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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름:다시 힘 ♧ 2002/8/10(토) 08:06 (MSIE6.0,Windows98,Q312461) 128.8.58.246 1024x768 ♧ 추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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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글> 미국에 있는 당신에게...워싱턴 한국일보 미국에 있는 당신에게.... 종일 낑낑대며 짊어지고 다녔지만 용돈은 커녕 끝내 미수금만 안겨주던 아이스 케키 통 기억하십니까? 급수난이 심해지면 마을 공동우물에서 서너시간씩 차례를 기다리다 졸음을 참지 못해 기대어 졸던 그 골목길 전봇대를 잊으셨습니까? 돈주고도 연탄을 살 수 없던 그 해 겨울, 신새벽까지 어머니 형님 누나랑 연탄가게 앞에 줄서서 아무래도 오지 않는 연탄차를 하염없이 기다리던 밤이 기억나시는지요? 문득 자전거를 배운 지 처음으로 짐받이 자전거의 묵직한 페달을 밟아오르던 젊음과 건강함을 생각해봅니다. 네 그렇습니다. 극장에 들어가는 어른들에게 애걸해 그 분들의 아이인 것처럼 꾸미고 국산영화 '딸'을 함께 보았던 열살박이 친구. 어린이용 영화 '배꼽대감'은 영화시작 전에 기도에게 걸려서 뺨과 귀를 꼬집혀 함께 쫓겨났던 그 친구입니다. 잊을 만 하면 닥쳐오던 매스게임 준비 때문에 공설운동장에 한나절 동원된 뒤 차비를 아껴 집으로 걸어서 오는 길, 그 아득한 길에서 한잔에 오원짜리 냉차를 나눠 마시며 웃던 바로 그 사람입니다. 저는 이렇게 선연하게 당신과의 기억을 간직하고 있는데 당신은 나를 잊으셨는지요? 어느 해 가을 박정희와 김대중이 대통령 선거에서 맞붙었을 때 담임선생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일까지 이번 선거에 부모님이 어떤 후보를 찍을 것인지 알아오도록 해라. 대신 부모님이 '왜 그걸 알려고 하느냐'고 물으면 그냥 궁금해서 그런다고 해라. 박정희대통령의 업적을 잘 말씀드리도록 할 것. 이상." 이튿날 80명이 넘던 교실에서 부모님의 투표예정 성향조사를 할 때 대부분의 아이들은 박정희에 손을 들었으나 김대중에 양팔을 들던 당신. 나는 안달하는 표정으로 어서 그 팔을 내리라고 졸라댔지만 당신은 말이 없었지요. 체벌이 심하기로 소문난 그 담임선생도 무슨 일인지 그날은 별 말이 없었습니다. 기억하십니까? 1979년 10월26일 종신 대통령 박정희가 부하이자 제자였던 이의 손에 의해 세상을 떠난 뒤 온나라 곳곳에서 들려오던 호곡소리. 그 울음 뒤편으로 은밀하게 진행되던 정치군인들의 집권 놀음의 움직임. 서울 시내 한복판을 울리던 총성, 군홧발 소리, 그리고 장갑차 소리.... 잠깐 꽃피는 것같던 봄은 다시 차디찬 얼음장 밑으로 가라앉았습니다. 그래도 한없이 길어질 것만 같던 감시와 통제의 시대는 어느 틈엔가 밝아오는 햇발에 밀려갔습니다. 당신을 다시 만난 건 그해 1987년 6월 서울 명동이었지요. 당신은 하얀색 와이셔츠에 적갈색 넥타이 차림이었습니다. 명동성당으로 향하는 넓지 않은 도로가 온통 흰색 와이셔츠 차림의 넥타이부대 수천명으로 가득찼을 때 그 때 당신으로부터 들리던 함성소리, 그 소리...독재타도... 나의 소망도 당신의 소망도 하나였습니다. 군부독재 끝을 내고 민주화된 세상에서 맑디 맑은 공기를 마시며 살아보자. 그러한 우리의 꿈은 이미 이루어졌습니까? 우리는 꿈을 이루는 방식이 서로 다르다고 믿었습니다. 당신은 김영삼으로, 나는 김대중으로 가고 말았습니다. 나와 함께 여름 날 아이스케키 통을 메고 돌아다녔던, 급수난에 헤매고 오일 파동에 힘겨워 했던, 그리고 독재자들의 쿠데타 행진에 숨막혀하고 목말라하던 우리가 하찮은 이유를 들이대며 갈라섰습니다. 하여 우리들의 꿈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김영삼은 그 지긋지긋한, 세대를 유전할 것만 같던, 군부독재의 음습한 기운을 몰아내고 청소하는데 성공했고, 김대중은 늘 아슬아슬한 남북한간의 관계를 최소한 오해로 인해서 전쟁은 하지 않도록 급진전시켰지만 두 사람 모두 자식들에 관한 한 공과 사를 구별하지 못하고 당신과 나의 가슴에 못질을 해댔습니다. 그러는 사이,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시절에 이르는 기나긴 세월, 옳지 않은 방법으로 재산을 모으고 나라와 지역의 권력을 탐하고 즐겨오던 세력들이 아예 동서로 내편 네편으로 갈라서서 따로 먹고 따로 살자고 합니다. 호남 대 비호남, 영남 대 비영남이라는 추악한 말들이 여기 저기 떠다니고 있습니다. 그래 이미 남북으로 갈려 있는 나라가 또다시 반쪽으로 한번 더 갈라졌으면 꼭 좋겠습니까? 당신은 이제는 정치에 관심도 없고 알고 싶지도 않다고 하신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나 당신 그렇게 변하셔서는 안됩니다. 늘 "정치란 우리가 마시는 공기와도 같아서 독재정치는, 부패한 정치는 그대로 용납하면 우리의 숨통을 조이게 된다"고 힘주어 말하던 당신, 정말 이제는 숨쉬기가 전혀 힘들지 않습니까? 당신은 그렇더라도 한국어를 잊지 않기를 바라며 그렇게 공들여 길러온 당신의 아들 딸들, 그들에게 온갖 흉악한 바이러스 날아다니는 조국의 혼탁한 정치, 그러한 숨막히는 한국의 공기를 대물림하시려는 것은 아니겠지요? 내가 사랑하는 노무현은 이렇게 말합니다. "상식과 원칙이 지배하는 나라를 만듭시다." 나는 노무현의 꿈이 이뤄지는 것이 나의 미처 이루지 못한 꿈을 이루는 지름길로 믿습니다. 그것이 늘 정의롭게 살고자 했던 내 사랑 당신에게 간절한 편지를 올리면서 두눈 가득 눈물이 차오르는 이유입니다. 미국에 떨어져 있다고 모른 체 말아주십시오. 아직도 당신의 정의롭고 합리적인 말씀에 귀를 기울일 준비가 돼 있는 당신이 사랑하고, 당신을 사랑하는 모든 이에게 노무현을 부탁해 주십시오. 그럼, 당신의 꿈도 이뤄질 것입니다. 당신의 그리운 얼굴을 이번 모임에서 뵙게 되기를 고대하면서.... 2002년 8월9일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 워싱턴 노사모 드림. 위에 퍼온 글은 미주 한국일보 워싱턴 지역판 8월9일자 1면 하단에 5단짜리 광고형식으로 나온 글입니다. 워싱턴 노사모 대표일꾼 해박님이 전액 비용을 냈고, 민주당 광주 국민경선 직전 금천온라인님이 한겨레 신문에 실은 '충장로의 당신에게'를 패러디해서 노사모 회원 오광주님이 글을 썼습니다. 해박님은 곧 울산지역 독립군들을 통해 조아세에 기부하실 계획도 있다고 합니다. 독립군 여러 분의 무운을 빕니다. 워싱턴 노사모 회원 오광주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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