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 비리, 딴우물 파는 조중동
<신문 뒤집어 읽기> 그들은 어쩜 그렇게 똑 같을까?(3편)

고태진 기자 ktjmms@kornet.net  

김대업씨가 테이프를 제출하기 전까지는 테이프를 빨리 제출하라며, 한 목소리로 다그치던 조중동 세 신문이 막상 김대업씨가 예정대로 테이프와 녹취록을 제출하자 이제는 한 목소리로 테이프 자체에 대한 의혹을 키우고 있다.

현재 검찰이 테이프 자체에 대한 진위를 정밀 감정하고 있는 가운데, 이런 언론의 행태가 검찰의 공정한 수사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 우려된다.

녹음테이프 眞僞 더욱 아리송(조선일보 8월13일자 사설)
헷갈리는 '김대업 녹취록'(중앙일보 8월13일자 사설)
의혹만 키운 '테이프 제출'(동아일보 8월13일자 사설)

제목에서부터 테이프의 진위에 대한 의구심이 잔뜩 묻어나고 있다.

특히 조선일보는 김대업씨의 주장은 불신하면서 같은 전과자이며 현재에도 여러 건의 병역 비리에 연루되어 있는 김도술씨와 인터뷰한 내용은 대대적으로 보도하는가 하면, 사설에까지 인용하며 테이프의 신빙성에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이정연씨에게 면제 판정을 내렸던 백일서씨의 인터뷰 보도와 더불어 김도술씨의 인터뷰도 결과적으로는 김대업씨의 신뢰성에 타격을 가하는 조선일보의 특종이라 할 만하다.

하지만 "파렴치 가정 파괴범"(비록 따옴표 안에 있으나 편파보도의 극치라 할 만하다)인 김대업씨 발언에 대해서는 가감없이 제대로 보도가 되지 않으니 편파성에 있어서도 특종이라 할 만하다.

조선일보는 김도술씨와의 인터뷰를 근거로 테이프의 신빙성에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지만,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는 근거없는 막연한 불신과 혼란만을 부추기고 있다.

한나라당 이회창 대통령후보 아들의 병역 비리 의혹을 폭로한 김대업씨가 12일 검찰에 제출한 녹취록은 내용의 앞뒤 연결이 제대로 안돼 혼란스럽고 헷갈린다. 병역 비리 수사팀에서 활약하며 수사 전문가로 통해온 金씨가 이처럼 허술한 녹취록을 근거로 큰소리쳤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중앙)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 아들의 병역면제 의혹을 폭로한 김대업(金大業)씨측이 어제 국군수도병원 부사관을 지낸 김도술씨의 진술을 담았다고 하는 녹취테이프 1개와 녹취록을 검찰에 제출함으로써 이 사건 수사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의혹은 더 커지고 있다.(동아)

테이프 내용의 진실성이나 증거의 채택 여부는 현재로서는 검찰 수사에 맡겨둘 수밖에 없다. 그런데 벌써부터 테이프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전면 부인했다느니(조선), 테이프의 녹음 과정과 형식에서부터 의문 투성이라느니(중앙), 검찰이 테이프 유무의 논란을 방치함으로써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느니(동아) 등의 검증되지 않은 주장을 세 신문들이 약속이나 한 듯이 사설에서 풀어내고 있는 것은 참으로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논란의 쟁점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논란의 뿌리는 이정연씨가 과연 불법적인 방법으로 병역을 면제받았냐 하는 것과 그와 관련하여 97년에 이를 은폐하기 위한 조직적인 불법행위가 있었는가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세 신문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이런 논란의 초점을 벗어나 전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고자 하는 듯이 보인다.

김대업씨에 의해 속속 제기되고 있는 새로운 사실들에는 마지못한 보도 태도를 보인 반면, 김대업씨의 과거 행적을 들춰내 신빙성을 떨어뜨리는가 하면 과거 병역비리 수사에 참여했던 전력에 대한 불법 시비, 테이프 자체에 대한 근거없는 논란만 부추기고 있다. 그것도 우리 신문 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는 조중동 세 신문이 서로 짠 듯이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나라당에 이어 보수 신문들마저 이런 식으로 본질과 관련 없는 논란을 끝없이 생산해낸다면 병역 면제에 대한 진실 규명은 갈수록 어려울 수밖에 없다. 과연 이 신문들은 그것을 바라는 것인가? 조선일보의 8월13일자 사설의 내용은 이러한 의미에서 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

이 사설에서는 신속한 검찰의 조사를 촉구하는 듯이 보이지만, 한번 '뒤집어서' 보면 오히려 이번 수사가 대선 때까지 결론을 내리지 못할 것을 예고하는 듯하다. 또한 사설에서 미국에 있는 김도술씨에 대한 조사를 촉구하고 있지만, 이석희씨나 최성규 전 총경의 예를 생각한다면 이는 어려운 일로써, 김도술씨에 대한 조사가 제대로 되지 않을 시는 결과에 승복할 수 없음을 은연중 내비치는 의도로 보이기도 한다.

따라서 검찰의 수사는 먼저 녹음테이프 속의 목소리가 당사자의 것이 맞느냐 하는 원초적인 의문부터 검증하고, 그리고나서 등장인물들을 하나씩 불러 녹음 내용의 진위를 확인하는 순서를 밟을 수밖에 없다. 자칫하면 수사는 부지하세월로 늘어지고 국민은 정치권의 끝없는 흠집내기만 바라보다 대선을 맞게 될지도 모를 판이다.

검찰이 가일층 적극적인 자세로 수사에 속도를 내지 않으면 안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건의 열쇠를 쥔 김도술씨가 미국에 있기는 하지만 그가 한국언론과 버젓이 전화인터뷰까지 하고 있는 상황이니 조사가 불가능한 것만은 아닐 것이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강제확보가 가능한 김대업씨의 녹음테이프들에 대해서도 마냥 그의 처분만 바라는 듯한 태도 또한 이제는 재고해야 한다.


2002/08/13 오후 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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