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13 지방선거 당일 발생한 미군 궤도차에 의한 여중생 사망사고의 여파가 한 달이 넘도록 계속되고 있다. 지방선거와 월드컵 열기에 파묻혀 뒤늦게 뉴스로 떠오른 이 사안은 현재 한·미간 ‘뜨거운 감자’인 재판관할권 다툼 양상으로 번지는 등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사고 발생 초기 언론 보도는 주한미군 보도에 소홀해온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했으며 심지어는 애써 외면하려는 게 아니냐는 비난마저 제기됐다. 실제로 신문들은 진상규명에 지극히 소극적이었을 뿐 아니라 단순히 사실을 전달하는 데도 소홀한 보도태도로 일관했다. 특히 언론이 여론을 주도하기보다 시민단체에 끌려가는 듯한 보도양태를 보였다는 점은 비난을 면키 어렵다. 이 사안에 대한 언론의 보도양태는 크게 월드컵 기간(6월 14일∼30일)과 그 이후(7월 1일∼15일) 양과 질 두 측면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 사안이 처음 보도된 지난달 14일 이후 7월 15일까지 한 달여 동안 경향·동아·조선·중앙·한겨레 5개지에 실린 관련 사설, 기사, 사진, 칼럼이나 기자메모 등은 모두 89건이었다.(표 참조) 이를 월드컵 기간과 이후로 나눠 비교해 보면 월드컵 기간 동안은 25건에 불과하던 관련기사가 월드컵이 끝난 이후 64건으로 게재빈도가 2배 이상 급증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한국 정부가 미군의 재판권 이양을 요구하는 등 적극적인 입장을 표명해 국민적 관심이 높아진 데 따른 것이지만 한편으로는 월드컵 기간 동안 보도가 상대적으로 소홀했다는 것을 반증한다고 볼 수 있다. 신문사별로는 한겨레를 제외하고는 양적인 부문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한겨레는 사설 4건, 일반기사 19건, 사진 5건, 취재파일 2건 등 모두 30건을 보도해 비교 대상 신문사 가운데 최다를 기록했다. 이어 경향(17건), 조선(16건), 동아·중앙(각 13건) 순이었다. 월드컵 열기에 사건발생 2주뒤 쟁점화 사고 발생 첫 보도는 조선을 제외한 4개지가 보도했으나 지방선거 결과보도와 겹친 탓인지 크게 취급되지는 않았다. 첫 보도에서 월드컵이 끝날 때까지 초기 보도의 경우 한겨레가 사설 2건, 기사 6건, 취재파일 1건 등 9건의 관련기사를 다뤄 타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충실한 편이었다. 그러나 한겨레를 비롯해 5개지 모두 첫 보도 이후 두 번째 기사인 20일자 한겨레, 조선이 나오기까지 신문들은 약 1주일간 후속보도 없이 침묵했다. 월드컵 기간과 그 이후 보도는 내용면에서도 차이를 보였다. 한겨레를 제외한 4개지는 미군이 궤도차 사망 규탄시위를 촬영한 기자 2명을 폭행하고 연행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유족들이 사고 관련 미군 6명을 고소한 시점인 6월 27·28일경에 가서야 사건의 전모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보도하기 시작했다. 조선 ‘미군 추모행사’ 첫보도 본말전도 특히 조선은 사고 발생을 보도하지 않은 채 6월 20일자에 ‘궤도차에 숨진 여중생 미군부대서 추모행사를 가졌다’는 내용만 다뤄 본말이 전도되는 보도양태의 전형을 보였다. 월드컵이 끝난 뒤 신문의 보도는 진상규명에 따른 미군 책임자 처벌과 미군 재판권 포기 요구 쪽으로 무게중심이 바뀌었다. 급기야 법무부가 미군측에 재판권 포기를 요청하면서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의 재판관할권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됐다. 이번 보도에 대한 각 신문사간의 입장차이는 재판관할권과 관련한 사설에서 가장 뚜렷하게 드러났다. 동아·조선은 7월 12일자에 각각 <미군, 재판권 현명한 판단을> <한미 재판권 다툼 원만하게 풀길>을 실어 ‘뜨거운 감자’인 SOFA 개정문제를 건드리지 않고 원만히 해결되기를 강조했다. 반면 경향과 한겨레는 <미군재판권 넘겨받아야>(경향 7월 6일) <여중생 압사 한국이 수사해야>(한겨레 7월 5일)를 통해 한국이 재판해야 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밝혔다. 동아와 중앙은 또한 이번 사고와 관련, <미군 여중생 사고 합리적 해결을>(6월 29일) <미군 장갑차 사고 이성적 해결을>(7월 5일)이라는 사설을 각각 실어 ‘합리적’ ‘이성적’ 해결을 강조하기도 했다. 비록 경향, 한겨레의 경우 사설을 통해 SOFA 문제를 언급하긴 했지만 기사를 통해 본격적인 재판관할권과 관련된 SOFA 개정문제에 접근하지는 않았다. 다만 경향의 경우 7월 10일 외국어대 이장희 교수의 기고 를 실어 SOFA 개정의 필요성을 간접적으로 주장했다. 한겨레를 제외한 신문들은 일련의 보도를 통해 이번 사고가 미군측의 주장대로 ‘우발적’ 사고인지, 유족측의 주장대로 ‘고의적’ 사고인지 진상을 밝히는 데 충실하지 않았다. 미군측은 애초에 우발적 사고라고 주장하다가 사고 발생 3주만에 “운전병이 교신하느라 경고를 못 들었다”고 잘못을 인정했다가 나중에 “공무중 범죄의 재판권은 미국에 있다”며 SOFA의 재판관할권 조항을 ‘전가의 보도’처럼 들고 나왔다. 이같은 미군의 주장에 대해 한국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은 SOFA 22조 3항에 의거해 미국에 대해 재판권 포기를 요청하는 것뿐이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이제 한국 언론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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