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언론의 최대 관심사는 뭐니뭐니 해도 연말에 치러지는 대통령선거와 최근 재개된 남북교류 분야다. 민족의 명운을 좌우할 이들 현안을 다루는 언론의 보도양태에 대한 따끔한 비판과 함께 향후 바람직한 언론의 역할을 주문하는 토론회가 지난주 학계와 시민단체 주최로 잇따라 열려 주목을 받았다. 고려대 정부학연구소(소장 염재호) 주최로 지난 21일 열린 ‘대통령 선거와 언론의 역할’ 토론회에서 이화여대 조기숙 교수(정치학)는 발제를 통해 “대선후보 초청 TV 토론이 이미지 정치를 주도하고 있기 때문에 위험하다는 세간의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는다”며 “최선의 선택을 위해 생방송 TV 토론이 훨씬 더 활성화되고 다양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어떤 후보의 연출된 이미지가 한 두번은 시청자들에게 먹혀들 수 있겠지만 토론이 반복되면 결국 평소의 사람 됨됨이가 그대로 드러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조교수는 다만 이 과정에서 ‘패널 선정이나 시간 배정을 어떤 방식으로 공정하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매듭지어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토론의 내용과 형식을 방송이 아니라 중립적인 시민기구에서 관장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만하다고 지적했다. 조교수는 그러나 계획적인 연출에 의해 만들어지는 후보자 TV광고에 대해서는 “이미지를 왜곡할 가능성이 다분한 만큼 불허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토론자로 나선 손혁재 참여연대 운영위원장도 “TV 광고는 막대한 비용이 필요해 사회적 비용의 낭비를 불러오고 부자 정당들에만 유리한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며 TV광고의 폐해를 지적했다. 손위원장은 또 TV 토론에 대해서도 “이미지 정치의 함정에 빠지기 쉬운 TV 토론의 속성상 패널과 사회자의 선정이 중요하다”고 조교수의 견해에 동의한 뒤 “패널과 사회자는 토론 과정에서 자신의 능력을 드러내려고 하기보다 진정 유권자들이 궁금해하는 내용에 대한 답변을 후보자들로부터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후보 자질 검증을 내세운 언론의 편파보도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특히 조선일보에 대해 조교수는 “편파적인 후보 검증이 전문가를 앞세워 공정의 탈을 쓰고 등장하지 않을지 우려된다”며 “차라리 조선일보는 이런 저런 이유 때문에 이런 후보를 지지한다고 솔직히 나서는 것이 더 분명하고 공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토론자로 나선 고려대 염재호 교수(행정학)도 특정 언론을 직접 거명하지는 않았으나 “언론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현실에서 언론의 대선 관련 기획기사 또한 미리 방향을 정해놓고 자료를 추출하는 식으로 왜곡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다음날(22일) 열린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주최 ‘침체기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언론의 역할’ 토론회에서는 언론의 공정보도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더욱 빗발쳤다. 발제를 맡은 김창수 자주평화통일민족회의 정책실장은 “대북 관련 보도를 할 때 언론은 정치적 이해관계나 필요에 연연할 것이 아니라 공정하고 중립적인 자세로 진실을 추구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실장은 또 통일을 앞당기기 위한 언론의 창조적 역할로 ▲남북간 긴장을 완화하고 화해와 평화를 이루어 통일의 기초를 닦을 수 있도록 보도한다 ▲남북한 정부와 미국 정부의 한반도 통일정책에 대한 감시와 비판을 늦추지 않는다 ▲남과 북의 동포들이 서로 공존하며 함께 살 수 있도록 통일문화 창달을 위해 노력한다 등을 제시했다. 동국대 강정구 교수(사회학)는 “남북관계를 보도하면서 방송이 표면적 사실만 얘기하지 심층적 사실을 얘기하지 않고 있다”며 “민족의 입장에서 남북문제를 바라보려는 언론의 태도가 아쉽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김창수 정책실장은 “상호 인정과 존중이야말로 통일로 가는 과정에서 가장 먼저 지켜야 할 기본소양과 같은 문제”라며 “9, 10월은 남북관계가 급진전될 가능성이 높은데다 연말 대선을 앞둔 민감한 시기인 만큼 사실에 입각하지 않은 언론의 그릇된 보도행태에 대한 시민사회의 감시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권재현기자 jaynews@kyunghyang.com〉 최종 편집: 2002년 08월 26일 18:4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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