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밤의 주필 진중권 사설 모음 8.14 작성자 : 진중권 작성자ID : pierot 작성일 : 2002-08-14 [사설]진벙장의 이회창 일병 구하기 이회창씨가 사면초가에 몰렸다. 김대업씨의 주장이 속속 사실로 드러나면서 병역비리 수사가 마치 한 편의 드라마처럼 흥미진진하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영화 '라쇼몽'을 방불케 한다. 조선일보가 김도술이 김대업과 만난적이 없다는 거짓말을 보도하고 나서자, 바로 당시 수사담당자가 그 말을 반박하고 나선다. 김도술이 테이프 성문분석을 하라고 하자, 검찰에서는 '그래, 알았다' 하면서 바로 성문분석에 들어간다. 그러자 동아일보에서는 성문분석해도 증거능력 없다며 마지노선을 친다. 병역면제 날자가 조작됐다는 증거가 나오자, 중앙에서는 '단순한 행정착오일 수 있다'고 치고 나온다. 이회창을 구세주로 알고 있는 일부 정치의식 박약아들에게는 복창이 터지는 일일 것이다. 하지만 솔직히 여야와 조중동이 함께 어울어져 벌이는 이 개싸움을 바라보는 본주필의 마음은 홀연 한 마리 독수리가 되어 저 푸른 창공을 유유히 날고 있음을 고백하는 바이다. 이렇게 재미있는 게임을 무료로 매일 관람할 수 있는 우리 국민은 세계에서 제일 복 받은 국민임에 틀림없다. 월드컵을 통해 강화된 주필의 애국심도 정치권에서 제공하는 이번 갈라 쇼를 즐기며 더욱 더 강화되는 느낌이다. 한나라당 국개우원 색희들과 조중동의 기자와 농설우원 아색희들은 지금 혼비백산하여 일제히 이회창 일병 구하기에 나선 모양이다. 하지만 이 꼴통들아, 속속 드러나는 증거 앞에서 오리발만 내민다고 어디 이회창을 구할 수 있겠는가? 닭대가리에 오리발, 요즘 조중동 꼴통들의 패션이다. 만약 밤의 조선일보가 이회창을 편든다면, 그와는 좀 차원이 다른 수법을 사용할 것이다. 보다가 너무 안타까워 이에 본지만의 수법을 여기에 공개하는 바이다. 간단하다. 모든 문제는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병역비리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이 참에 아예 '병역면제'의 합법화를 주장하면 된다. 어차피 돈 없는 넘들은 군대 갈 것이고, 돈 있는 넘들은 안 가는 군대. 대학의 기부금 입학제도처럼 군대에도 기부금 면제제도를 도입하면 병역비리로 인한 잡음은 사라질 것이 아닌가? 조중동은 지금 당장 말 잘 듣는 병역 문제 전문가 넘들 몇 명 내세워 '기부금 면제제'의 합리성을 설파하는 논설을 실을 일이다. 저마다 1등신문 조중동에 쌍판 내주겠다고 하면 입 헤 벌리고 무슨 짓이라도 하겠다는 넘들 쌔고 쌔지 않았는가. 아울러 머리가 빈 역사학 교수 몇 넘 꼬셔서 인터뷰를 하는 거다. 조선시대에도 군포를 내고 병역을 면제받는 선진적인 제도가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기부금 면제제는 민족문화를 계승 발전하는 길이기도 하다.... 면제용 기부금은 사병들의 복지를 위해 사용하는 게 좋다. 이러면 병역면제로 인한 사회적 비리도 사라지고, 그로 인한 정치권의 소모적인 논란도 사라질 것이며, 돈 많은 놈은 군대 안 가서 좋고, 불쌍한 군바리들은 주말에 단팥빵이라도 한 개 더 얻어 먹어 좋지 않은가? 어차피 병역면제 받는 미꾸라지들을 소탕하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합법화를 하나 불법화를 하나 면제 받을 넘은 면제 받는다. 한 마디로 병력의 총량에는 아무 변화가 없는 것이다. 반면 과거에는 김도술 같은 넘들의 주머니로 들어가던 돈이 사병들의 복지를 위해 사용되니, 그 얼마나 합리적인가? 조중동의 꼴통들, 정말 수준 낮아 못 봐주겠다. 천지가 개벽한 이 시대에 기껏 오리발 들이밀어서야 어디 이회창 일병을 구할 수 있겠는가? 적어도 수준이 이 정도는 돼야지 일등신문이라고 자화자찬할 자격이 생기는 것이다. 조중동, 이런 꼴통들이 대한민국의 메이저 신문이라니 정말 나라꼴이 걱정되는 밤이다. 탄피.1 저 밑의 재호가 국정원 조작설을 제기했다. 쩨쩨한 조중동보다는 통이 크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하는 바이다. 하지만 재호의 제안은 별로 효과적이지 못한 게, 조작 여부는 과학적으로 얼마든지 밝혀낼 수 있기에 그런 식의 거짓말로는 몇 일 못 버틴다는 데에 있다. 그런 의미에서 재호의 제안은 대선 이틀 전이나 사흘 전이라면 고려해 볼만 하지만, 대선을 몇 달 앞 둔 지금 썼다가는 피박을 뒤집어 쓸 악수가 되기 쉽다. 재호는 혈기는 왕성해서 좋은데 일단 조중동의 선배들에게 조심성을 배워두는 게 좋겠다. 이회창이 살 수 있는 길은 역시 밤의 주필이 제시한 그 길 밖에 없다. 탄피.2 검투사/ 간단하지. 그때는 조중동이 잘 하는 수법 있잖아. 국민들을 설득하는 논리를 개발하면 되지. 기부금 면제제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병역 부문의 민영화에 반대하는 세력이며, 맹목적인 평등주의자들, 한 마디로 붉은 무리들이다. 이 넘들이 사는 지역을 가만히 보니 죄다 전라도다. 뭐, 이러면 국민들이 속아넘어가 주지 않을까? ============================================================================== 작성자 : 진중권 작성자ID : pierot 작성일 : 2002-08-14 [社告] 불우한 이회창을 도웁시다 이번 폭우로 수많은 이재민이 발생했다. 그들에게는 사회 각지에서 성금이 답지하고 있다. 오늘도 뉴스 끝나고 임원이나 직원과 함께 성금을 모아 보낸 여러 기관과 기업의 장들의 리스트가 길게 방영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 각박한 세상에 그래도 남을 생각할 줄 아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다는 것은 참으로 흐뭇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번 폭우로 이재민이 된 것이 어디 이들 뿐인가? 폭우와 함께 쏟아져내린 여러 가지 비리의혹에 휩쓸려 살고 있던 빌라에서 쫒겨나 전세집으로 옮긴 정치인의 불우한 처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것 같다. 신문에서도 방송에서도 살 곳을 잃고 헤메는 이회창 후보에 대한 이야기는 찾아볼 수가 없다. 이회창 후보가 아들의 병역비리로 인해 한나라당에서 쫒겨날 위험에 처했다. 병역비리가 사실일 경우 공직에서 사퇴하겠다는 약속을 했기 때문이다.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보니, 그가 이 약속을 지켜야만 할 시간이 시시각각 다가오는 듯하다. 한나라당사에서맞 쫓겨날 경우 이회창 후보는 도대체 어디로 가야 한단 말인가? 게다가 폭우는 이로써 그친 것이 아니다. 기상청의 예보에 따르면 미국에서 발생해 태평양에서 형성된 거대한 비구름이 지금 한반도를 향해 다가오고 있다고 한다. '병풍'에 이어 우리 나라를 찾아오는 이번 태풍에는 '세풍'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고 한다. 비에 젖은 세간 살이가 다 마르기도 전에 이회창 후보는 한인옥 여사와 함께 또 다시 집안 전체가 침수될 위험에 처한 것이다. 본지에서는 이후보의 이 딱한 처지를 더 이상 두고 볼 수가 없어, 독자들과 함께 이후보 돕기 사랑의 성금 보내기 운동을 벌이기로 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참여 있기를 바란다. 이회창 후보를 도웁시다. 한빛은행:108-034138-02-701 국민은행:824-01-0205-000 기업은행:264-032305-02-011 예금주 김영미(깨끗한손 상근간사) ps. 뉴스 브리핑이요? 컨셉트가 서로 안 맞아서리. MBC에서는 프로그램의 성격상 좀 가벼운 개념으로 재미있게 하기를 원하고, 저는 미디어 비평의 개념으로 접근하고.... 게다가 제 목소리가 많이 잠깁니다. =========================================================================== 작성자 : 진중권 작성자ID : pierot 작성일 : 2002-08-14 [사설]이회창 후보 교체론 한나라당에서 아무래도 후보를 교체해야 할 것 같다. 병역비리야 지금 돌아가는 꼴을 봐서는 (1) 병역비리 사실 입증으로 유죄, 혹은 (2) 기소가 되더라도 증거불충분으로 무죄가 될 가능성이 반반 정도로 보이는데, 그 어떤 경우에도 이회창의 이미지에는 돌이킬 수 없는 치명상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이 이회창에게 가장 행복하게 풀리는 경우라도, 국민들은 물증은 부족해도 심증은 간다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사건의 핵심인 김도술이 미국에서 계속 도피를 할 경우 국민들이 갖는 찝찝함은 여전히 남는다. 김대업이 테이프 제출도 가능한 한 늦추는 등 여유를 가지고(?) 정국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사태가 장기화될 것임에는 틀림없다. 노무현의 경우도 노풍 이후 한 달 가량은 3홍비리에도 불구하고 높은 지지율을 유지했지만, 비리 정국이 장기화되자, 지지율이 급락하고 말았다. 이회창의 경우에도 병역비리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지금 조금씩 하락하고 있는 지지율이 곤두박질 칠 것으로 보인다. 병풍은 앞으로 최소한 한 달은 더 끌 것으로 보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그 이상 더 지속될 수도 있다. 병풍이 지속되는 한 이회창은 계속 수세에 몰릴 수 밖에 없다. 장상 총리 서리에서 지나치게 엄격한 검증의 잣대를 들이댄 한나라당으로서는 이회창에게 가해지는 검증의 잣대 역시 엄격해야 한다는 국민들의 정의감이 많이 난처할 것이다. 게다가 이회창에게는 아직 '세풍' 비리 사건이 남아 있다. 병풍과 달리 세풍은 이석희가 귀국하는 즉시 사건의 전모가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이회창과 그 동생이 연루 여부도 백일 하에 드러날 것이다. 더군다나 이석희의 도피를 도와준 배후에 대한 수사까지 하게 되면 한나라당 전체가 타격을 받을 수가 있다. 이래저래 한나라당으로서는 이회창 때문에 곤욕스러울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국민들 대다수의 감정은 민주당 정권에 실망했지만, 그렇다고 한나라당에 표를 몰아주기는 찝찝한, 그런 상태에 있다고 봐야 한다. 때문에 지방선거나 재보선과는 달리 단지 '화풀이' 때문에 한나라당에 몰표를 던져주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민주당의 비리를 지적하는 한나라당 역시 비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국민들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태에서 온갖 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이회창을 계속 후보로 고집하는 것은 자칫 다 된 죽에 코를 빠뜨리는 일이 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한나라당에서도 이제 후보 교체를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할 때가 왔다. 더군다나 이회창은 비리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공직에서 물러나겠다고 약속한 터, 만약 병풍이나 세풍 중의 하나가 사실로 드러난다면, 대선을 코 앞에 두고 한나라당은 후보를 날려버리는 꼴이 된다.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한나라당에서는 이회창 후보의 교체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그 대안을 생각해 둘 때가 됐다. 이미 다 이긴 선거, 이회창 때문에 망칠 수는 없지 않은가? 게다가 민주당과는 달리 한나라당의 소위 '국민경선'은 사실상 국민경선도 아니지 않았던가. 따라서 후보 교체에 따르는 도덕적 부담도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한나라당은 이제라도 다시 생각을 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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