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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은 독자를 속이는 궤변론자 텍스트만 보고 컨텍스트를 외면하는 독선 김동민 기자 wanju@hanil.ac.kr 나의 권고를 보았다면 진중권은 지난주 금요일(16일)에 방영된 MBC 미디어비평을 보았을 것이다. 리영희 선생님께서 자세한 설명을 해주셨으므로 이번에는 잘 알아들었으리라 믿는다. 시청자 의견들을 보니 고등학생을 포함한 많은 시청자들이 진실을 깨닫고 감동을 받았다더라. 이번주 <시민의 신문>에 기고한 글을 보니 아마 진중권은 미디어비평을 보기 전에 이미 자신의 실수를 감지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는 실수를 인정하지 않고 궤변으로 독자를 속이는 수법을 택했다. 진중권의 글이다. [작품해설] 모든 범죄에는 (1)범인과 (2)원인이 있다. 가령 살인사건의 경우, 행위를 한 자는 범인, 그가 진 '카드 빚'은 원인이다. 사태의 해결을 위해서는 (1)에게 먼저 행위의 책임을 묻고, 그 행위의 배경이 된 (2)'카드 빚'에 대한 정책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런데 소위 진보진영의 일각에서는 (2)만 부각시켜 그것으로 (1)의 책임을 애써 덮어두려 한다. 이를 '범주오류'라 부르는 바, 이렇게 의도적 범주오류로 가해책임의 문제를 피해나가는 논리에는 몇 가지 버전이 있다. 1. 도착증의 버전: "남이 먼저 쐈다. 북은 정당방위다." 2. 데카르트 버전: "북이 먼저 공격한 것처럼 보이나, 그것은 미디어라는 악마가 내 눈에 마법을 걸어놓아 그렇게 보이는 것일 뿐. 모든 것을 의심하라. 확실한 것. 그것은 NLL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3. 구조주의 버전: "주체는 구조의 효과, 구조의 산물일 뿐. 주체는 죽었다. 죽은 '주체'가 아니라 살아있는 가해의 '구조'를 찾으라." 4. 종교재판 버전: "네게 묻노라. 너는 가해의 책임을 묻는다. 조선일보도 가해의 책임을 묻는다. 고로 너는 조선일보가 아니뇨? 자백해." 5. 신문광고 버전: "진보 위독 급래 요망. 중권아, 돌아와. 인철 빤쓰 줄여놨다." 김동민, 강준만 양씨를 보면, 명색이 지식인이면서 도대체 논쟁을 하는 방법조차 모른다는 의구심이 생긴다. 궤변이란 논리의 법칙을 위반하면서 '고의적으로' 거짓 명제를 논증하려는 것을 말한다. 진중권은 나와 진보진영이 '범주오류'를 범하고 있으며 나더러 논쟁의 방법을 모른다고 했는데, 정작 진중권은 치사한 '반칙'을 저지르고 있다. 논리의 법칙을 위반하는 반칙에는 여러 질이 있는데 이건 무슨 반칙일까? 진중권만큼 논리학에 정통하지 않은 내가 보기로는 '기계적 유비의 반칙'으로 보이는데 맞는가? 살인자와 카드 빚 = 북한과 NLL. 북한을 다짜고짜 총질이나 하는 집단으로 예단하는 자신의 선입견을 정당화하기 위해 북한과 NLL의 관계를 살인자와 카드 빚에 비유하고, 카드 빚의 제도적 모순과 관계없이 살인의 책임을 물어야 하듯이 NLL의 역사적 진실과는 관계없이 북한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뭐 이렇게 될까? 어째 이상하다. 비유 자체가 엉성하기 때문이다. 논제에서 벗어난 논거에 의해 자기 주장을 합리화하려는 궤변. 반칙인 것이다. 나와 진보진영이 '원인'만 부각시켜 '범인'의 책임을 애써 덮어두려 했는가? 진중권은 원인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으며 처음부터 북한을 범인으로 단정했다. 나는 이러한 태도가 잘못됐다는 얘기였다. 이를테면 진중권은 텍스트만 보고 컨텍스트는 보려 하지 않는 점을 지적한 것이었다. 지난 주 KBS 뉴스라인에 출연한 민노당의 권영길 후보는 서해교전 사태를 묻는 앵커의 질문에 전사한 장병들에 대해 애도의 말 한마디도 않을 뿐 아니라 북한의 사과를 요구하지도 않고 서해가 대단히 민감한 지역이라 지혜롭게 해결해야 한다는 취지의 말만 하더라. 진중권은 권 후보에게도 항의해야 하지 않을까? 서로 하고 싶은 말은 할만큼 했고 옳고 그름은 가려졌다고 본다. 나는 진상규명 후에 책임을 따지고 재발방지를 위한 지혜를 실천해야 한다는 점에 역점을 두었고, 진중권은 북한의 다짜고짜 총질에 대해 책임을 묻는 게 우선이라고 했다. 미리 선입견에 의한 결론을 내려놓고 그것을 입증하기 위해 무리를 하다보니 논쟁이 궤변으로 흐르는 것은 당연하다. 이쯤에서 마무리하는 게 현명할 듯하다. 대신에 하나 제안을 하겠다. 진 주간이 제기한 안티조선운동으로 논제를 바꾸자는 것이다. 최근 옥천에서의 발제까지 포함해서 그냥 넘길 수 없는 문제들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지난번 글에서 운을 뗀 바도 있다. 이럴 땐 꼭 내부분열이니 뭐니 하며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이들이 있는데, 나는 진 주간이 중요한 문제를 제기했고 차제에 점검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럼으로써 논리와 콘텐츠를 풍부하게 하여 운동의 발전에 기여할 수도 있다고 본다. 설령 진 주간이 안티조선운동의 전망을 어둡게 보더라도 그것은 개인의 의견일 뿐이고, 우리의 논쟁은 의미를 갖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2002/08/20 오전 12:02 ⓒ 2002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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