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6월의 좋은·나쁜 사설(칼럼) 선정 결과   ......................................................................................................................................................... 모니터 기간 : 2002.6월 01일 ∼ 6월 30일 모니터 대상 : 경향, 대한매일,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 1. 이 달의 좋은 사설(칼럼) - 노동일보 6월14일자 사설 <어린이 중노동으로 흠집난 월드컵> 월드컵, 진정 전 세계인의 축제였나 2002 월드컵이 막을 내렸다. 우리 대표팀은 4강이라는 기대 이상의 선전으로 온 국민을 감격시켰다. 한반도 전체가 붉은 악마라는 이름의 엄청난 에너지를 분출했다. 매스컴은 이 같은 열기를 반영하듯 지면을 월드컵 관련기사들로 가득 채웠다. 환희의 순간과 붉은 악마들의 열기, 이들에 대한 국제적 관심, 나아가 포스트 월드컵 경제 대책까지 무궁무진한 소재들이 쏟아져 나와 그야말로 월드컵의 홍수를 이루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양적 방대함에도 불구하고 내용의 충실함에 있어서는 아쉬움을 남겼다. 대부분의 언론이 유사한 소재를 반복하거나 선수 개인의 신상, 경기장 주변 스케치와 같은 흥미성 기사에 치중하고 있어 지면 낭비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결국 이번 월드컵 기간동안 언론 스스로도 '승리에 도취된' 나머지 본연의 차분하고 객관적인 관찰자 역할에 충실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도 월드컵 이면에 가려진 인권침해의 문제와 주요한 사회적 이슈들에 대해 지나치게 소홀한 태도를 보인 것은 비판받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와 관련해서는 FIFA바로 세우기 운동에 대한 언론의 무관심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몇몇 언론을 제외하고는 FIFA의 전횡에 가까운 상업성과 아동노동력 착취를 반대하는 이 운동에 냉담한 태도를 보였다. 이런 가운데 노동일보의 6월 13일자 사설 <어린이 중노동으로 흠집난 월드컵>은 월드컵에서 드러난 불평등과 제3세계의 소외를 조명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에 민언련 신문모니터 위원회는 이 사설을 6월의 좋은 사설로 뽑았다. 야외 전광판 사용료 논란, 대규모 공석 사태 등 이번 월드컵을 통해 드러난 FIFA의 문제점은 크게 조직의 비민주적 운영과 월드컵의 상업화 등을 들 수 있다. 지난 월드컵과 마찬가지로 조직위의 지나친 상업성이 스포츠정신과 전인류의 화합이라는 기본 취지를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아동노동에 의한 공인용품(피버노바) 생산 역시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노동일보는 특히 아동노동에 의한 피버노바 생산문제를 잘 지적했다. "전세계 축구공의 70%를 생산하는 파키스탄에는 1만개의 축구 공 제조업체가 있고 여기에 최소 30만명의 노동자가 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는 사실과 150원 미만의 저임금에 시달리며 교육의 권리마저 박탈당한 제3세계 어린이들이 있다는 사실을 환기시킴으로써 표면에 드러나지 않았던 월드컵의 그늘을 조명하고 있다. 타 언론들이 티켓 발행과정에서 불거진 문제만으로 FIFA의 문제점을 단순화시키고 있는데 반해 제3세계 어린이의 노동력 착취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직접적으로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는 점 역시 6월의 좋은 사설로 선정하는데 중요한 근거가 되었다. 이 사설은 또 FIFA가 보여준 지나친 상업성을 비판하고 전 인류의 축제라는 타이틀에도 불구 월드컵이 1세계와 3세계의 심리적 격차를 더욱 심화시키는 소외의 역할을 하고 있는 현실을 정확히 지적하고 있다. 한편 이번 좋은 사설 선정과정에서는 노동일보의 사설이 '글로벌 마치'의 보고서에 근거하고 있고 FIFA의 경우 제3세계 어린이 노동력 착취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기도 하였다. 또 월드컵의 이면에 놓여진 제1, 3세계간의 갈등과 불평등을 주제로 한 한국일보의 칼럼 <훌리건과 제국주의> 역시 노동일보와 끝까지 경합을 벌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수공업에 의존하는 축구공 제작현실을 고려할 때 어린이 노동력 착취를 부인하는 FIFA의 입장을 확인할 근거는 매우 미약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노동일보의 매우 구체적인 문제의식과 비판도 같은 결론에 이르게 된 배경이다. 온 국민이 월드컵 축제에 휩싸여있는 동안에도 불평등과 분쟁으로 고통받고 있는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을 돌아보게 한 노동일보의 <어린이 중노동으로 흠집난 월드컵>. 우리 시대 인권의 문제를 진지하게 환기시킨 소중한 사설이다. (정리 : 오영은) 2. 나쁜 칼럼 - 조선 6월 30일자 <북의 의도적 공격와 얼빠진 대응> 평화는 가고 전쟁은 오라(?)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킨 월드컵의 열기가 막바지에 이를 즈음 발생한 이번 서해 교전은 그 시기와 피해 상황으로 인해 온 국민이 더욱 놀라게 했다. 이로 인해 남북관계는 또 한번 긴장국면에 빠져들었다. 남북한 양측 모두 많은 사상자를 낸 이번 교전은 군사적 대치 상황에서 벌어진 또 하나의 민족적 비극이다. 따라서 근본적이고 평화적인 사태 해결과 재발방지가 무엇보다도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런 와중에 왜곡보도와 감성에 의존한 일부 언론의 선동적 보도는 사태해결보다는 오히려 문제를 더욱 꼬이게 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북 함정을 격침시키지 못한 것을 안타까워했고 반평화적 관점이 가장 두드러진 조선일보의 보도는 위험천만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그중에서도 6월 30일자 사설 <북의 의도적 공격과 얼빠진 대응>은 사건 발생 바로 다음 날 극도의 강경입장을 보인 경우다. 민언련 신문모니터위원회는 이 사설을 6월의 나쁜 사설로 선정하였다. 사설은 사건 발생 바로 다음 날, 어떤 사실도 명확히 밝혀진 것이 없는 시점에서 쓰여졌음에도 불구하고 선정적 제목을 통해 이번 서해교전을 북한의 의도적이고 계획적인 공격에 의한 것이라 못박았다. 또 확전 위험에 대한 경계 없이 북한에 대한 우리 군의 대응을 나무라고 있다. 차분한 진상 규명의 목소리를 찾아보기 어려운 이 사설은 첫머리에서부터 "29일 발생한 서해 사태는 북한의 의도적인 군사 도발임이 분명하다"며 일체의 다른 가능성을 차단했다. 덧붙여 "북한의 이번 도발은 한국인들의 가슴을 벅차게 만든 민족적 성취감과 자부심을 짓밟으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라며 추측과 왜곡을 서슴지 않았다. 사설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이 '왜'라는 질문이었다고 적고 있다. 그러나 정작 이 질문에 대해 답을 찾으려는 노력은 보이지 않았다. 월드컵으로 인해 한반도에 국제적 이목이 집중되어 있는 상황에서 선제공격으로 인해 북한에 이득될 것이 없다는 북한전문가들의 견해에도 아랑곳없이 오로지 북한만의 일방적 책임으로 몰아가며, 북한은 대화상대가 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더 나아가 북한에 대한 지원을 포함한 남북관계를 중단할 것을 정부에 주문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서해 교전을 햇볕정책과 연결짓고 햇볕정책으로 인한 '안이한 인식'이 이번 교전에서 참사를 불러 왔다고 주장하는 대목에서는 현 정부에 대한 조선일보 특유의 '트집잡기'식 감정적 비난이 엿보인다. 그러나 조선일보의 이러한 감정적 비난은 현 정권에 대한 온당한 비판으로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다분히 정략적 뉘앙스만을 남길 뿐이다. 사설은 마지막 부분에서“김대중 정부는 북한 김정일 체제에 대한 일방적‘러브 콜’을 그만두고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며 '강경론'을 주문했다. 또 '북측에 대해 분명한 문책과 함께 적절한 응징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간적으로 볼 때 사건 발생 당일 날 쓰여졌을 사설이 사실관계는 밝히지도 않은 채 기다렸다는 듯이 강경론을 주문하는 것은 적어도 조선일보가 평화적 관점을 지녔다고 보기 어렵게 하는 근거다. 진상이 제대로 밝혀지지도 않은 상황에서 남북관계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는 각종 주문에다 사설 마지막까지 평화적 해결과 재발방지의 노력보다는 남북한 긴장을 고조시키는 냉전적 태도로 일관할 뿐이다. 이번 교전 지역은 이미 수 차례 남북간 교전이 일어난 지역으로 근본원인이 해결되지 않는 한 언제 또 이번과 같은 비극이 재현될지 모르는 위험을 안고 있다. 따라서 언론은 이번 사태를 맞아 냉정하고 이성적인 자세로 사실을 명확히 밝히고 이를 바탕으로 근본대책 마련에 힘써야 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조선일보의 사설< 북의 의도적 공격과 얼빠진 대응>은 예의 상식적인 언론의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2003년 한반도 전쟁 위기설이 나오는 지금, 조선일보의 위와 같은 태도가 얼마나 위험하고 무책임한 지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정리 : 김지선)   2002년 8월 12일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신문모니터위원회

이름   메일 (관리자권한)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