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 2002.10.10 [363호 4면]   일부 언론들이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아들 정연씨의 병역비리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를 ‘혐의 없음’쪽으로 조기 종결시키려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 동아일보는 지난 3일자 1면 머릿기사로 검찰이 김대업씨 녹음테이프의 조작여부를 집중 추적하고 있으며 “김씨의 주장이 신빙성이 없다”는 수사결론을 곧 발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같은 날 조선일보도 1면 옆기사에서 검찰이 김씨가 제출한 녹음테이프의 신빙성에 대해 부정적인 결론을 내렸다며 ‘김씨에 대한 사법처리 방침’을 앞질러 보도했다. 중앙일보 또한 테이프의 원본이 없어졌을 가능성과 함께 김씨에 대한 사법처리 방침을 보도했다. 그러나 같은 날 한겨레는 1면 기사에서 김씨 테이프의 분석이 주말께쯤 결론이 날 것으로 보도하고 성문분석 관련 해설기사에서 “정치권과 일부 언론에서 ‘테이프가 조작됐다’는 식으로 단정지어 말하는 것은 소설을 쓰는 격”이라는 검찰 관계자의 반응을 전했다. 한국일보는 4일자 해설기사에서 일부 언론의 단정적인 보도태도를 비판하고 “일부 언론이 수사방향을 유도하기 위해 검찰 수사를 흔들어대고 있다”는 수사 관계자의 불만을 보도했다. 수사 관계자의 불만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병역비리 수사 보도를 지켜보는 국민들은 ‘검찰이 수사를 하는 것인지, 언론이 수사를 하는 것인지’ 헷갈린다. 그뿐 아니다. 검찰은 일부 언론이 수사방향을 ‘유도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지만, 국민들의 눈에는 일부 언론의 보도태도는 “병역비리 의혹에 대한 수사를 ‘혐의 없음’쪽으로 조기 종결하라”고 다그치는 것으로 보인다. 국민들이 이같이 판단하는 데에는 일정한 근거가 있다. 전국언론노조 민주언론실천위원회 정책연구실이 최근에 내놓은 〈‘병역비리 의혹’에 대한 중앙일간지의 보도태도 분석〉이 그것이다. 9월 2일부터 10월 1일까지 한달 동안 10개 중앙일간지를 분석한 이 보고서에 따르면 병역비리 의혹을 가장 많이 다룬 신문은 49건을 보도한 한겨레였으며, 그 다음으로 경향신문(45건) 한국일보(44건) 국민일보(39건) 순이었다. 이들 신문보다 지면이 훨씬 많은 거대 언론의 경우는 조선일보(32건) 동아일보(31건) 중앙일보(23건)으로 나타나 묘한 대조를 보였다. 보고서는 또 병역비리 의혹관련 기사들 가운데 한겨레 54%(26건) 문화일보 53%(15건) 경향신문 45%(20건) 대한매일 40%(12건)가 의혹의 본질을 짚고 있는 데 반해 조선일보 35%(11건) 중앙일보 17%(4건) 동아일보 13%(4건)가 의혹의 본질을 흐리고 있는 기사로 분석했다. 또한 중앙일보와 동아일보가 한나라당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보도하거나 옹호하는 기사를 많이 내보내 특정후보 줄서기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극히 상식적인 말이지만 언론은 검찰이 아니다. 비리 의혹의 실체를 규명하기 위한 노력과 함께 검찰 수사가 공정하게 이뤄지는가를 감시하는 것이 언론의 본분이다. 검찰 수사를 특정 방향으로 유도하려는 여론몰이를 즉각 그만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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