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보도지침'과 수구신문의 '침묵'/ 고명섭 관련기사 “보도내용 구체간섭 신 보도지침”   “지난 10년간 28개국을 돌아다니며 취재하는 동안 공식문서로 언론을 통제하는 보도지침과 같은 것은 한번도 본 적이 없다.” 5공화국 정권 말기에 터진 `보도지침 폭로’ 사건과 관련한 항소심 6차공판(1990년 6월28일)에서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 기자 조셉 망구노는 변호인쪽 증인으로 나와 이렇게 증언했다. 그 미국인 기자의 눈에 5공화국 정권의 `해괴한’ 언론탄압 행위로 비쳤던 것과 유사한 일이 민주화한 세상에서 다시 벌어졌다. 국회 다수당인 한나라당이 <문화방송> 등 방송 4사에 공문을 보내 “이정연씨 이름 앞에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의 아들’이라는 수식어 사용을 자제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1986년 `부천서 성고문’ 사건과 관련해 “성고문이란 말 대신 성적 모욕행위로 쓰라”고 지시한 보도지침을 그대로 이어받은 듯한 표현이다. 방송 4사 노조는 이런 간섭행위를 `신판 보도지침’이라고 비판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한국 신문시장의 1, 2등을 다툰다는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30일치에서 관련 사실을 한 줄도 보도하지 않았다. 그동안 한나라당이 해온 <문화방송> 비판과 공격을 비중있게 다뤄온 것과는 180도 다른 모습이다. <조선일보>는 지난 16일치 사설(`엠비시 국감론이 나오는 까닭’)을 비롯해 수많은 보도와 논평에서 한나라당의 주장을 두둔해왔다. <중앙일보>도 <조선일보>와 크게다르지 않았다. 그런데도 두 신문은 <문화방송> 쪽이 `물증’을 들어보이면서까지 한나라당의 보도간섭행위를 비판한 것을 진지하게 살피기는커녕 최소한의 사실보도조차 하지 않은 것이다. 지난달 한국기자협회가 실시한 기자여론조사에서 공교롭게도 두 신문은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에게 유리한 보도를 하는 신문 1, 2등으로 나란히 꼽혔다. 근거가 있건 없건 한나라당 주장은 크게 알리고 그것을 비판·반박하는 주장은 묻어버리는 이들의 뒤틀린 행태를 국민이라고 모를까. 고명섭 기자 micha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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