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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역지우인 친구가 있다. 이 친구는 더불어 살아 오면서 나의 생각과 항상 배치되는 놈이다. 소주로 하자면 맥주를 일관되게 마시자는 놈이고 삼겹살을 먹자면 갈비를 찾는 놈이다. 심지어 소변을 볼때 시선을 위로 향하고 있는 반면 이놈은 아래로 향하게 하며 볼일을 보는 놈이다. 이 외수가 좋다고하면 이 문열이 좋다고 하는 놈이였으며 말표 고무장갑이 좋다고 하면 태화 고무 장갑이 질기고 튼튼 하다는 놈이다. 그야말로 '남남 갈등'을 유발하는 놈이다. 금년 춘삼월에 노사모에 가입해 설익은 '이회창 불가론'과 '조선일보 싸가지론'을 이놈 앞에서 설파 한적이 있는데 여느때와 다름없이 '노무현 안돼론'과 '조선일보 따봉론'을 줄기차게 주장 했다. 처음 논쟁이 붙을때는 순발력있게 치고 빠지는 전술을 구사 했지만 번번히 이놈의 빠지고 치는 전술에 희석이 돼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었다. 어느날은 횟집에서 주먹 다짐까지 가는 일촉즉발의 교전 국면에 돌입했으나 주위 친구들이 제시한 평화 회담 서약서에 서명도 했었다. 서른셋에 둘도없이 친한 이놈 하고의 갈등은 빈번한 마찰로 이어졌고 그때마다 쓰린 속을 달래야 했다. 몇달이 지나가며 세월의 야속함에 대충 읽다만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을 들먹이며 남은 세월 인생 그렇게 살지 말라고 소리치면 쇼펜하우어의 인생론을 코앞에 들이대며 인생은 원래 그렇다는 왈왈 소리만 세속의 시간속에 묻혀 버리면서 그렇게 그렇게 흘러 왔었다. 그런데 서서히 이놈이 변하기 시작 했다. 항상 술좌석이나 평상시 자리에서 욕 대신 이놈에게 해준 말은 "어이구 조선일보 같은 놈아"란 말 한마디였다. 지금 생각해도 무척 즐겨 사용한 이말이 이놈의 신상에 변화를 준것이다. 술자리에서 이놈도 다른 친구들에게 "에라이 조선일보 같은 놈아" 하면서 자연스런 언어 구사를 하는 것이었다. 우린 한참이나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배를 잡고 웃었다. 그동안 이놈도 조선일보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나름대로 "영향 평가"를 한것이다. 우린 오랫만에 같은 소주로 잔을 부딧 쳤으며 2차 입가심으로 맥주잔을 들었다. 달빛은 어제와 달리 색다른 빛깔로 우리들을 비추는 듯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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