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식 기자 codess@lycos.co.kr   이회창 후보가 참석한 가운데 9일 열린 한나라당의 대선 기본계획 보고회에서 박주천(朴柱千) 의원이 한국일보사 편집국 간부들의 성향 및 편집방향 등을 담은 언론대책 문건을 보고한 사실이 확인돼 파문이 일고 있다. 더구나 문건을 주었다는 서씨는 한국일보에 존재하지도 않는다. 이 때문에 대선을 앞두고 언론을 길들이기 하려는 음모가 아닌가 하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정치권에 파문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침묵하고 있다. 언론대책문건이 나올 때마다 공작정치니 언론장악음모니 하던 조동은 아무 말이 없다. 무엇보다 그동안 한나라당은 여당의 언론대책문건이라고 불거진 사례들을 들고서 공작정치, 음모론을 제기하는 등 적극적인 공세를 취해왔다. 이러한 공세는 특히 조동을 중심으로 재생산되었다. 그런데 한나라당이 오히려 그러한 행태를 보인 것이다. 여기에 대해 조동은 침묵한다. 누구든지 언론 길들이기 행동을 한다면 언론은 문제제기를 해야 한다. 그런데 이렇게 한나라당의 보인 행동에 대해 침묵하고 있는 것은 한나라당에 대해 봐주기를 한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여러가지 사례 중 가까운 지난 7월 불거져 나온 언론문건에 대해 동아일보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한 언론의 보도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민주당의 ‘이회창(李會昌)불가론 분석’ 문건에는 음습한 공작정치의 냄새가 배어 있다. (동아일보, 2002년 7월 26일자 사설, 공작정치 냄새나는 '문건) 동아일보는 작년 새정부 언론 정책 추진계획이라는 문건이 불거져 나왔을 때 이렇게 말했다. 현정부 출범직전 작성된 ‘새정부 언론정책 추진계획’이라는 제목의 이 문건은 뒤에 만들어진 일련의 언론문건들과 맥을 같이해 여권이 일정한 계획 하에 언론장악을 위한 시나리오를 만들고 추진해 오지 않았느냐는 의구심을 떨쳐 버릴 수 없다. (동아일보, 2001년 7월 3일자 사설 사설, '방송을 정권지지의 핵으로') 조선일보는 문건이 불거질 때마다 성토하고는 했다. 지난 7월에도 마찬가지였다. 어제 공개된 여권의 ‘이회창 불가론’이라는 문건은 지난 4년반 동안 현 여권이 보여준 국정 운영의 한 패턴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이것이 현 여권이 상용하는 수법임은 작년 한해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을 꺾기 위해 범(汎)여권 차원에서 펼쳐졌던 ‘언론 길들이기’ 작전에서 확인된 바 있다. (조선일보, 2002년 7월 25일자 사설 민주당 계열 또 정치공작 문건) 조선일보는 2001년 2월 시사저널 문건이 불거졌을 때, "노골적인 ‘언론사 때리기’가 문건 작성의 본래 취지라면 이야말로 엄청난 언론탄압 음모가 아닐 수 없다."(조선일보, 2001년 2월 22일자 2면 사설, 언론문건 “여권인사가 건넨 것”) 그런데 이번의 사례에 대해서는 침묵한다. 이번에 드러난 한국일보 대책문건은 대선을 앞둔 언론 길들이기 언론대책문건이라는 의혹이 짙다. 해당 언론사 사주 등 주요 간부의 정치적 성향 분석과 함께 경영지침, 나아가 당 차원의 접근방향 등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그 주체가 한나라당이라는 사실만이 이색적이다. 이러할 때 만약 이러한 사실을 그대로 묵과하거나 무시한다면 한나라당을 편드는 신문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불명예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진실규명에 힘을 실어주는 발언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공작 정치의 한 주모자라는 오명을 피할 수 없다.   이글은 한겨레 하니리포터에 보낸 글입니다. 2002/10/11 오전 10:08 ⓒ 2002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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