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김택환 미디어 전문기자의 주장에 대하여 김동민 기자 wanju@hanil.ac.kr   공영방송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했을 때 그 대안은 무엇인가? 중앙일보 미디어 전문기자인 김택환 박사는 소위 '민영화'를 대안으로 제시한다. 민영화란 다름 아닌 상업방송으로 전환하자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KBS 2TV와 MBC를 민영화해야 한다는 주장으로서 제2 제3의 SBS를 만들자는 얘기다. 논리적 타당성을 갖춘 주장이라면 논의해 볼만도 하다. 그러나 적어도 11월6일자 <미디어 세상 - 지상파 채널 정부 '독점' OECD國중 한국뿐>에서 제기한 근거는 대단히 빈약하다. "KBS-2가 상업방송보다 더 선정성을 추구"했으며, "MBC는 일부 정치권과 편파보도 시비에 휩싸여 있다"며, 따라서 "두 공영방송의 공공성과 공정성에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상태"라는 것이다. 그리고 일부 방송인들이 비리사건을 들고 있다. "따라서 이들을 민영화하자는 주장이 더욱 설득력을 얻을 수밖에 없고, 방송국 스스로 이같은 환경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 언론학계의 일반적인 지적"이라고 한다. 한 마디로 이것은 견강부회(牽强附會)다. 왜 그런가? 자기 주장을 합리화하기 위해 표피적이거나 일시적인 현상을 빌미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KBS-2의 선정성이 지나치다면 원인을 진단하여 그에 맞는 처방을 내려야 할 일이다. 게다가 MBC에 시비를 건 한나라당의 전략에 대해서는 양식있는 언론학자라면 혀를 차야 할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영화가 언론학계의 일반적인 지적이라면, 문제는 언론학계에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아니면 언론학계가 김 박사에게 항의라도 해야 할 것이다. 김 박사가 민영화를 주장하는 배경 중 하나는 소위 OECD 선진국의 상황이다. 이것은 우리가 가장 경계해야 할 함정이다. 외국의 사례는 참고용일 뿐이지 맹목적으로 따라야 할 모범 답안은 아니다. 우리는 우리 실정에 맞는 제도와 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 김 박사는 이렇게 말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가 중에 한 국가가 사용 가능한 아날로그 지상파 채널 여섯 개중 다섯 개를 정권이 쥐고 있는 나라는 한국뿐이다. 동양방송을 강제로 빼앗는 등 1980년에 등장한 신군부의 언론통폐합 정책이 남긴 유산이다." 지상파 다섯 채널을 정권이 쥐고 있는 게 맞는가? 정부가 제도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는 되어 있다. 그렇다면 이 고리를 끊어 공공성과 공정성이 담보되는 명실상부한 공영방송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해야지, 이 논의를 생략하고 바로 민영화를 주장하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다. 동양방송(TBC, 지금의 KBS 2TV)을 삼성에게 되돌리기 위한 정지작업인가? 김 박사는 방송의 국제경쟁력을 위해 "한국 지상파 방송의 지형으로 볼 때 두 개의 공영방송과 네 개의 민영방송으로 이뤄지는 구조가 바람직하다는 것이 학계의 정론"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공공성과 공정성 논의에서 경쟁력 문제로 논점을 슬쩍 전환하고 있다. 내가 아는 한, 이해타산에 밝은 일부 학자들을 제외하고 이런 주장을 하는 학자들은 소수다. 오히려 상업채널이 난무하는 케이블 및 위성방송과의 균형을 위해 지상파는 공영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 학계의 정론이다. 김 박사는 5월25일자 <미디어 세상>에서 선진국들의 '탈규제'와 '민영화'의 추세를 국제화의 대세로 소개하면서 "동종 매체를 복수로 소유하거나 공중파방송에 참여하는 등의 겸영을 허용해야 한다"고 제안한 바 있다. 탈규제와 민영화의 추세란 독점자본의 이윤추구를 위한 논리이며 그것의 국제화란 제국주의적 진출의 합리화일 뿐이다. 방송시장을 미디어 제국주의 국가들에게 헌납하면서까지 매체의 독과점을 조장하고 재벌의 방송 진출을 합리화하는 것이 국제화며 경쟁력 강화인가? 우리가 이 상황에서 쇄국주의 정책을 취할 수는 없으며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책을 강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지상파 공영방송을 자본가들의 손에 맡기는 것이 상책일 수는 없다. 경영은 기업의 논리를 최대화하여 경쟁력을 갖추도록 하면서도 소유는 공영으로 확고히 해야 공공성과 공정성이 온전히 발휘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민영화가 곧 경쟁력의 강화라는 근거는 없으며, 공영방송이 민영화되는 날로 공공성과 공정성은 영원히 실종될 것이다. SBS가 증명해주고 있다.   2002/11/10 오전 11:11 ⓒ 2002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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