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가 소송걸기를 남발하고 있다. 지난 8일에는 <한겨레>와 <시사저널>을 상대로 각각 1억원의 손해배상소송을 서울지법에 냈다. 한겨레 9월27일치 기사 `한나라당 4억달러 북 지원 주장 어떻게 나왔나’와 시사저널 9월12일치 기사 `허 일병 의문사 진상추적, 조선일보가 틀렸다’가 조선일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앞서 10월16일에는 안티조선운동을 하는 시민단체 `조선일보 없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시민모임’(조아세)를 업무방해, 명예훼손,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정보통신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남대문경찰서에 고소했다. 한 마디로 덩치값을 못하고 있다. 법이란, 사회적 약자가 억울한 일을 호소하는 최후의 보루로서 기능해야지, 약자를 때려잡는 강자의 도구가 되어서는 안된다. 조선일보가 무슨 억울한 일을 당했으며, 이런 방법밖엔 없는가 텔레비전 드라마 <야인시대>에 나오는 깡패들만도 못하다. 한편, 김대중 편집인의 뒤를 이어 ‘궤변과 거짓말의 달인’으로 일취월장하고 있는 이한우 논설위원의 말을 들어보자. 그는 지난 8일치 칼럼 `후보들은 언론이 싫다’에서 “언론으로부터 비판을 받은 대통령이 세무조사식 기획으로 언론을 압박하는 사태는 한 번으로 족하다”며 “정책비판에 불만이 있으면 보다 나은 정책을 생산하면 되는 것이고 언론의 근거 없는 비방에 대해서는 근거 있는 반박을 하면 된다”고 말했다. 지당하신 말씀이다. 조선일보의 주특기인 거두절미를 여기에 적용해 앞뒤 잘라내고 보면 참으로 `명언’이다. 소송에 재미를 붙인 조선일보 관계자들이 특히 유념해 읽어야 할 대목이다. 그렇다면 보자. 조선일보가 안티조선운동에 대응하기 위해 발행하기 시작한 사외보 <독자와의 대화> 10월26일치 3면에 실린 `조아세의 불법사례들’이라는 기사를 보면 “일부 안티조선 단체들이 합작한 `조아세’라는 전위조직이 조선을 터무니없이 비방하는 유인물을 뿌리고 아파트단지 등에 배달된 조선을 훔쳐가는 등의 불법행위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은 인터넷에 조선을 악의적으로 비난하는 글을 띄우고 회원들끼리 연락하면서도 가명으로 활동한다”며 “이 정도면 그들 스스로도 떳떳하지 못한 행동을 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이것이 인터넷문화도 이해하지 못하는 `1등 신문’ 조선일보가 조아세를 고소한 이유다. 이한우 논설위원의 `명언’과 소송의 변을 대비해보면 조선일보의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조선일보와 같은 거대신문이 ‘근거 없는’ 비방을 해도 ‘근거 있는’ 반박을 하면 된다고 가르치면서, 이제 갓 활동을 시작한 작은 시민단체의 정당한 비판에 대해서는 ‘근거 있는’ 반박 대신 고소를 했다. 이렇게 가정을 해보자. 70만부 이상을 무가지로 마구 뿌리는 신문을 쓰레기 수거 차원에서 처분했다면 그것은 불법행위인가 자원봉사인가 한겨레와 시사저널에 대한 고소도 마찬가지다. 설령 한겨레나 시사저널이 `근거 없는 비방’을 했다 치더라도, 이한우 논설위원의 충고대로라면 훨씬 많은 발행부수로 `근거 있는 반박’을 하면 될 일이다. 아무리 수구적 이익을 지키기 위해 극우적 논지를 펴더라도 비열하지는 말자. 이 정도는 조폭세계에서도 지켜지고 있는 상식이다. 김동민/ 언론개혁시민연대 집행위원장, 한일장신대 교수

이름   메일 (관리자권한)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