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원 기자 konews@hanmail.net   10월 12일 아침 몇 몇 조간 신문들은 일제히 '저질 국회'를 개탄하는 사설을 실었다. 당연한 말씀이다. 그러나 국회의원들의 자질과 정쟁을 나무라는 이들 사설의 논조에 중대한 빈틈이 있다. 그것은 저질 국회와 공생관계이기도 했던 언론 스스로의 책임에 대해 약속이나 한 듯이 모두가 한마디도 언급치 않고 있다. 언론이 정말 제대로 기능한다면 저질 국회가 등장하거나 유지될 수는 결코 없다는 것 아닌가? 지난 수주 동안 신문들은 단지 국회의원이 국회 회기 중에 발언했다는 하나의 사실만으로 그것들을 비중 있게 보도해왔다. 면책 특권을 지닌 국회의원이 국회 본회의나 상임위원회에서 한 언행이니 우선 보도해놓고 본다는 식이었다. 폭로의 근거가 불확실한 것일 경우 보도는 신중해야 한다. 언론의 보도에는 언론의 무한책임이 따른다. 그러나 이런 원칙은 일부 언론의 국회 보도에서는 완전히 실종상태였다. 저질 국회 주인공들의 말씀과 행동을 가감 없이 전달하는 언론의 모습은 때로는 무뇌아를 연상케 할 정도였다. 삼척동자도 대충 그 진위를 판단할 수 있는 폭로, 의혹제기에 대해서도 짐짓 엄청난 무엇이 숨겨져 있는 양 대서특필한다. 대서특필해야 할 것 같은데 그 무슨 이야기 거리가 되느냐는 식으로 깔아뭉개는 것도 이들 언론이다. 이들 언론이 토해내는 보도의 공통점은, 이 사회가 지금껏 유지되어온 것이 놀랍기 그지없고, 앞으로 이 나라가 제대로 굴러갈 것 같지 않은 깊은 불안에 빠지게 한다는 점이다. 그런 불안과 분노는 물론 일과성으로 그쳤다. 언론은 보도한 것에 대해서 책임지거나 사실 추적을 하는 법이 거의 없으며 하루가 지나면 또 다른 분노와 불안거리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국회 회기 동안 저질 국회를 안방에 직송하느라 여념이 없던 일부 언론은 분명 저질 국회의 동반자이거나 동업자가 아니었던가? 언론은 정치판의 모습만을 사진으로 찍듯이 전달하는 것만으로 언론의 책무를 다했다고 할 수 없다. 언론은 정치판의 연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언론은 언론만이 누릴 수 있는 고유의 영역이 있다. 정치판 현장을 액면 그대로 전달하는 것은 내로라 하는 공식 언론이 할 일이 아니다. 정치판의 모습을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은 각 정당의 당보(黨報)가 할 일이다. 공식 언론이 당보 수준의 영역을 벗어나려면 언론 본연의 권리와 의무를 지켜야 한다. 언론 소비자인 독자나 시청자가 사실관계와 그 가치를 판단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추악한 정치판 연기자와 일부 언론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식의 음산한 관계를 유지하기 때문에 저질 국회가 존속했다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 이들 언론이 저질 국회만 나무란다면 저질 국회의 주인공들로서는 자못 억울할 노릇일 것이다. 이들 신문이 마치 약속이나 한 듯이 이번 정기국회의 상임위와 본회의 질문이 끝나가는 시점에 저질 국회를 나무라는 사설을 내보낸 것을 보면 '적당히 먹고 차는 식'의 언론의 상업주의가 연상된다. 대선을 앞둔 이번 정기 국회가 정쟁의 장이 될 것이라는 것은 일찍이 예고된 바 있다. 언론이 만약 저질 국회에 대해 초반부터 엄격하게 검증하고 날카롭게 비판하면서 저질 국회를 주도하던 주인공들이 설자리가 없게 만들었다면 저질 국회와 그 보도에 국민들이 진저리를 치는 일이 일어났을까? 언론은 정당의 연장선상에 위치하지 않는다. 또한 현장을 거울 비치듯 중계만 하는 단순 전달자로 그쳐선 안 된다. 정도를 스스로 외면하는 공식언론매체는 특정 정치집단의 선전홍보기구로 전락하는 것이다. 언론은 정치가 정당하게 이뤄지도록 감시하고 그리고 대안을 제시하는 고유의 영역을 지니고 있다. 이 고유의 영역을 스스로 저버린다면 그것은 이미 공식 언론의 자격을 상실한다. 정상적인 보도의 자세를 지키는 것은 언론의 의무다.   2002/10/12 오전 10:45 ⓒ 2002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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