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송진혁 칼럼'에서 보고 고태진 기자 ktjmms@kornet.net   국민은 더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도대체 나라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정치인들이 똑바로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지, 누가 올바른 대통령감인지 알 권리가 있다. 국민이 알 수 있는 수단은 언론이다. 언론이 뒤틀어서 보여주면 국민은 뒤틀린 현실을 보게 된다. 중앙일보 송진혁 논설고문은 10월15일 칼럼에서 "좀더 말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이러저러한 정치권의 폭로도 국민이 더 많은 것을 알기 위해서는 장려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한 폭로들이 사실인지 아닌지를 떠나서 국민들에게 많은 것을 알게 해줬으니 '폭로자에게 고마워할 이유가 많은 것'이라 한다. 송재혁 고문은 민주당 국민경선이 사기극이었다는 폭로도, 노벨평화상이 로비에 의한 것이었다는 주장도, 북한에 4000억원의 뒷돈이 건네졌다는 것도, 군의 도발 징후가 있었는데도 국방장관이 묵살했다는 폭로도 국민에게 더 많은 것을 알게 해주었으니 다행스럽고 고마운 일이라고 한다. 아마 홍준표 의원이 국회의원에게 연예인의 성상납이 있었다는 폭로도 국민들은 고마워해야 할 모양이다. 사실 면책 특권을 이용한 국회에서의 폭로는 구체적인 물증이나 근거가 없는 경우가 많아 '아니면 말고'식의 정치 공세가 대부분이다. 국민경선이 사기극이었다는 김영배 의원의 헛소리나 노벨평화상 로비의혹 등은 폭로라기보다는 정치적 이익을 위한 '자해극'에 가깝다. 이런 수준의 정치 행태를 국민이 보아야 하는 현실은 사실 비극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국민은 불행하다 할 만하다. 또한 북한의 도발 징후를 묵살했다는 한철용 소장의 폭로는 사실 조사결과 오히려 한 소장의 주장이 잘못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한 국군 장성의 개인적 동기에 의한 폭로에 정치권이 이용당했든지, 거꾸로 정치권이 한 소장을 이용한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문제는 4000억원 대북 지원설인데 여러 정황상 미심쩍은 부분이 많으므로 앞으로 한광옥씨의 검찰 고소 사건이나 감사원의 감사, 나아가 계좌추적이 이루어지면 그 전모를 밝혀낼 수가 있을 것이다. 적어도 언론이라면 면책특권을 이용해서 마구 날아다니는 정치권의 무책임한 폭로도 이 정도의 교통정리는 해줘야 할 것이다. 국민들이 제대로 알고 판단할 수 있도록 사실을 보도하고 판단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 언론이 아니던가? 사실이든 아니든, 국익이 도움이 되건 안되건 무작정 독자들을 자극하여 선정성을 추구한다면 황색언론이라 해야 마땅할 것이다. 물론 국민들이 많이 알기 위해서는 '좀더 말해야 한다.' 하지만 국민이 마땅히 알아야할 사안인 '옥'과 무책임하고 근거 없는 정치 공세에 지나지 않은 '석'은 구분되어야 하며, 정치혐오감만 부추기는 시끄러운 소음은 국민건강상 추방되어야 마땅하다. 그런 과정을 통제할 수 있는 사회적 수단이 언론이다. 이거든 저거든 무조건 국민들이 많이 알 수 있는 게 도움이 되는 것이라고 무차별적인 폭로를 부채질하는 것은 지금의 정치 상황을 고려해보았을 때 저의가 의심스럽다. 특히 한나라당의 폭로는 '그 돈이 북한에 갔는지 안 갔는지는 폭로자가 입증하지 못했지만', '폭로자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는 조사결과가 나오긴 했지만' 폭로의 내용을 알게 된 자체가 다행이라는 이상한 논리까지 동원하여 너그러움을 보여주고 있지만, 과연 이회창 후보 아들의 병역면제 의혹 제기에도 참으로 그러한 의혹 제기가 다행이라는 반응을 보인 적이 있었을까? 송 고문에게는 이정연씨의 병역 면제 의혹 주장은 보이지도 않고 단지 '병풍 조작설'만이 도움이 되는 폭로일 따름이다. '병풍 조작설' 은 '최소한 불공정수사 억제 효과는 있을 것'이라고 한다. 참으로 한나라당의 폭로는 국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 많기도 하다. 지금 정부는 공직자의 정보유출과 정치권 줄서기를 단속하는 특별기강점검을 한다는데 정말 웃기는 얘기다. 지금껏 정보를 유출하고 줄서기를 한 사람들이 누군데 이제 와서 공무원들을 단속한다는 것인가? 참으로 정권 말기에 공무원들의 기강을 단속한다는 야단법석은 참으로 웃기는 얘기다. 이미 모든 권력은 '집권 야당'으로 몰려가고 있다. 백날 공무원을 단속해도 소용이 없다. 현 정권을 흠집내고 무력화시키는 폭로라면 근거나 국익을 따지지 않고, 장려하고 대서특필해줄 신문들이 굳건히 버티고 있지 않은가? [송진혁 칼럼] 좀 더 말해야 한다 요즘 잇따라 터지는 국정 내막을 보면 대한민국이 불쌍하고 한국 국민이 불쌍하다. 4천억원이라는 거액이 빌리는 사람의 서명조차 받지 않은 채 국책은행으로부터 빠져나가도 누구 한 사람 그 진상을 밝히지도 않는다. . 나라를 지키고 국민을 보호해야 할 군은 상관과 부하가 서로 비난하는 콩가루집안이 되고 있다. . 정치혁명이라고까지 칭송받던 국민경선이 사기였다는 주장이 나오고, 한 청년의 병역의혹을 둘러싼 검찰 조사는 두달이 넘었건만 문제의 녹음테이프가 진짜인지 가짜인지도 밝혀지지 않고 있다. . 이러고도 대한민국이 제대로 관리.운영되고 있다고 볼 수 있을까. 이러고도 한국 국민이 제대로 보호받고 대접받고 있다고 볼 수 있을까. . 지금 정부는 공직자의 정보유출과 정치권 줄서기를 단속하는 특별기강점검을 한다는데 정말 웃기는 얘기다. 지금껏 정보를 유출하고 줄서기를 한 사람들이 누군데 이제와서 공무원들을 단속한다는 것인가. . 줄서기라면 국가정보원장이 대통령 아들에게 돈을 주고 검찰간부가 대통령 측근에게 수사정보를 알려준 것보다 더한 줄서기가 있을까. . 기강해이라면 4천억원이란 큰 돈을 애매모호하게 재벌에 꿔준 국책은행이나 상관.부하간에 치고받는 군 내부보다 더 개탄스럽고 걱정할 만한 기강해이가 있을까. . *** 國政내막 보면 국민만 불쌍 . 모처럼 점잖은 국무총리가 취임하는가 했더니 그의 첫 작품이 고작 기강단속이라니 실망스럽다. 정말 이 나라에 기강을 세우자면 대통령 친인척과 권력실세들을 어느날 하루 날을 잡아 모아놓고 비장한 각오로 자정(自淨)맹세라도 시키는 게 나은 방법일 것 같다. 지금껏 부패와 국정문란과 기강해이가 그들로부터 일어난 게 아닌가. . 일부에선 최근 정치권의 각종 폭로를 매우 우려하고 있다. 입증도 못하면서 무책임하게 의혹을 터뜨려 정쟁이 격화되고 민생문제를 외면한다는 것이다.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 폭로가 없었다면 국민이 도대체 이런 의혹.문제점의 존재 자체는 물론 그 언저리나마 알 수 있었겠는가. 폭로가 있었기에 우리는 4천억원이 괴상하게 대출된 사실을 알게 되고 그런 금융난맥.특혜의 시정문제가 시급하다는 점을 절실히 알게 됐다. 그 돈이 북한에 갔는지 안갔는지는 폭로자가 입증하지 못했지만 국민으로서는 폭로자에게 고마워할 이유가 많은 것이다. . 군의 보고 묵살 논란도 마찬가지다. 폭로자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는 조사결과가 나오긴 했지만 이 일로 인해 국민이 군 내부가 엉망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다행이 아닐 수 없다. . 군의 단합과 지도력이 위험수준에 있음을 알게 되고 결코 공개돼선 안될 국가기밀이 공개되는 불상사도 보게 됐다. 5679부대나 북파공작원 같은 존재는 원래 있어도 없는 것으로 돼야 하고 그들의 존재가 표면에 불거지지 않게 철저히 관리할 임무가 정부에 있는데 최근 국정감사장의 고성(高聲)증언과 격렬시위를 보면 정부가 감출 것을 감추는 임무를 제대로 하는지 의심스럽다. . 민주당의 국민경선에 '사기성'이 있었는지 여부도 당연히 국민이 알아야 할 일이다. 발설자가 그 내막을 빨리 다 '까발려야' 바른 투표.바른 정치가 촉진될 수 있다. 병풍조작설도 지켜볼 일이지만 최소한 불공정수사 억제 효과는 있을 것이다. . 이처럼 폭로가 있었기에 망정이지 폭로가 없었던들 우리는 중요한 국정내용에 대해 까막눈.귀머거리가 될 뻔했다. 이번 일을 미루어 생각하면 아직도 많은 비밀이 어둠 속에 묻혀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 중요한 것은 국민도 좀 알자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폭로로 몇가지 의혹의 윤곽은 드러났어도 아직 실체 파악은 안되고 있다. 폭로가 던진 질문에 정부가 회답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 가령 북한에 단돈 1달러도 안줬다는 말이 정말인지도 의심스럽지만 아직도 4천억원의 괴상한 대출을 설명도 조사도 하지 않는다. 그런 금융난맥과 변칙대출에 대해서는 손을 봐야 할텐데 그런 조치도 없다. . *** 각종 의혹에 정부는 답해야 . 군 문제에 대해서도 정보묵살은 없었다고 하지만 군의 단합과 지도력 확립이라는 시급한 문제가 부각됐는데도 역시 말이 없다. 노벨상 로비설도 야당이 공세를 자제한다고 의혹이 없어지는 건 아닐 것이다. . 결국 정부는 국민이 더 아는 것을 싫어하는 것인가. 더 아는 것을 계속 막을 작정인가. 만일 그렇다 해도 정부 뜻대로는 잘 안될 것이다. 현정부에서 차관과 은행총재를 지낸 사람이, 현역소장이 그런 증언을 할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정부가 말을 안해도 누군가 또 말을 할 것이고, 그런 말이라면 왜 나쁠까. . 송진혁 논설 고문 . 2002/10/15 오후 1:12 ⓒ 2002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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