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외부 필자 기근? 서지문 교수의 <'재상감' 기근?>을 비판한다 한재연 기자 citynomad@freechal.com   조선일보는 수준있는 외부 칼럼니스트가 모자란가? 8월 12일자 조선일보 아침논단을 보고 나는 피식 웃고 말았다. 아침논단의 제목은 <'재상감' 기근?>이다. 필자는 고려대 영문과 서지문 교수이다. 글의 요지는 장상 전 총리 서리 파문에 이은 장대환 신임 총리서리 임명에 대한 부정적 진단과 김대업씨에 대한 불신, 신당 창당을 하는 민주당에 대한 걱정(?)이다. 한마디로 조선일보가 노릴 수 있는 모든 공격지점을 다루고 있는 셈인데, 외부 필진의 글이라서 본사의 의견은 아닐 수 있다는 첨언은 빠지지 않는다. 문제는 의견이 아니라 글의 수준이다. 다 읽고 나서 나는 김이 새버렸다. 조선일보는 이제 필자 기근을 겪고 있는 것인가? 왜 매번 이렇게 수준 미달의 수필이 버젓이 칼럼 행세를 하고서 아침 논단을 흐려놓느냐는 말이다. 아주 기초적인 수준의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거 뭐 잘못 썼는데'라는 반응이 나오게 되어 있다. 왜 그런지 찬찬히 보자. 왜 그렇게 서두르는가? 지난 번에 이미 '재상'이란 단어에 대한 거부감을 밝힌 바 있어서 그것은 생략하기로 한다. 서 교수는 라디오 뉴스를 통해서 장대환 총리서리 임명을 듣고는 "또 한방 맞았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썼다. 왜? 난 뉴스를 보면서 멀쩡했는데 서 교수는 그런 반응이었을까? 장대환 서리의 행적에 어떤 문제가 있었을까? 그런데 그게 아니다. 서 교수는 일단 장 총리서리의 50세라는 나이를 문제삼는다. 그의 전직이나 경력은 빼놓고 단지 '50세의 장대환씨'라고 쓴 것을 보면 분명히 알 수 있다. 50세에 총리를 하면 안 되는가? 서 교수도 써놓았지만 우리나라는 입헌 국가이고 민주주의 국가이다. 법률적 하자는 전혀 없다. 국회 인사 청문회와 인준 투표를 통과하면 된다.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이니까 국회의 동의를 얻는다면 대의 정치로서 국민의 동의를 얻는 셈이다. 그런데, '실권이 없더라도 상징적 위상이 높은 일국의 재상'을 '생소한 사람'으로 임명하는 것이 '국민의 동의에 의해 다스린다는 입헌민주주의 국가의 원칙'에 뭐가 위배된다는 것인가? 국회 날치기 통과라도 했는가? 아직 인사청문회도 열지 않았고, 장대환 총리서리의 경력이나 행적을 통해 어떠한 검증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이 상황에 왜 혼자 서두르시는지 모르겠다(그리고 한 가지 짚고 넘어가자면 '다스린다'는 말인데, 이 단어도 뭔가 좀 찜찜하다. 다스린다니, 나만 해도 누구의 다스림도 받지 않는데, 서 교수는 누구에 의해서 다스림 받는가 보다 하고 넘어간다). '신선함'이 도를 넘는다고? 부패 정권의 시한부 총리이고 사생활이 파헤쳐지는 어려움 때문에 '적임자들이 전부 고사'를 해서 인선에 어려움이 있었음을 아량 넓게 이해하는 서 교수는 이번 인사가 너무 신선해서 도를 넘은 것 같다고 한다. 더불어 국민들은 '우롱당했다'는 느낌도 든단다. 거기에 '보복성의 일격'에다 '어리둥절'과 '허망함'까지 느낀다니 할 말이 다 없다. 바보 칠뜨기를 총리실에 투입시킨 것일까? 아니면 파렴치범을 낙하산 태워 내려보낸 것일까? 뭐가 이렇게 성급한지 모르겠다. 전문경영인으로 나름대로의 경력을 쌓아온 장대환 서리의 능력과 자질을 어떤 잣대로 검토했는지 알 수가 없다. 지명도가 떨어진다는 것이 총리 수행을 하는 데 결격 사유가 된다는 것인가? 뒤에 나오는 허무맹랑한 근거는 이 글을 읽은 사람에게 서지문 교수가 느꼈던 느낌의 총체를 선사하고도 남음이 있다. 허무맹랑함이 도를 넘었다. 3공화국의 '신인' 인사는 그래도 괜찮았다? 서 교수의 다음 단락 글은 차라리 포장마차에서 들리는 술꾼들의 객쩍은 소리에 가깝다. 3공화국 때에는 '신인'이 고위직에 기용되면 '새로운 인재'에 대한 '기대'가 들었단다. 무슨 이유로? 그들은 외국 명문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거나 사시 수석 합격자거나 당시로서는 귀한 '자격'의 소유자였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국민의 저항도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단다. 한술 더 떠서 '나중에 부패하고 타락했을지언정' 당시에는 '국가 발전에 상당 부분 기여했다'고 한다. 서 교수는 경제개발 5개년 계획식의 국가 성장 일변도의 발전을 바라는가? 개인적인 기억 창고에 남은 빛바랜 추억을 들고서 매우 세심한 관찰이 필요한 현실 정치에 훈수를 두겠다는 바람은 하도 민망해서 봐주기 힘들 정도이다. 3공화국 때는 기대였던 것이 왜 국민의정부에서는 '우롱당하는 느낌'으로 다가오는가? 근거가 없는 개인적 취향은 사적 자리에서 할 이야기이지 공론의 장에서 펼치는 것이 아니다. 군사 정권의 인재 기용은 참신한 정치적 '포섭'이었다? 서 교수는 대부분의 요직을 군 출신이 장악하는 잘못된 인사에서 예외적인 민간인 출신 인재 등용은 환영을 받았는데, 유신 이후에는 정부로 들어감과 동시에 참신성이 끝났다고 한다. 그리고 그런 인재 등용은 연줄이 아니라 군사 정권의 '포섭'이었단다. 아니, 인권 탄압하고 민주주의 훼손하던 군사정권에서 한 자리했던 민간인들이 참신하기는 뭐가 참신하다는 소리인가? 오히려 그들은 독재 정권의 하수인, 나팔수 노릇을 했던 것이 아닌가. 서 교수의 말대로라면 유신 이전의 박정희 정권 때에 권력 근처에 접근한 민간인들은 참신성을 갖추고 국가 발전을 이룩한 바람직한 인사로 탈바꿈된다. 이번 총리 서리 임명은 '쇼'다? 서 교수는 '인사가 망사'였다고 김영삼 정부를 한 번 둘러치고서는 곧바로 이번 총리서리 임명에 문제를 제기한다. 국민의 정부 인사는 매번 '쇼'를 보는 듯하다면서 '국민에게 알려지지 않은 사람'을 발탁한 것은 '통치자로서 국민정서를 무시하는 독단적인 처사'라고 주장한다. 문제는 자질과 능력이지 지명도가 아니다. 이 단순한 사실을 왜 애써 외면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경제가 가장 직접적인 문제이고 국민적 관심사이기에 경제에 관한 전문가를 발탁한 것이 아닌가. 그리고, 애시당초 대학 총장 출신 총리들이 수두룩한데 그들 중에서 총리 발탁 이전에 국민적으로 알려져 있던 사람이 몇이나 있었는가. 이건 명백한 트집잡기에 불과하다. 직무 수행 능력이 현저히 낮고, 공직자로서의 자질이 의심된다면 그때는 문제가 달라지지만 '지명도'에만 초점을 맞추어 인사를 바라본다는 것은 판단력 부족이다. 느닷없이 김대업씨를 거론하는 이유는 뭘까? 서 교수는 총리서리 임명 문제를 말하다가 갑자기 방향을 선회해서 김대업씨 문제를 거론한다. 물론 조선일보의 논조와 정확하게 일치해서 김대업씨의 신상 문제를 걸고 넘어지는 것이다. '아니 왜 하필 저 사람인가?'라는 진술을 '많은 국민'이 생각했을 거란다(글을 읽다가 국민이란 단어가 너무 많이 쓰이고 있어서 견딜 수가 없다. 왜 '나'라는 주어 대신에 추상적 개념의 '국민'을 쓸까? 왜 내 생각이라고 안 하고 '국민'들이 생각했다고 하는 것일까? 제발 이런 식의 글쓰기는 지양했으면 한다). 서 교수는 한술 더 떠서 한나라당 대변실에서 발표하는 식으로 김대업씨가 정치 공작을 하는 것이라는 증거는 없지만 8·8 재보선을 앞두고 '독자적'으로 '정의감에 불타서' 고발을 했다고 믿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라고 한다. 이것 또한 현재 진행형으로 검찰이 수사하고 있는 사건이다. 왜 사건의 진실 여부에는 관심이 없고 그것을 둘러싼 음모론에만 관심이 가 있는 것일까? 알다가도 모르겠다. 더구나 한 편의 글에서 주제와 관련되지 않는 이런 문단을 끼워넣은 것부터가 서 교수의 정치적 공격점을 쉽게 드러나게 한다. 글의 논조는 이른바 병풍을 정치공작으로 규정하고 있다(아니, 백번 양보해서 표현은 자유니까 그래도 좋다고 하자. 그래도 괜히 가만히 있는 다른 사람의 생각까지 지레짐작하지 말고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고 딱 부러지게 글을 쓰면 어디가 덧나는가? 눈가리고 아웅식의 이런 두루뭉실한 글쓰기는 지양되어야 마땅하다). 민주당을 왜 걱정할까? 서 교수는 김대업씨 거론만으로도 성에 차지 않는지 민주당의 신당 창당에도 걱정을 아끼지 않는다. 그런데 세 가지 정치적 사안을 다루면서 하나도 제대로 된 논평이 없음이 안타깝다. 총리 서리 임명이나 병풍에 관해서는 지나치게 서두르고 편향되어 있고, 마지막으로 신당 창당에 관해서는 아직 미지수인데 어느 하나의 입장만을 반영해서 그대로 쓰고 있다. 그러니까 신당이 대통령 후보 얼굴을 갈아넣기 위한 것이라는 말인데, 원칙이나 기준이 없어 걱정이란다. 노무현 후보가 주장하는 신당 논의와 국민경선제에 대한 이야기는 싹 빠지고 반노, 비노 그룹의 신당 논의만이 수용되어 있을 뿐이다. 서 교수에게 드리는 충언 서 교수의 글은 순전히 개인적인 감상문이다. 그러므로 아침 '논단'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관찰과 분석, 판단은 없고 순전히 느낌만 있다. 그리고, 그 느낌은 매우 편향적이다. 서 교수는 이렇게 스스로 칼럼에 얼굴을 내밀지 말고 여성 잡지에 수필을 기고함이 어떨지 묻고 싶다. 굳이 조선일보가 아니더라도 여성 조선이라든지 여성 잡지도 많지 않은가. 아침부터 이런 글을 읽고 실망할 사람들이 걱정되는 것이 아니라 이 글을 읽고 엉뚱한 판단을 내리게될 독자들이 심히 우려되기 때문이다. [아침논단] ‘宰相감’ 기근? 새 국무총리서리로 50세의 장대환(張大煥)씨가 임명되었다는 뉴스를 라디오에서 듣고, “또 한방 맞았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실권이 없다 하더라도 상징적인 위상이 높은 일국의 재상인데, 그렇게 국민에게 전혀 생소한 사람을 임명하는 것은 ‘국민의 동의에 의해’ 다스린다는 입헌민주주의 국가의 원칙을 위배한 것이 아닌가? 부패로 만신창이가 된 정권의 시한부 총리나 다름없고, 사생활이 일일이 파헤쳐지고 왜곡되어 망신하기 딱 좋은 검증과정이 싫어서 많지 않은 적임자들이 전부 고사를 했기 때문에 인선에 지대한 어려움이 있었으리라는 것은 충분히 이해를 하지만, ‘신선함’도 이 정도면 도를 넘은 것이 아닌가. 새 총리서리의 임명 소식을 들은 국민은 조금은 우롱을 당했다는 느낌도 들고, 장상(張裳)씨를 거부한 데 대한 보복성의 일격을 당했다는 느낌도 들고, 아무튼 좀 어리둥절하고 허망한 느낌일 것 같다. 내가 어렸을 때의 일이기는 하지만 제3공화국 때만 하더라도 아주 ‘신인’이 고위직에 기용되면, “그런 새로운 인재가 있었나” 하고 기대를 가졌던 것 같다. 그 때의 ‘신인’들은 대개 외국의 명문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거나 사법고시 수석 합격자라거나, 당시로서는 매우 귀한 ‘자격’을 갖춘 사람들이었기에 국민의 저항을 크게 받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그들은 나중에는 부패하고 타락했을지언정, 그 당시에 통치에 필요했던 지식과 기술을 정부에 제공해서 국가발전에 상당부분 기여했다고 본다. 그 때는 그런 인재들이 연(緣)줄에 의해 기용되었다기보다 정권이 그들을 기용함으로써 인재를 포섭하는 양상이었다고 본다. 물론 대부분의 요직을 군(軍) 출신이 차지하는 근본적으로 잘못된 인사, 국정운영에서 예외적인 민간인 출신 인재 등용이었지만, 어쨌든 그 때문에 ‘참신한’ 실력자의 등용은 오히려 환영을 받았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유신 후기 이후에는 ‘참신한’ 인재가 정부에 들어가면 그것으로 그의 ‘참신성’은 끝나는 것이었고, 제6공화국 후기부터는 순수한 발탁으로 믿어진 인사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직선제로 선출되어 정통성에 문제가 없었던 문민정부 이래 인사는 더욱 독단적이 되어가서 ‘인사가 만사(萬事)’임을 표방한 ‘문민정부’에서는 결국 인사가 ‘망사(亡事)’가 되더니, 국민의 정부 들어서는 국민이 수긍하고 환영한 인사가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였는데, 이제는 매번 인사 ‘쇼’를 보는 듯하다. 새 총리서리가 대단한 인재일 가능성은 있지만, 그토록 국민에게 전혀 알려지지 않은 사람을 전격적으로 발탁한다는 것은 통치자로서 국민정서를 무시하는, 지극히 독단적인 처사라 아니할 수 없다. 이번의 총리 인사뿐 아니고 지난번에 ‘성은이 망극하여이다’를 읊은 어느 장관을 비롯해서 너무나 많은 각료, 고위공직자, 국영기업 및 국책기관장의 인사가 국민을 어이없게 만들었다. 그래서 국민은 이 정부의 사람 보는 안목을 의심하는 데서 나아가 인사의 원칙이 완전히 잘못되었다는 결론을 내리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의 여망이나 국정의 안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대통령과 핵심 측근의 사적인 연줄이나 편의를 위한 인사라는, 그러니까 나라가 대통령과 몇몇 사람의 사유화가 되었다는 생각을 대부분의 국민이 하고 있다. 총리나 각료의 인사와 한꺼번에 논하는 것이 좀 무엇하긴 하지만, 한나라당 이회창 대통령후보 아들의 병역면제를 불법이라고 고발한 김 아무개씨를 보면서 많은 국민이 ‘아니, 왜 하필이면 저 사람인가?’ 하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물론 그의 고발이 정부와 여당이 꾸민 각본에 의한 것이라는 증거는 없지만, 그 사람이 전혀 독자적으로, 정의감에 불타서, 10여년 전의 불의를 참다 참다 더 참을 수가 없어서 8·8 재·보선을 며칠 앞두고 고발했다고 믿는 사람은 아마도 별로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우리 국민이 ‘국민의 정부’를 회고할 때 김 아무개씨의 얼굴을 떠올리게 된다면 서글픈 일이다. 갈기갈기 찢기고 진 수렁에 빠진 새천년민주당이 자구책으로 당을 해체하고 새 인물을 대통령 후보로 영입하려 한다는데, 아무런 원칙이나 기준이 없는 것 같아서 어떤 얼굴을 간판에 올릴지 기대보다 걱정이 앞선다. ( 徐之文/고려대 교수·영문학 ) 인터넷 한겨레 하니리포터에도 송고한 기사입니다. 2002/08/12 오전 08:11 ⓒ 2002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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