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기' 올리는 일 있을 수 없다? <조선일보>의 이상한 태극기 상징론 김태형 기자 kim_tae_hyung@hotmail.com   북한의 부산 아시안게임 참가가 결정된 이후, 일부 보수 언론을 중심으로 '인공기 게앙' 문제가 민감하게 거론되고 있다. 국제 관례상 시상식 등에서는 '불가피하게' 인공기의 게양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지만, 그 외의 경우에는 현행 국가보안법의 적용대상이 되는 '인공기 게양'이 허용되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태극기 내리는 일 있을 수 없다'라는 제하의 8월 21일자 사설(인터넷에는 20일 17시 26분 기사 입력)을 통해, 북한이 개회식과 폐막식에 한반도기를 앞세워 동시 입장할 것을 요구했으며, 정부는 이 문제로 곤혹스러워해서는 안된다고 '충고'하고 있다. 그러나 '인공기 게양'을 둘러싼 문제의 핵심은 지적하지 못한 채, '태극기를 내리는 것이 말이 되는가'라는 선동적인 주장만 읊어대는 이 사설은, <조선일보>가 북한에 대해 지니고 있는 '수구냉전'적인 시각을 다시 한번 드러내고 있을 뿐이다. <조선일보>는 동시 입장을 반대하는가 현재 남북 당사자간에 의견 조율이 진행되고 있지만, <조선일보>의 사설에 따르면 북한은 개·폐회식에서 남북한 선수단이 '한반도기'를 앞세워 '동시입장'할 것을 제안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조선일보>가 문제삼고 있는 것은 바로 '태극기'가 아니라 '한반도기'라는 점인데, 그렇다면 <조선일보>가 주장하는 것은 개·폐회식에서 남북한 선수단이 '태극기'를 앞세워 '동시입장'할 것을 주장하는 것인가? 아니면 개·폐회식에서 남북한 선수단이 각각 '태극기'와 '인공기'를 따로 들고 '동시입장'하자는 것인가? 이 두 가지 경우가 아니면 남북한 선수단이 '동시 입장'하지 않는 경우인데, 이 경우는 문제 소지가 애초에 없으니, <조선일보>가 주장하는 바는 결국 '태극기'를 들고 '동시입장'을 하든지, '동시입장'을 하지 않든지 둘 중의 하나를 하라는 이야기인가? 개최국의 경우는 참가국의 경우와 다르다 <조선일보>는 시드니 올림픽 때 남북한 선수단이 '한반도기'를 앞세우고 동시 입장한 전례는 있지만, 이번 부산 아시안게임의 경우는 '다르다'고 한다. 이번 대회가 남북한 화해에 기여해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한민국이 개최국이라는 사실 역시 그 못지 않게 중요하다라는 것이다. 당연한 이야기이다. 이번 대회가 남북한 화해 증진과 국민적 자긍심 고취의 계기가 되길 바라는 것이 어찌 <조선일보>만이겠는가? 그런데 <조선일보>의 논리를 따르자면 남북한 선수단이 개·폐회식에서 '한반도기'를 들고 '공동입장'하는 것은 남북화해의 명분에는 부합할 망정, 국민적 자긍심을 포기하는 것이고, '원칙도 체통도 없고, 국가 정체성마저 없다'는 것이 되어버린다. 그렇다면 '태극기'를 들고 '공동입장'하는 것은 남북화해는 포기하고 국민적 자긍심을 고취시키는 것이란 말인가? 당사자간 협의가 어떻게 진행될지 모르지만, 만약 '한반도기'를 들고 '공동입장'하는 남북선수단의 모습을 보며 박수라도 친다면, <조선일보>의 시각에서는, '남북화해'라는 명분만 앞세운, '원칙도 체통도, 국가 정체성도 없는' 국민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태극기는 <조선일보>의 전유물이 아니다 태극기는 언제 어디서나 쉽게 포기할 수 있는 그런 장식물이 아니다. 당연한 말이다. 그러나 태극기는 또한 <조선일보>가 자기 신문사 상표처럼 그 의미란 이러저러한 것이다 라고 재단할 수 있는 자기들만의 상표도 아니다. '한반도기'를 들고 '동시입장'하는 것을 마치 '인공기'를 들고 입장하자는 주장처럼 호도하는 <조선일보>의 태도는 문제의 핵심과는 전혀 상관없는 왜곡된 논리를 전개하고 있다. 인공기의 게양을 처벌하는 국가보안법 조항에 대한 시민사회의 다양한 논의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언론의 모습까지는 기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한반도기를 함께 들고 남북한 선수가 동시 입장'하는 것을 '국가 정체성'도 없는 짓이라고 일방적으로 호도하지는 말아야 할 것 아닌가? 동계 올림픽 경기에서 태극기를 떨어뜨린 김동성 선수와 오노 선수를 싸잡아 비난했던 <조선일보>의 만평과 훈계조의 사설을 국민들은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문제의 본질은 파악하지 못한 채, 눈에 보이는 기표로서의 '태극기'에만 집착하는 왜곡된 조선일보의 시각은 왜 변할 생각조차 없는 것인가. [사설] 太極旗 내리는 일 있을 수 없다   북한이 부산 아시안게임 개회식과 폐막식에서 남북한 선수단이 한반도기를 앞세워 동시 입장할 것을 요구해 정부가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 문제는 정부가 크게 고민할 일이 아니다. 대회 개최국으로서 태극기를 포기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태극기는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정체성, 그리고 건국이념과 가치를 상징하는 존재다. 남북화해라는 명분만 앞세우면 언제 어디서나 쉽게 포기할 수 있는 그런 장식물이 아닌 것이다. 2년 전 시드니 올림픽 때 남북한이 한반도기를 앞세우고 동시 입장한 전례가 있지만, 이번은 대한민국이 주최국이라는 점에서 경우가 다르다. 이번 대회가 남북한 화해에 기여해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한민국이 전체 아시아인들의 스포츠 제전(祭典) 개최국이라는 국민적 자긍심을 고취하는 것도 그 못지않게 중요하다. 대회의 하이라이트인 개·폐회식에서 주최국의 국기가 사라질 수는 없는 것이다. 태극기와 인공기(人共旗) 대신 한반도기를 사용하자는 북한의 주장이 이번 아시안게임을 그들 방식의 ‘민족 대단결’을 고취하는 장(場)으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아닌지도 면밀히 살펴보아야 한다. 북한의 주장은 또한 이번 대회에서 인공기의 사용범위를 확대하려는 협상전술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반도기를 포기하는 대신 응원석이나 경기장 바깥에서까지 인공기를 사용하겠다거나 다른 추가 요구를 들고 나올 수도 있는 것이다. 현정부는 대회 개최국으로서의 당당한 자세를 취하면서 북한의 무리한 요구는 단호히 거부해야 한다. ‘민족화해’만 내세우면 윈칙도 체통도, 국가 정체성마저도 포기해버릴 듯한 현정부의 모습은 대다수 국민들 눈에 아슬아슬하기만 하다. / 조선일보   2002/08/21 오후 1:43 ⓒ 2002 OhmyNews

이름   메일 (관리자권한)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