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풍’등 사안마다 격렬 항의…일부사 공정보도 실천 결의키로   발행일 : 2002.08.28 [357호 1면] 병역비리 의혹을 둘러싼 정치공방 속에서 언론이 휘청거리고 있다. 공방이 갈수록 과열양상을 보이면서 정치권이 사안마다 언론을 향해 격렬한 항의를 해옴에 따라 기자들 스스로 자기검열에 빠지는 등 보도위축 현상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언론에 대한 정치권의 외압은 한나라·민주 양당이 국민경선 방식으로 대통령후보를 선출한 이후 본격화됐는데, 최근에는 ‘병풍’ 의혹까지 겹치면서 한나라당은 특정 방송사를 향해, 민주당은 일부 신문사를 향해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일부 언론사는 이러한 외압에 맞서기 위해 편집국을 중심으로 공정보도를 위한 특단의 대책마련에 나서고 있어 주목된다. 실제로 중앙일보의 한 정당 출입기자는 “이달 초부터 각종 정치 현안에 대한 기사가 나올 때마다 당직자들로부터 ‘왜 우리 의견은 적게 반영하느냐’며 항의가 잇따랐다”며 “이러한 항의는 심지어 사석에까지 이어져, 일부 당직자들은 ‘벌써부터 특정 정당에 줄을 섰느냐’는 도발적인 말도 서슴치 않고 있어 취재와 기사작성 때 무척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경향신문의 한 정치부 기자는 “지난해 언론사 세무조사를 기점으로 모 정당은 아예 언론의 선호도를 나눠 놓은 듯 기사거리의 제공은 물론 항의 또한 차별을 두고 있다”며 “결국 이러한 행태는 언론을 길들이겠다는 의도로 보여진다”고 비판했다. KBS의 한 보도본부 관계자는 “최근 방송의 편파보도가 국회 내부에서 불거지면서 정치권이 취재경위를 밝혀줄 것을 요구하는 일까지 벌어졌다”며 “국회에서 언론을 향해 취재경위를 요구한 것도 이례적이지만 무엇보다도 국감 피감기관이기 때문에 이러한 일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서 큰 비애를 느꼈다”고 말했다. 반면, 언론 스스로가 정치권의 항의를 유발할 만한 빌미를 제공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문제제기도 나온다. 한 신문사의 정치부 기자는 “간부들이 어느 당 후보가 대통령이 되느냐에 따라 자신의 향후 위치가 달라질 수 있다고 보고, 이를 감안해 보도를 특정한 방향으로 끌어가고 있는 것 아닌지 의심들 때가 많다”고 말했다. 일부 언론사는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정치권의 압박이 더욱 강해질 것을 우려해 이번 기회에 대내외적으로 공정보도 의지를 천명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국민일보지부(위원장 박정태)는 최근 지면에서 다뤄지고 있는 현안들이 사실상 대선 막바지에서나 나올 법한 일들이라고 보고, 그동안 게재됐던 몇가지 보도사례를 중심으로 ‘소신과 원칙을 지키자’는 취지의 공정보도위원회 보고서를 발표할 방침이다. 노조의 한 관계자는 “이번 보고서는 단지 외풍에 시달린다는 측면보다는 기자들이 편집권에 대해 스스로 소신과 원칙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 이후 대선보도에 있어 좀더 유의할 것을 주문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소속 정몽준 의원의 대선출마가 가시화되면서 일정 정도 부담을 느끼고 있는 문화일보도 대선을 앞두고 선언적 다짐을 넘는 공정보도를 위한 실천적인 제도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문화일보 편집국의 한 기자는 “최근 노조와 일부 기자들을 중심으로 이같은 의견이 제기됐고, 회사측도 비공식적 모임에서 이에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며 “보다 구체화된 내용은 노조의 발의를 통해 조만간 대외적으로 공표될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영환·이호석·조현호 기자 (hwany@mediaon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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