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태·상지대교수〉 한나라당이 문화방송을 국정감사하겠다고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이회창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을 ‘노사모’와 같은 비중으로 보도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민사소송을 걸더니, 이번에는 이회창 후보의 큰아들인 정연씨의 병역비리 의혹에 관한 보도를 이유로 국정감사를 하겠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혹시 문화방송을 ‘안티 이회창 방송’ 혹은 ‘안티 한나라당 방송’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하지만 한나라당이 문화방송을 상대로 잇따라 공격을 가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이 당이야말로 ‘안티 문화방송당’이라고 해야 옳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최근의 한 조사에서도 드러났지만 편파보도의 대표 주자는 문화방송이 아니고 조선일보다. 이런 사실은 국민들도 잘 알고 있건만, 왜 한나라당은 문화방송을 몰아치는가? 최근에 한나라당이 벌이고 있는 문화방송과의 싸움은 흡사 영화 ‘주유소 습격사건’의 주인공인 ‘무데뽀’를 연상시킨다. ‘무데뽀’는 힘이 세 보이는 상대를 골라 집요하게 공격해서 결국 모든 상대를 무릎꿇게 한다. 한나라당이 문화방송을 집요하게 공격하는 까닭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이른바 ‘위축효과’ 이론은 이런 의혹에 대해 ‘그렇다’고 답한다. 예컨대 한 방송사가 제재를 받게 된다면, 다른 방송사들도 위축된다는 것이다. ‘위축효과’ 이론은 ‘무데뽀’의 전술이 언론의 경우에 특히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시사한다. 그러나 ‘무데뽀’는 흔히 ‘사리분별을 못 하는 사람’을 뜻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한나라당이 문화방송에 대해 국정감사를 하겠다는 것은 ‘언론 길들이기’라는 목표를 위해 ‘무데뽀’ 식으로 돌진하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방송 민주화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자 도전이며, 결국 국민의 알 권리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자 도전이다. 그런데 한나라당이 자꾸 이런 식으로 문화방송에만 핏대를 올리고 나서는 데서 한나라당이 놓치고 있는 흥미로운 부수효과가 생겨나게 된다. 사람들은 문화방송의 뉴스에 ‘뭔가가 있는가보다’라고 생각하게 되고, 나아가 ‘한나라당이 어딘가 크게 구린 게 있는가보다’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한나라당은 자신에게 불리한 방송을 막기는커녕 오히려 자신의 처지만 더욱 더 불리하게 만드는 상황을 빚어내게 된다. 지금 한나라당의 ‘친창(親昌) 대표’인 서청원 대표는 전에는 신한국당의 ‘반창(反昌) 대표’였다. 1997년 10월23일 밤에 그는 “이 총재의 큰 아들 정연씨가 대외경제연구원에 들어갈 때 몸무게가 60㎏ 이상이었다는 기록이 있다”고 주장했다. 서청원 대표는 자신의 예전 주장을 입증하는 자료며 증언들이 속출하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비로소 구체적인 자료며 증언들이 나타난 상황에서 단순히 자신의 예전 주장은 틀린 것이었다고 말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의혹은 이미 만연해 있다. 그리고 우리는 5년 전에 서청원 대표가 한 말까지도 누구나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인터넷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이런 시대에 언론의 입에 재갈을 물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이만저만한 시대착오를 범하는 것이 아니다. ‘안티 문화방송당’을 넘어서 ‘안티 방송민주화당’으로 여겨지기 전에 한나라당은 자신의 구태부터 철저히 ‘감사’하고 시정해야 할 것이다. 최종 편집: 2002년 08월 20일 18: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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