력이 난무하는 무대로 전락한 실태를 있는 그대로 실감있게 고발하기 위해" 저급한 욕설을 여과없이 인용.보도하여 건전한 다수 네티즌들을 도매금으로 욕보인 조선일보가, 조선일보 민간법정의 분위기를 현장감있게 전달하기 위해 몇몇 인사들의 증언을 여과없이 보도했다 해서 그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것은 한마디로 어불성설이요 적반하장의 극치다. 나아가 입만 열면 '언론자유'를 외치는 조선일보가, 자신에게 불리한 기사를 보도했다 하여 한겨레기자들을 명예훼손혐의로 고소하고 각각 3억원과 1억원이라는 거액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낸 것은 힘있는 언론사의 횡포요 명백한 언론탄압이다. 조선일보가 소장에서 밝힌 것처럼 진정 '친일문제'에 대해 거리낌이 없다면, 민간법정을 주도한 시민단체들을 향해 소송을 제기해야지 왜 죄없는 한겨레를 지목하는가. 조선일보에게 재삼재사 고언한다. 한겨레기자들에게 '악의적인 허위보도'를 덮어씌우기 전에, 조선일보의 보도 태도는 어떠했는가를 먼저 되돌아 보라. 자신의 눈에 씌운 들보는 보지 못하고 남의 눈에 낀 티끌만 탓하는 어리석음을 언제까지 되풀이할 것인가. 정직하게 말해서, '악의'와 '허위'에 관한 한, 한겨레보다는 조선일보가 몇 수위다. 조선일보는 '국내 최고'를 자랑하기 전에 먼저 '정직한 언론'이 될 지언저. 조선일보, 한겨레기자 고소(한겨레, 2002.8.2) “친일 민간법정 보도로 명예훼손” 조선일보사는 지난 1월 <한겨레>가 ‘조선일보 민간법정’을 보도하면서 자신들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하며, 기사를 쓴 <한겨레> 고명섭(36) 기자와 안수찬(30) 기자를 상대로 각각 3억원과 1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1일 서울지방법원에 냈다. 조선일보사는 소장에서 “피고들은 지난 1월31일자 <한겨레> 1면의 ‘반민족적 언론, 조선일보 유죄’와 3면의 ‘시효없는 시민의 친일 심판’ 기사에 원색적인 제목을 붙이고, 일부 시민단체 인사들의 격렬한 욕설을 여과 없이 그대로 인용·보도했다”며 “피고들의 악의적인 허위보도로 인해 80여년에 걸쳐 쌓아온 국내 최고 언론사로서의 명예와 신용에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됐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사는 또 “조선일보사는 동아일보사와 더불어 우리나라에서 가장 역사가 오래된 신문으로서, 일제 강점기에 가장 많은 압수와 정간을 당한 신문이지만 때로 어쩔 수 없이 원치 않는 기사를 내보낼 수밖에 없었던 일도 있었다”며 “다양한 평가가 제기될 수 있는 과거의 역사적 사실을 두고 마치 조선일보가 ‘자발적으로’ 누구보다 철저하게 일제의 주구 노릇을 한 것처럼 보도하고, 마치 ‘역사학계의 일치된 평가’로 정착된 것처럼 보도한 것은 명백한 허위사실의 적시일 뿐 아니라 심각한 언어폭력”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겨레지부는 이날 성명을 내어 “조선일보가 일제 강점기에 자발적으로 반민족적 행위를 했으며, 해방 뒤에는 군사독재정권을 찬양하는 한편, 남북 대결을 격화시키고 민족 분열을 조장하는 반민주·반통일 보도를 해왔다는 사실은 이제 상식에 속한다”며 “반민족·반민주·반통일 행각을 반성하기는커녕 적반하장식 소송 제기로 본질을 왜곡하려는 조선일보의 작태를 전국언론노조 1만8천여 조합원과의 연대투쟁으로 분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하니리포터 문성(한별) 기자 /aemet@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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