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조선'의 한국 협공/ 최상천 올해 6월29일은 기묘한 날이었다. 바다에는 전투의 포성이 울려 퍼지고, 육지에는 축제의 함성이 뒤덮였다. 오전 10시 25분부터 30분 가량, 서해에서는 남북 해군이 함포사격을 주고받았다. 한국군은 사망 4명, 실종 1명, 부상 19명의 피해를 입었다. 고속정도 한 척 격침당했다. 조선 인민군이 얼마나 피해를 입었는지는 아직 모른다. 남북 간의 교전은 1999년 `연평해전' 이후 3년 만이었다. 오후 여덟시부터 열시 반까지, 한국과 터키는 서울에서 월드컵 3∼4위 결정 경기를 했다. 터키가 3 대 2로 이겼다. 한국과 터키 선수들은 어깨동무를 하고 운동장을 돌며 스포츠정신을 마음껏 과시했다. 붉은 악마들은 대형 태극기와 터키 국기를 펄럭이며 세계를 향해 평화와 우정의 메시지를 보냈다. 그것은 승패를 넘어선 한마당 축제였다. 월드컵 거리응원에서 보았듯이 우리는 축제를 열고 즐길 줄 안다. 그러나 아직 전쟁 위험을 넘어서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대결의식과 증오심을 청산하지도 못했다. 지역·성·계급·세대 사이에도, 남과 북 사이에도, 한랭전선이 흐르고 있다. 왜 평화는 전진하지 않는가? 나는 두 조선이 대한민국을 협공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북쪽 조선(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서해에서 함포를 쏴대자, 남쪽 조선(<조선일보>)은 기다렸다는 듯이 청와대에다 유언비어폭탄을 퍼부었다. 북쪽 조선과 남쪽 조선은 서로 원수처럼 욕해대지만 대한민국을 폭격할 때는 손발이 척척 맞는다. 짜고 논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두 조선이 공격해대면 평화공존도 화해와 협력도 어렵다. 대한민국과 김대중이 살아남으면 다행이다. 이회창 대통령후보 비서실장이 `대통령 유고'를 들먹인 건 우연이 아니다. 주검까지 확인해야 직성이 풀릴까? 조선일보의 주장은 두 가지, 공격의 목적도 두 가지다. 주장의 하나는 `악마' 김정일이 직접 도발지시를 내린 것이 틀림없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김대중의 햇볕정책이 북의 도발을 불러왔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김대중이 `악마'의 앞잡이 노릇을 했다는 것이다. 공격 목적의 하나는 `햇볕정책'을 `암흑정책'이나 대결정책으로 바꾸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워낙 중대한 것이라서 다음 기회에 밝히기로 하겠다. 독자 여러분께서는 조선일보가 왜 전쟁분위기를 고조시키는지 음미해 보시기 바란다. 조선일보의 주장은 얼토당토않은 거짓이다. 김정일이 도발지시를 내렸다는 근거는 없다. 조선일보는 아무도 모르는 걸 틀림없다고 외치고 있다. 북쪽 조선이 햇볕정책 때문에 겁을 상실하고 도발한 것이라면, 6·25 남침, 1·21 사태, `판문점 도끼 만행', 잠수정 침투사건도 햇볕정책 때문이란 말인가? 이승만이 북진통일을 외칠 때 6·25 남침이 있었다는 걸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조선일보가 공격하는 것은 김대중이 아니라 대한민국 정부다. 이걸 착각하면 곤란하다. 조선일보는 지금까지 단 한번도 대한민국을 옹호하지 않았다. 그들이 옹호한 것은 일제시대에는 일본제국이었고, 독재정권 시대에는 반공독재국가였다. 아직도 이승만을 국부, 박정희를 근대화 혁명가, 전두환을 구국의 영웅으로 섬기고 있지 않는가. 조선일보가 북쪽 조선보다 더 격렬하게 대한민국 정부를 공격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그들은 민주국가 대한민국을 도저히 견딜 수 없는 것이다. 자기들 사주가 탈세 혐의로 구속되자 “언론 민주주의의 조종이 울렸다”고 보도하는 사람들이 기자일까 조폭 똘마니일까? 반공독재시대에는 독재자 나팔수 노릇만 하면서 국론분열이 사회악이라고 떠들었다. 서해교전 같은 위기사태가 오자 이번에는 국론분열에 앞장서고 민주국가 대한민국 정부를 격렬하게 공격하고 있다. 어떤 반국가 단체보다 심하다. 누가 대한민국의 적이고 무엇을 청산해야 하는지 선명하게 드러나는 순간이다. 최상천/ <알몸 박정희> 저자·역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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