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성 기자 I-mee@hanmail.net  

사람이 살다 보면 알고 싶은 일들이 제법 생긴다. 그 알고 싶은 욕구를 채우기 위해서 책도 읽고, 공부도 하고, 외국에도 가보고 한다. 이런 호기심 때문에 ‘그것이 알고 싶다’ 류의 TV 프로그램이 장수하고 있다. 그런데 그 어떤 것보다 요사이 꼭 알고 싶은 사실이 하나 있다. 그것은 ‘과연 이회창 후보의 두 아들들은 어떻게 군 입대를 면제받았을까?’에 대한 진실이다.

물론 공식적인 대답은 있다. 이 두 아들이 모두 체중 미달로 면제받았다는 공식 발표는 이제 대한민국 보통 사람이라면 대개 알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98년 대선 당시 이 두 아들이 병역 면제 과정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었고, 지난 4년 동안 그 의혹이 말끔하게 해소되지 못했다는데 있다. 오히려 올 들어 ‘이회창 후보의 큰 아들이 신체검사 과정에서 돈을 주고 부정한 방법으로 면제를 받았다’는 주장이 나왔고, 그 주장을 한 김대업씨는 병역 비리 공방과 관련된 고소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에 ‘녹음 테이프’ 하나를 증거물로 제출하였다.

이 테이프에 국군수도병원 원사이었던 김도술씨의 ‘이정연씨 군 면제 과정에 관한 진술’이 담겨 있다는 것이 김대업씨의 주장이다. 그런데 이 녹음 테이프에 대한 2차 성문 분석의 결론은 ‘김도술씨 목소리인지 여부에 대하여 판독 불명’과 ‘테이프의 편집 가능성 배제 못함(대검)/ 편집 가능성 있음(국과수)’이었다.

이 결과를 놓고 조선일보는 10월 17일자의 세 사설 중에 첫 번째로 “김대업 테이프 결국 ‘꽝’이었나”라는 ‘인상적’인 제목으로 사설을 싣고 있다. 굳이 ‘인상적’이라는 말하는 것은 ‘꽝’이라는 단어가 사설 제목으로는 워낙 파격적인 단어이기 때문이다. ‘꽝’이라는 말은 ‘아무 것도 아니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 그런 의미에서 사설 제목이 파격적이기는 하지만 크게 문제가 없다. 왜냐 하면 검찰 발표에 따르면 김도술씨의 진술이라고 제출된 문제의 ‘녹음 테이프’의 증거 능력이 의심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사설의 내용으로 들어가면 책임있는 언론사의 ‘社說’로는 ‘꽝’이다. 이 사설의 논리 전개는 이렇다: 첫째, ‘테이프’가 ‘꽝’이다. 둘째, 그러니 ‘병역 비리 수사는 종결된 셈’이다. 셋째, 이제는 ‘병풍 수사가 시작된 배경’에 대해 수사해야 한다. 첫째와 둘째 주장은 한 문장이고, 셋째 주장이 사설의 나머지 전부를 차지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이 사설은 ‘무리수’를 둔 ‘정권’과 ‘민주당측’을 기획 수사의 배경으로 보고. 검찰이 수사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촉구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국민들은 김대업 테이프가 ‘꽝’인지 아닌지 여부를 알기 원하는 것이 아니다. 국민들은 ‘이회창 후보 아들의 병역면제 과정에 비리가 있었느냐’는 점에 관해서 사실을 알기 원한다. 검찰이 수사해야 할 과제도 ‘이정연씨의 병역 비리’ 여부다. 녹음 테이프는 그 과정 중에 하나 일 뿐이다. 하다 못해 이정연씨의 병적기록표 하나만 보더라도 국민들이 납득할 수 없는 일로 가득차 있다. 이미 보도된 것 중에서 모든 기록표의 가장 기본 요소인 이름과 직인 날인과 관련된 것만 보더라도‘사진과 철인의 누락’,‘한자 이름의 오류’,‘주민등록 번호 오류’,‘남여 동생 이름 오류’,‘호적병사용 구청장 대신 대외용 구청장 날인’, ‘서울지방병무청장 대조 확인 날인 누락’, ‘징병관 대신 지원 도장 날인', '보충대 군의관 날인 누락’, ‘춘천 병원 정밀 신검 기록 누락’ 등이다. 이 모든 사실이 관련된 사람들이 모두 실수한 것이라는 지금까지 주장은 아무래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검찰은 이런 사실 하나 하나에 대해 이제부터 더 분명하게 수사해 나가야 한다.

이번 검찰 발표는 병역 비리의 증거물이라고 고소인이 주장하는 것 중에 하나에 대하여 검찰이 판단을 내린 것에 불과하다. 더욱이 최근 이회창 후보의 둘째 아들 이수연씨의 병역 문제와 관련해서 2년 전에 한인옥씨로부터 돈을 직접 받았다는 김대업씨의 새로운 진술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 권오성 수도교회 목사  

ⓒ2002 희망네트워크
이런 처지에서 ‘꽝’이 된 테이프 하나로 병역 비리도 ‘꽝’이니 종결하고 오히려 문제를 제기한 배후를 밝히라고 하니 이것은 사설에서 제일 경계해야 하는 예단을 조선일보사가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예단을 가지게 되면 아무래도 사설 제목과 내용이 일치하지 않거나 논리가 심히 왜곡되거나 비약되는 잘못을 범하게 마련이다. 만약 신문이 어떤 목적이나 예단을 가지고 사설을 ‘수단’으로 해서 논리를 편다면 그 수단은 결코 ‘정정당당’하지 못하다. 10월 17일자 조선일보 첫번째 사설의 결론에서 내가 배운 교훈이다.

그런데 사실 조선일보 사설이야 어찌 되었든지, 테이프가 ‘꽝’이든지, 어느 대선 후보의 지지율이 올라 가든지에 관계없이 아직도 알고 싶은 것이 하나 있다. ‘과연 이회창 후보의 두 아들들은 어떻게 군 입대를 면제받았을까?’- 이 진실을 아직도 알고 싶다. 군에 입대할 아들을 둔 아버지의 소박한 희망이기도 하다.  



2002년 대선을 앞둔 시기, 신문의 편파·불공정·왜곡보도에 대한 감시운동을 위해 각계 전문가들이 자발적으로 나서고 있다. 민주화운동의 대표세대인 3,40대가 주축이 되어 결성한'희망네트워크'(www.hopenet.or.kr)의 <13인위원회의 신문읽기>는 매주 화, 목, 토 격일간격의 모니터링 칼럼을 이어가고 있다.

<13인위원회의 신문읽기>에는 권오성 목사를 비롯해 김택수 변호사, 이용성 한서대 교수, 김창수 민족회의 정책실장,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 권오성 목사,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의 저자 홍세화씨, 문학평론가 김명인씨, 소설가 정도상씨, 김근식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방인철 전 중앙일보 문화부장, 권오성 수도교회 목사, 대학생 오승훈씨, 민언련 사무총장 최민희씨 등 각계 전문가가 함께 하고 있다.

독자로서 필진에 참여하고자하는 분들은 희망네트워크 홈페이지(www.hopenet.or.kr)「독자참여」란이나 dreamje@freechal.com을 이용.- 필자주


2002/10/17 오후 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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