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싸잡아 비판하는 ‘물타기 보도’ 정치혐오주의 부추겨 발행일 : 2002.10.17 [364호 1면]   한국정치를 퇴보시키고 정치혐오주의를 확산시킨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철새정치인’들의 행태와 관련, 일부 언론의 양비론적인 보도태도가 오히려 이를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언론은 지난 14일 민주당 이완구·전용학 의원이 한나라당으로 당적을 옮기자 대선 판세를 가늠하느라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각 당의 출입기자들을 총동원해 안팎의 반응을 점검하는 ‘후폭풍’의 영향력이 얼마나 될 지를 파악하는데 온 힘을 기울였다. 그러나 언론계 안팎에서는 이러한 언론의 움직임 속에 정작 정치권의 구태를 뿌리뽑겠다는 ‘의지’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언론은 두 의원이 한나라당에 입당하자 지난 15일자부터 주요 뉴스로 다루기 시작했다. 거의 대부분의 신문·방송이 첫 기사로 대선을 앞두고 본격화 양상을 보이고 있는 정치권의 이합집산을 보도했다. 이 가운데 한겨레는 가장 빨리 사설을 통해 두 의원의 행태를 비판했다. 경향신문도 15일자 김지영 논설위원의 칼럼 <철새도 노선은 있다>를 통해 “철새도 나름대로 이동방식이 있다”며 “철새라고 불렀다가는 자칫 ‘철새 모독’이 되기 쉽다”고 일침을 놓았다. 하지만 일부 언론의 보도는 양비론적인 시각에 입각해 상황을 설명하고 ‘국민의 심판’에 문제해결을 맡김으로서 비판의 강도를 완화하는 한편 국민들에게 정치혐오감만 가중시키고 있다는 평가를 낳았다. 동아일보는 16일자 사설 <또 ‘배신의 정치’인가>에서 끝무렵에 “민주당이나 자민련이 이를 빌미로 국회 의사일정을 거부하는 것도 소극(笑劇)에 지나지 않는다”며 “‘동종의 전과’가 있는 양당은 조용히 국민의 심판을 기다리는 게 마땅하다”고 밝혔다. 조선일보도 16일자 사설 <‘국민경선’이라더니 헤쳐 모여>에서 “(붕당 상황에서) 특정인 누구누구만을 ‘철새정치인’으로 매도하기에는 심히 어렵게 돼 버렸다”고 평가하는가 하면 “자민련의 쇠락한 모습에 이르면 그동안의 ‘3김 정치’ 퇴장과 함께 새로운 정계개편이 이제 돌이킬 수 없는 흐름이 됐음을 말해준다”고 해설했다. 이에 대해 한 신문사의 중견기자는 “철새정치가 되풀이될 때마다 언론은 원론적인 비판에 그친 채 국민의 심판에 결론을 맡겨야 한다며 발을 뺐고 결과적으로 정치혐오주의만 부추겨온 꼴이 됐다”며 “특히 당의 대변인으로 인신공격적 수준에서 다른 당 대선후보를 비난하다 그 후보 아니면 안된다며 당을 옮기는 세계정치사에 남을 코메디정치는 언론이 앞장서 다시는 이 땅에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그럼에도 정치권을 싸잡아 비판하는 물타기 보도가 나오는 것은 언론이 특정 정당의 이해를 대변하는 것처럼 비쳐진다”며 “언론은 하다 못해 의원들이 강변하는 것처럼 지역구의 민의에 따른 것인지 검증하려는 노력이라도 보여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강하게 성토했다.   이영환 기자  hwany@mediaon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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