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만물상과 '의인' <조선일보>가 새삼스레 '고(故) 장세환씨 부자의 선행'을 기리는 까닭은...? 문성 기자 aemet@hanmail.net   <조선일보> 눈에 김대업씨와 민주당 의원들이 어지간히 밉보였던 모양이다. 전혀 상관없는 일에 그들을 끌어들여 느닷없이 한방 먹이는 걸 보면. 8월 31일자 조선일보 만물상을 보시라. 글제가 '의인'이다. 소매치기를 쫓다가 교통사고로 숨진 고려대생 장세환씨가 '의인'이고, 그의 의로운 주검을 기리고자 학교측에 5억원의 장학금을 기부해 '장세환 추모장학회'를 만들기로 한 장씨의 아버지가 또한 '의인'이라는 것이 주된 골자다. 겉보기에는 장씨 부자의 의로움을 칭송하는 글로 보인다. 그러나 가만 살펴보면 그게 아니다. 만물상의 가늠자는 장씨 부자가 아니라 '전과 6범'인 김대업씨를 의인이라고 추켜세우는 민주당 박양수 의원, 아니 전체 민주당 의원들의 혐오스러움에 맞춰져 있다. 장씨 부자의 의로움은 그들의 악행을 보다 극적으로 부각시키기 위한 배경색 내지는 <비교체험! 극과 극>의 한 대상에 지나지 않을 뿐. 만물상의 핵심대목이다. "최근 소매치기를 쫓다가 교통사고로 숨진 고려대생 장세환씨의 유가족들이 '장세환 추모장학회'를 만들어 학교측에 5억원의 장학금을 기부했다고 한다. 일본 지하철역에서 사람을 구하다 숨진 이수현씨와 더불어 누가 봐도 의인이라 부를 만한 경우다. 게다가 장씨의 아버지가 보여준 행위야말로 진정 의인에 값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이런 경우를 '의롭다'고 한다. 정치인들의 의인관(義人觀)은 이런 경우들과는 또 다르다. 얼마 전 민주당 박양수(朴陽洙) 의원은 "김대업씨는 의인"이라고 했다. 누가 그에게 의인으로 비친 것까지 시비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어쩌면 민주당 사람들 대부분이 김대업씨를 의인으로 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만물상에 의하면, 의인은 '우선 티 한점 없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런데도 민주당 의원들이 '전과 6범'인 김대업씨 - "전과 3범쯤 되면 이제는 더 이상 인간이기를 포기한 것이니 이런 범죄인들은 사회에서 격리시키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이다"고 조선일보는 주장했다(사설, 살인범 난무, 행형에 문제있다, 2000.4.17) - 를 '의인'이라고 떠받들고 있으니 그것이야말로 해괴망측한 코미디가 아니냐는 것이 만물상의 내밀한 메시지다. 만물상의 글은 그러나 죽은 자를 이용했다는 점에서 우선 크게 비난받아 마땅하다. <조선일보>의 눈에 김대업씨를 의인이라고 말한 민주당 박양수 의원의 발언이 용서받을 수 없는 망발로 비쳐졌을 수는 있다. 그렇다 하여 그를 조롱하기 위해 고(故) 장세환씨나 고(故) 이수현씨의 정의로운 죽음까지 보색대비로 활용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조선일보>는 정녕 정치와 무관한 순결한 젊은 넋들까지 팔아 민주당을 공격해야만 직성이 풀리는가. 나아가 만물상의 글은 말꼬리잡기의 전형이라는 점에서 비난받아 마땅하다. 민주당 의원들이 김대업씨를 높이 평가하는 것은, 그가 '때묻지 않은 의로운 삶'을 살았대서가 아니라 '그가 비록 전과자지만 병역비리를 밝히기 위해 외롭게 투쟁하고 있다'는 의미에서다. 이를 모를 리 없는 <조선일보>가 성경의 <잠언>과 <창세기> 설화, 심지어 파스칼의 <팡세>까지 들먹여가며 민주당의 말꼬리를 잡고 늘어지는 것은 스스로 언론이기를 포기한 유치한 짓 아닌가. 만물상의 글은 또한 '의인'(혹은 의로움)에 대한 개념을 제 멋대로 추론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비난받아 마땅하다. 만물상이 인용한 기독교의 '의인'은 행위 중심이 아니라 철저하게 관계 중심이다. 포도를 맺기 때문에 포도나무가 되는 것이 아니라 포도나무이기 때문에 포도를 맺는다는 비유가 이를 입증하고 있다. 이 점에서 성경의 '의인'은 행위를 앞세운 일반적인 도덕율과 배치된다. <조선일보> 논설위원은 글을 쓰기 전에 연구도 아니 하는가. [불온한 호기심 둘] (1)"하늘을 우러러 부끄럼 없이 살아왔다"는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 '자기를 죄인이라고 생각하는 의인'과 '자기를 의인이라고 굳게 믿는 죄인' 중에 어디에 해당할까? (2)자신의 결백함을 '하늘에 대고 맹세'하기를 좋아하는 이회창 씨와 자신의 전과에 고개떨구며 범법자는 비리를 폭로하지도 못하느냐고 절규하는 김대업씨 가운데 예수는 누구를 더 의롭다고 여길까?(혹 시간이 나시는 분은 <누가복음> 8:9~14에 나오는 '바리새인과 세리'의 비유를 읽어보시기 바란다.) [만물상] 의인(2002.8.31) 선악(善惡) 구분이야 종교라면 다 하는 본업이지만 의인(義人)에 대한 열망이랄까 선망은 기독교가 강한 편이다. 성경의 잠언서를 읽어봐도 의인과 악인을 대조시켜 풀이하고 있는 구절들이 수없이 나온다. “의인이 형통하면 성읍이 즐거워하고 악인이 패망하면 기뻐 외치느니라.”(잠언 11장 10절). “의인의 소원은 오직 선하나 악인의 소망은 진노를 이루느니라.”(잠언 11장 23절) 성경에서 의인과 관련해 가장 두드러진 이야기는 창세기에 나오는 ‘소돔과 고모라’다. 악(惡)의 도시 소돔을 멸하려는 하느님의 뜻에 아브라함은 처음에는 “의인 50인만 있으면 용서하시겠습니까”라고 물었다. 그러나 그 50인이, 45인, 40인, 30인, 20인, 10인까지 줄어들었으나 결국 의인은 없었고 소돔은 불로 심판을 받았다. 철학자 파스칼은 의인에 대해 흥미로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인간밖에 없다. 하나는 자기를 죄인이라고 생각하는 의인이고 또 하나는 자기를 의인이라고 굳게 믿는 죄인이다.” 이 말에 약간이라도 가슴이 뜨끔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자신을 의인이라고 믿어온 쪽일 가능성이 크다. 최근 소매치기를 쫓다가 교통사고로 숨진 고려대생 장세환씨의 유가족들이 ‘장세환 추모장학회’를 만들어 학교측에 5억원의 장학금을 기부했다고 한다. 일본 지하철역에서 사람을 구하다 숨진 이수현씨와 더불어 누가 봐도 의인이라 부를 만한 경우다. 게다가 장씨의 아버지가 보여준 행위야말로 진정 의인에 값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이런 경우를 ‘의롭다’고 한다. 정치인들의 의인관(義人觀)은 이런 경우들과는 또 다르다. 얼마 전 민주당 박양수(朴陽洙) 의원은 “김대업씨는 의인”이라고 했다. 누가 그에게 의인으로 비친 것까지 시비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어쩌면 민주당 사람들 대부분이 김대업씨를 의인으로 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의인 말고 또 의사(義士) 열사(烈士)라는 반열도 있다. 더 높이 올라가면 순교자, 복자(福者), 보살계, 성인(聖人)…하는 숭고한 종교적 경지도 있다. 의인이란 어쩌면 그 사다리를 오르는 첫 단계일지도 모른다. 따라서 의인은 우선 티 한점 없는 사람이어야 할 것이다. 집권세력인 민주당 정치인들이 매사 그렇다고 말하면 그런 것일 터이고…. 하니리포터에도 송고한 기사입니다. 2002/09/02 오전 03:54 ⓒ 2002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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