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정당에 대한 부담 탓 아니냐”…“함량미달 때문”


발행일 : 2002.09.19 [360호 1면]

 
중앙일보가 한나라당 의원들이 루머를 무분별하게 확산시키는 행태를 경계하는 취지의 칼럼을 초판(10판) 대장에 넣었다가 배달판에서 삭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중앙일보는 지난 16일자 4면에 당초 ‘이연홍의 정치보기’ <병풍 대 풍문> 제하 칼럼을 초판 대장에까지 게재했으나 막판 국장단 회의에서 빼기로 결정해 배달판에서 삭제했다.

이연홍 전문기자는 칼럼에서 “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아들 이정연씨가 어렸을 때부터 병명을 밝히기 곤란한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복용한 약의 후유증이 컸다. 이 후유증을 막기 위해선 체중감량을 해야 했고, 이 과정에서 병역면제까지 받게 됐다”는 한나라당 K의원의 주장에 대해 이후보의 측근, 서울대 김정룡 박사를 통해 확인해보니 사실과 다르다고 보도했다. 이기자는 이어 “결국 사실이 아니었다. 추측에 근거한 시나리오다. 그것도 일종의 여론조작”이라며 “그것으로 병역 공방의 국면 전환을 시도하려 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 기사가 삭제된 것과 관련, 이장규 편집국장은 “칼럼 앞머리엔 루머를 잔뜩 설명했다가 뒤에는 확인취재 결과 사실이 아니라는 것으로 표현해 기사가 안 된다는 판단에 따라 뺀 것”이라고 말했다. 이국장은 초판 대장에까지 나온 것을 삭제한 데 대해 “대장을 보지는 못했다. 평소에도 1∼3면 대장은 보지 않는다”며 “한나라당이나 윗선의 요청도 없었고, 이에 대한 고려도 없었다. 내가 판단해 내린 결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이연홍 정치전문기자는 “칼럼을 출고해 대장까지 나온 것을 확인한 뒤 퇴근했는데 갑자기 회사에서 ‘기사를 좀 고치자’고 부탁해 그냥 빼자고 해서 빠진 것”이라며 “이에 대해 할 말은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대선을 앞두고 대통령후보 아들의 병역 의혹을 둘러싸고 정치권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갖가지 루머가 떠도는 것을 막자는 취지의 글이 막판에 삭제된 것은 오해를 살 여지도 있다는 지적이다.

편집국의 한 기자는 “좀더 정황을 알아봐야겠지만 현직 부장급의 칼럼을 초판 대장에까지 실었다가 뺀 것은 흔치 않은 일”이라며 “기사 함량에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칼럼의 취지가 한나라당 의원들이 의도적으로 동정심을 유발하려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면 칼럼 삭제가 특정 정당에 대한 부담 때문으로 비춰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공보위 관계자는 “오는 24일께 공보위원 모임을 갖고 진상을 파악해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지를 논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조현호 기자  chh@mediaon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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