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과 <한겨레> 중 어느 것이 더 정확한가? 문성 기자 aemet@hanmail.net   한나라당 엄호성 의원이 폭로한 '대북 4000억 지원설'과 관련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그를 엄호하는 폭탄발언 등으로 정가에 큰 파란을 일으킨 엄낙용 전 산업은행 총재에 대해 정치적으로 극명하게 대립하고 있는 조선일보와 한겨레신문이 7일 각기 상반된 입장에서 그를 소개하는 글을 실어 화제다. 조선일보는 '[엄낙용씨 누구인가?] 신앙심 깊고 소신 강한 경제通'이란 제하의 기사에서, "재경원 차관보 시절엔 여름휴가를 교회의 수양회로 대신하고 일요일엔 교회에서 주일학교 교사를 맡을 정도로 독실"한 기독교인이요, "평소 소신을 굽히지 않던 성격이 결국 화를 불렀다는 얘기가 관가에서 흘러" 나올 정도로 강직한 성품의 소유자였다며 그에 대해 찬사 일변도의 글을 나열했다. "엄 전 총재를 잘 아는 사람들은 그가 적어도 국감에서 위증(僞證)을 할 사람은 아니라는 평가다. 그는 지난 4일 국감에서 한나라당 엄호성(嚴虎聲) 의원과 엄씨 종친회에서 이미 만났던 사실을 굳이 부인하지 않았다. 그는 한 달 전 국감 증인으로 선정되자 "할 얘기가 있으면 숨김없이 담담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일보가 엄 씨의 독실한 신앙심과 불굴의 소신(?)을 이처럼 강조한 것은 '국감에서 그가 증언한 발언들이 믿을 만하다'는 것을 부각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조선일보는 심지어 '정치적 커넥션'을 의심받을 수도 있는 '국감 이전 한나라당 엄호성 의원과의 만남'조차 그의 발언의 신뢰성을 드러내는 역증거로 활용하는 노회함을 선보이기도 했다. 반면에 한겨레신문은 '엄낙용씨 증언이 남긴 것'이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독실한 기독교신자로서 평소 '무욕론'을 펴온 그이지만, 산은 총재를 이례적으로 8개월만에 그만두고 '홀대'를 받아온 섭섭함이 컸을 것이라는 얘기도 들린다"거나 "특히 그와 함께 근무했던 과천 경제부처에서는 "너무하는 것 같다"는 반응이 많았다고 한다"는 등 주변의 부정적인 반응들을 소개하는 데 더 주력한 듯한 인상이었다. "그는 한나라당에서 보면 고마운 존재지만, 집권당인 민주당에서 보면 최소한의 직업윤리도 저버린 기회주의자이다. 모두 정치적 이해득실에 따른 계산법이다... 그의 행동은 정권교체의 가능성이 열려 있는 현 정치상황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그의 말이 진실인지 아니면 거짓인지는 차차 밝혀질 것이다. 만약 거짓이라면 그는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한겨레신문이 엄 씨의 공직프로필을 상세히 기술하며 '그가 홀대받은 사실'을 강조한 것은 그의 증언이 순수하지 못한 보복적 차원에서 비롯되었을 수도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한겨레신문은 나아가 엄 씨의 '내부고발'을 정권교체의 가능성을 염두에 둔 고위공직자들의 기회주의적 처신으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기기도 했다. 한편, 연합뉴스는 지난 4일 ''브레이크' 없는 엄낙용 전 산은총재'란 제하의 기사를 통해, '국감증인으로 나와 현대상선 대출과 관련 거침없는 증언'을 쏟아낸 엄 씨의 '돌출'을 해석할 수 있는 두 가지 틀, 곧 그가 현 정권의 홀대에 대해 작심하고 '비수를 뽑았다'는 관측과 올곧은 성격에서 비롯된 '소신행동'이라는 시각을 나란히 소개하여 눈길을 끌었다. 연합뉴스는, '비수론'이 힘을 얻고 있는 이유로 (1)엄 씨가 2000년 8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산은 총재로 재직한 뒤 차관급 관료출신치고는 변변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이빨 빠진' 자리를 전전했으며 (2)한나라당 엄호성 의원과 종친으로 친분이 있는데다 (3)지난달 정무위 국감에서 현 정권에 치명적인 '국정원.청와대 보고' 증언으로 한나라당 유착의혹까지 받고 있다는 점 등을 들었다. 연합뉴스는 그러나 이러한 "정치적 해석과는 달리 독실한 기독교인으로 거짓말을 못하는 그의 성격에서 비롯된 소신행동이라는 시각도 있다"며, 그가 국감증언 시에 서해교전을 거론하며 금강산 관광대가가 군비로 쓰일 수도 있다는 시각을 내비친 점 등도 그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하지만 어느 것이 진실한지는 아직까지는 베일에 가려 있다며 말을 아꼈다. 이로 보건대, 현 정권에 적대적인 조선일보는 엄 씨의 소신행동과 독실한 신앙심만을 일방적으로 부각시켜 그의 발언의 신빙성을 높이려 든 반면에, 한나라당에 비판적인 한겨레신문은 '비수론'에 초점을 맞춰 엄 씨의 돌출행동을 개인적 이해와 정치적 동기에 따른 것으로 파악하려 했던 것으로 결론지을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엄낙용은 누구인가'에 대한 답은 그를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점만 확인한 셈이다. <[엄낙용씨 누구?] 신앙심 깊고 소신강한 경제통>(조선, 2002.10.7) 국회 국정감사에서 잇따라 ‘폭탄발언’을 터뜨린 엄낙용(嚴洛鎔) 전 산업은행 총재(54세)는 엘리트 코스를 달려온 독실한 기독교인이다. 서울 출신인 엄 전 총재는 경기고와 서울 법대를 나와 행정고시(8회)에 합격, 재무관료의 길을 걸어왔다. 사무관 시절에는 때때로 괄괄하고 불 같은 성격을 드러내 ‘불독’이란 별명을 얻기도 했다. 그러나 80년대 초 미국 유학시절 하버드대학 케네디스쿨에 다닐 때 부인과 함께 교회에 나가면서 술과 담배를 멀리했다. “하느님 덕에 출세했다”고 입버릇처럼 말해 온 그는 재경원 차관보 시절엔 여름휴가를 교회의 수양회로 대신하고 일요일엔 교회에서 주일학교 교사를 맡을 정도로 독실했다. 국제업무와 세제업무에 밝은 그는 98년 3월 관세청장으로 나갔다가 99년 5월 재경부에 차관으로 복귀했다, 그러나 2000년 8월 산은 총재로 옮기면서 ‘현대그룹 살리기’를 위한 ‘회사채 신속인수’ 제도에 반대하는 등 당시 진념(陳稔) 경제팀과 잦은 마찰을 빚었다. 평소 소신을 굽히지 않던 성격이 결국 화(禍)를 불렀다는 얘기가 관가(官街)에서 흘러나왔다. 엄 전 총재를 잘 아는 사람들은 그가 적어도 국감에서 위증(僞證)을 할 사람은 아니라는 평가다. 그는 지난 4일 국감에서 한나라당 엄호성(嚴虎聲) 의원과 엄씨 종친회에서 이미 만났던 사실을 굳이 부인하지 않았다. 그는 한 달 전 국감 증인으로 선정되자 “할 얘기가 있으면 숨김없이 담담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79세인 홀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엄 전 총재는 국감 증언 후 신변 안전을 걱정한 듯 5일 아침 또다시 행선지를 밝히지 않고 지방으로 떠났다. (김영진 기자) <엄낙용씨 증언이 남긴 것>(한겨레신문, 2002.10.7) `현대 대북비밀지원설'과 관련한 엄낙용 전 산업은행 총재의 증언이 우리사회에 큰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현대상선에게 4천억원의 당좌대출을 해주도록 청와대가 지시했다는 그의 말이 전해진 뒤 당장 공무원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특히 그와 함께 근무했던 과천 경제부처에서는 “너무하는 것 같다”는 반응이 많았다고 한다. 독실한 기독교신자로서 평소 ‘무욕론(無慾論)’을 펴온 그이지만, 산은 총재를 이례적으로 8개월만에 그만두고 ‘홀대’를 받아온 섭섭함이 컸을 것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엄낙용씨가 누구인가 31년 동안 공직생활을 하면서, 재정경제원 제2차관보를 거쳐 현 정권에서 관세청장과 재경부 차관을 지낸 사람이다. 사실상 공무원으로서는 최고위직까지 오른 것이다. 그는 한나라당에서 보면 고마운 존재지만, 집권당인 민주당에서 보면 최소한의 직업윤리도 저버린 기회주의자이다. 모두 정치적 이해득실에 따른 계산법이다. 그렇다면 일반 국민들에게는 어떤가 과거 공무원의 내부고발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엄 전 총재같은 고위직 출신은 전례가 드문 일이다. 그들은 설령 정권의 비리나 실책을 알고 있더라도 자신의 가슴에 묻는 것을 철칙으로 여겨왔다. 이는 비리와 부조리, 은밀한 비밀을 온존시켜온 원인 중 하나였다. 그의 행동은 정권교체의 가능성이 열려있는 현 정치상황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그의 말이 진실인지 아니면 거짓인지는 차차 밝혀질 것이다. 만약 거짓이라면 그는 혹독한 댓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 결과와 관계없이, 우리는 5년 뒤 더많은 고위급 내부고발자를 만날 가능성이 높다. 차기정권의 대비책은 스스로 깨끗해지는 것 외에는 없다. 정권교체의 가능성이 항상 열려있는 ‘선진형 정치구조’의 성취, 그 하나만으로도 우리 사회는 조금씩 전진하고 있는 것이다. (곽정수 경제부 기자)   이 기사는 하니리포터에도 송고했습니다. 2002/10/07 오전 08:32 ⓒ 2002 OhmyNews

이름   메일 (관리자권한)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