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정세현 통일부 장관 발언 보도에 대한 비평 김헌식 기자 codess@lycos.co.kr   정세현 장관의 북한 중유지원 관련 발언을 두고 조선·중앙·동아일보가 크게 비난하고 나섰다. 비난의 표적이 된 발언은 13일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가 주최한 CEO 조찬포럼에서 말한 "대북 중유지원은 내년 1월까지 지속돼야 한다”는 부분이다. <중앙일보>는 우방의 관계에 비판의 초점을 맞춘다. 15일자 사설 '중유 갈등 이래선 안된다'에서 정세현 장관의 발언은 '우방에 대한 결례'라고까지 하며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또 丁장관의 발언이 북핵 개발 폐기를 촉구하는 국제 사회의 외교적 압박에 김 빼는 결과를 초래한 잘못은 더욱 엄중히 따져볼 문제다... 丁장관의 발언은 대북 압박에서 미국 등 우방과는 같은 배를 탈 수 없다는 의지를 공언(公言)한 셈이다... 이제 우리는 대북정책 주관 부서의 책임자가 외교의 기초를 무시한 채 북한이 국제 사회의 압력을 피해 남측을 피난처로 활용하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어처구니 없는 모습을 보고 있다. 이래 가지곤 한.미 공조가 설 땅은 없다. 정부의 안이한 자세는 우방의 불신을 자초하고 북한의 떼 쓰기를 부추길 뿐이다." - 중앙일보 11월15일자 사설 중앙일보가 비판하는 요지는 정세현 장관이 주장하는 중유 1월 연장 보장은 우방 사이의 공조체계를 붕괴시키면서 국제적인 압박을 풀고 결국 북한에게만 유리한 피난처를 제공하는 것이라는 점이다. 이는 외교의 기본도 모른 것이라고 비판한다. <동아일보>도 11월 15일자 사설에서, 이런 마당에 “중유 지원은 내년 1월분까지 계속돼야 한다”고 한 정세현(丁世鉉) 통일부 장관의 발언은 이같은 국제사회의 강경 기류를 외면하고 일방적으로 북한을 편드는 것으로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비난했다. <조선일보>는 더 나아가 정세현 장관 개인의 자질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한다. 이는 지난 10월 25일자 사설 '정세현 장관은 북한 대변인인가'에서 정세현 장관의 개인적인 자질을 문제 삼은 데 이은 것이다. "정세현 통일부 장관은 아예 북한 대변인 역할을 하기로 작심한 모양이다. 엊그제 평양 장관급 회담을 마치고 서울에 돌아온 이후 정 장관이 한 일은, “북한이 얼마나 핵 문제를 대화로 풀기를 원하는가” 하는 점을 설득하고 다닌 것이었다." - 조선일보 10월 25일자 사설 10월 25일자 사설에서는 정세현 장관을 북한의 대변인으로 몰았다. 통일부 장관을 북한의 대변인으로 모는 것 자체로 정체성을 포기시킨다. 이를 통해 자칫 다시 갈등과 긴장관계로 치달을 남북관계를 막기 위한 정 장관의 정책가적 의지를 폄하했다. 그런데 이어 이번에는 본격적으로 정 장관 죽이기에 나섰다. "정 장관은 북핵사태 이후 북한을 두둔하는 듯한 발언과 대북 경제제재 불필요 주장으로 번번이 논란을 일으킨 당사자다. 그의 발언은 초지일관 현 정부의 대북 비위 맞추기 일변도를 반영한 것이었고, 이번 일도 예외가 아니다... 한두 번도 아니고 정 장관의 이해 못할 발언들이 되풀이되고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고 볼 수 있다. 현 정부가 북핵문제의 처리는 북한에 맡겨두고 우리는 계속 지원과 경협의 선의(善意)만 보이면 된다는 이상한 집착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정 장관의 발언은 북한이 이걸 알아달라고 호소하는 것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현 정부가 북한 핵에 대해 조금이라도 단호한 입장을 갖고 있다면 정 장관의 운신(運身)부터 정부 차원에서 문제 삼아야 할 것이다." - 조선일보 11월 15일자 사설 정 장관은 정부의 대북 비위나 맞추는, 이상한 집착에 빠져 있는, 북한에 호소만 하는 사람으로 만들어 버린다. 그렇기 때문에 더 이상 놔두면 안되고 정부에서 문제를 삼아야 한다는 말한다. 이는 조선일보가 정책가에 대한 평가를 멋대로 내리고 이를 정책가에 대한 인사 조치에 반영시키려고 하는 것이다. 과연, 이상한 사람 취급을 하거나 멋대로 평가할 만큼 정책적 의미가 없는 것인가. 정 장관은 13일 강연에서 북한 핵문제와 관련 “한.미.일이 공조해야 한다”고 분명하게 전제했다. 그런 틀 속에서“동시에 우리 정부는 남북간 대화와 교류. 협력을 통해 압박을 가하고 조절하고 설득해 나가야 한다”는 기본적인 시각을 밝혔다. 그렇게 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가 “지난 93년 북핵 위기 당시 김영삼 대통령이 ’핵을 가진 자와는 대화할 수 없다’고 발언해 남북대화가 중단된 적이 있다”며 “대북 강경 일변도 정책이 오히려 우리 정부의 입장을 어렵게 만든다는 사실을 절감했다”고 말한 데서 왜 그런 접근이 필요한 지 알 수 있다. 강경 일변도의 압박책이 결코 남북관계나 한반도를 둘러싼 여러 상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 때문이다. "북한이 지난 7월 경제관리개선조치를 취한 후 국제사회를 향한 개방조치를 취하면서 핵 문제가 불거진 상황이어서 10여년 전과는 달리 국제사회 압력이 커진 상황”, "북한이 오판하지 않도록 돕기 위해서라도 남북대화는 지속돼야 한다"는 발언도 이러한 점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미국 중심의 국제 공조는 이러한 점을 분명하게 무시하고 있다. 이에 무조건 동조하는 것은 그간의 수많은 화해 노력을 무참하게 짓밟는 것이다. 대북 화해기조의 유지라는 면 뿐만 아니라 북한 주민의 열악한 경제사정을 보자면 오히려 1월까지의 중유 보장도 너무나 짧은 기간이다. 오히려 기간을 늘려도 모자란다. 부족하다고 비판할 일이다. 자생적인 노력보다 긴장 조성을 주안점에 두는 미국 중심의 국제 공조, 우방에 대한 예의 운운하며 조선, 동아, 중앙일보는 소모적으로 똑같이 10년 역사를 되돌리고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하니리포터에도 보낸 글입니다. 2002/11/15 오전 12:06 ⓒ 2002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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